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떠올려 봅니다. 장시간의 사고 구조와 논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닌, 그저 일회적이며 즉응적 반응만 난무한 상태. 초등학생들에게 이게 어땠냐고 물어볼 때 ....해서 좋았어요, 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끝나는 문장과 뻔한 취사선택의 단어들. 그렇지 않은 존재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남들이 읽어줘야 하는 것을 고려하며 짧은 문장 안에 뭔가를 담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한되는 사고.
이 영화는 딱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터미네이터 1이 이게 뭐야 싶으면서도 열광할 수 있었다는 초기 인터넷 게시판 발현의 순수함이라면, 터미네이터 2는 게시판들을 통해 단련된 진중성이 터져나오는 블로그 초기 단계고, 터미네이터 3은 기능이 복잡하게 많아져버린 수많은 블로그 사이트들 속에서 점점 사람들의 열정이 떨어져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 터미네이터 4가 이제 그런 거 없이 이미지를 통한 싸이월드적 허세만 남았다, 이렇게 비유한다고 볼 때,
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일회성 반응의 게시물에 마찬가지 일회성 반응으로 화답하는 그런 느낌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아이콘들의 사용도, 설정의 짜임도, 존 코너가 변한 이후 내뱉는 대사들,
카일과 새라가 주고 받는 대사들, 상황의 흐름들,
그리고 의미심장한 터미네이터의 팝스화. 그 한없는 가벼움.
모든게 그냥, 일회성 반응으로 끝나서, 뭘 곱씹어볼 여유도 없이 흘러가고 갱신되는
SNS 같은 영화 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참 씁쓸해지네요.
폭싹 늙어버린 것 같아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