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출장지에서의 공항이며 호텔이 너무나 실감나게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스탠다드 룸의 그 뻔한 구조와 가구들, 규격화된 호텔룸 서비스 속에서 일어나는 하룻밤 장면까지.
전화할 사람 하나 제대로 없고 아들에겐 돈줄, 아내에겐 남편'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남자 스톤. 그는 호텔의 하룻밤 동안 지루한 삶을 특별하게 바꿔 줄사랑을 기대한다.
그의 주변에는 모두가 뻔한, 그 자신도 뻔하다. 삶은 지겹다. 그래서 그의 주변, 호텔 사람이든 아내든 아들이 모든 사람이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주인공은 프레골리 증후군(fragoli syndrom), 프레골리 망상(Fregoli delusion)이다.
자기 외에 모든 사람이 각각의 사람으로 위장한 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피해망상의 증후군이다. 그래서 호텔 이름도 프레골리 호텔이다.
중년의 지루한 삶에 대한 권태로움은 세상 모든 이를 식상한 한 사람으로 보게 한다. 그리고 지금 삶에서의 이탈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오는 일탈에 그친다.
그래서 스톤은 예외, 변칙, 변이를 뜻하는 anomaly - 같이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리사 lisa 처럼. 그래서 리사를 아노말리사 anoma-lisa 라 부른다.
그는 리사에게 끊임없이 말을 시킨다. 노래를 불러달라 하고,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말을 시킨다. 자신의 불안과 공허를 그녀의 목소리로 채우려는 듯.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서로 둘도 없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마법적인 일이 바로 사랑이다. 뱃살 나온 쳐진 몸뚱이와 흉터마저 서로에겐 매력이다.
자존감 없는 여자와 열정 없는 남자가 잠시 사랑한다고 해도 그들 인생은 안바뀐다. 잠깐의 판타지 속에서의 성적만족은 제대로 된 사랑의 시작이 되지는 않는다.
아노말리사 뜻은 일본어로 '천상의 여신'이다. 어젯밤 특별했던 천상의 여신은 다음날 아침 음식 지저분하게 먹는 현실의 여자 그뿐이다. 사실 변한 건 스톤의 시선 뿐이다.
스톤에게는 이내 리사 목소리도 다른 사람들과 같아진다. 돌아간 집, 섹스숍에서 산 일본 인형이 정액을 흘리고, 그 입에서 천국을 여행한 내용의 모모타로 동요가 나오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