이 영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그냥 위인전입니다.
단, 월터 아이작슨의 흉기(?!)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은 사람에 한해서 말이죠.
그만큼, 스티브 잡스 전기 속의 잡스 캐릭터 쪽에 훨씬 더 정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캐릭터란 것은 때로는 정말 가지고 있는 능력 이외의 반대적인 면들 때문에 입체감을 가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속에 나오는 잡스야말로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 속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냐면, 사망한 이유가 병에 걸리고 어느 정도 단백질 섭취를 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채식만 고집하다 사망할 정도의 꼴통이란 말이죠.
잡스란 캐릭터를 살려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 이 꼴통성이 그다지 많이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후하게 줄 순 없었습니다만,
그것도 전기를 읽은 입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전기를 읽지 않은 대다수의 관객에게는
캐릭터의 해석력이란 부분에서 감독이 뭔가를 던져줘야 하는데, 그건 많이 역량부족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애쉬튼 커쳐는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은 그럭저럭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빌 게이츠와의 부분이 더 강화됐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고소거리가 될 걸 염려했던지 더 나아가진 못하더군요.
새삼스래, 제시 아이젠버그와 데이빗 핀쳐의 공력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