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ㅡ유레카

NEOKIDS 작성일 14.06.27 02: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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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랜스포머 4편까지 와서야드디어 저는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이제야 깨닫다니. 저도 참 둔탱이인 것 같습니다. 
이번 편을 보며 제가 깨달은 놀라운 사실은
누구나 마이클 베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간단한 예로, 어벤져스를 마이클 베이가 만든다고 해봅시다. 두둥~
원작 어벤져스 중 아이언맨이 날아와서 로키와 대결하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죠. 
원작 아이언맨 날아온다ㅡ로키와 마주본다ㅡ갑옷을 벗은 후 자기 바에 가서 술을 따르는 스타크ㅡ그 사이 로키와 날이 선 대화가 펼쳐진다ㅡ토니 스타크는 로키 몰래 원격좌표 팔찌를 찬다ㅡ로키가 스타크를 조종하려 큐브를 대지만 스타크의 아크원자로에 막힌다ㅡ스타크의 개그ㅡ로키가 토니를 쳐 날린다ㅡ떨어지면서 자비스를 부른다ㅡ갑옷이 날아간다ㅡ토니 스타크가 떨어지기 직전 아이언맨이 되어 상승한다. 
자, 마이클 베이는 이 씬을 이렇게 바꿀 겁니다. (읽기시르시면 넘어가센 ㅋㅋㅋ)
아이언맨 날아온다ㅡ로키와 마주본다. 눈싸움의 슬로우모션ㅡ갑옷이 다 벗겨지고, 술병을 천천히 집어드는 토니 스타크ㅡ 로키와의 적대적 대화. 몰래 원격팔찌를 차야 되는데 안찬다? (사실은 까먹었든가 그냥 점핑이거나)ㅡ로키가 큐브를 이용해 조종하려 하지만 아크 원자로에 막힌다ㅡ개그가 들어가야 되는데 안 쓴다. 엉뚱한데 쓰기 위해 묵힌다ㅡ로키가 스타크를 쳐 날린다ㅡ스타크가 유리창을 깨고 떨어지는 슬로우모션ㅡ떨어지는 스타크를 다양한 각도로 적어도 일곱 컷에 컷당 5~20초 이상 잡아준다(트랜스포머3의 특수부대 낙하씬 초반 마냥)ㅡ그 사이 자비스는 죽어라고 부르고. 이 때 개그를 써준다. 다급한 순간에 씨알도 안먹힐 개그를.ㅡ그리고 로키가 돌아서는 순간 갑옷이 튀어나와 로키를 지나간다.ㅡ로키는 그 뒤를 다급하게 쫒아가서 쳐다본다.ㅡ갑옷이 토니 스타크 뒤를 따르고 있다ㅡ로키가 큐브봉을 들어 아이언맨 갑옷을 공격한다ㅡ몇 번 맞으면서 비틀거리는 아이언맨 갑옷ㅡ하지만 결국 토니스타크와 합체한다.ㅡ그러나 빌딩에 쳐박힌다ㅡ부서지는 빌딩 샷ㅡ부서지는 빌딩샷ㅡ부서지는 빌딩샷ㅡ부서지는 빌딩샷ㅡ부서지는 빌딩샷ㅡ도망가는 사람들ㅡ도망가는 사람들ㅡ떨어지는 파편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ㅡ빌딩에서 튀어나와 구르는 아이언맨과 도망가는 사람들의 슬로우모션ㅡ부서진 잔해를 따라 이동ㅡ아이언맨 일어난다. 아래에서 위로 찍는 샷ㅡ아이자식 어쩌고저쩌고 말 덧붙여준다.ㅡ그 다음 날아간다.
이런 식으로, 후딱후딱 효율적으로 골라내고 절약하며 넘어가야 할 시퀀스를 무슨 오리 간땡이 부어터지라고 주둥이에 호스 쳐박고 사료 쳐맥이는 것마냥 꾸역꾸역 있는 거 없는 거 다 찾아내 쳐집어넣으면!
누구나 훌륭하게 마이클 베이가 될 수 있답니다. 이 놀라운 깨달음을 단돈 9000원에!!!!!

OTL



2. 
아주 예전, 제가 트랜스포머 1편에 대한 혹평을 쓰면서 언급했던, 인간도 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7년이나 지나서야 접근한 각본가에겐 눈물이 날 지경으로 고마웠지만. 위에서 언급한 마이클 베이 공식으로 인해 역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투씬들은 특히 사람을 지치게 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근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는 거의 시각고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화면 안에는 스토리적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화면을 화려하게 꾸민다는 의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면들만 가득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항상 아쉬웠던 건 그것이었습니다. 무궁무진한 스토리적 요소들의 가능성이 언제나 감독의 장면꾸미기 욕심에 의해 좌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영화를 보면서 품게 된 의혹이지만, 각본가가 공들여 써주면 그 중 작품 자체의 흐름이 아닌 자기 입맛에 맞는 장면만 늘어놓은 후 그 사이들을 어떻게든 늘리고 늘려서 화면 만들려 하는데만 골몰하는 그런 상황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나마 반전이나 입장차라는 걸 조금씩 써먹기 시작한 3편 이후부터는 좀 나아지겠거니 했고, 이번 편도 초반에 조금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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