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마침내 국내에 개봉하는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는 2011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전 세계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품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2011 런던 영화제 작품상>,<2011 LAㅣ타임스 선정 최고의 영화>,<2011 가디언 선정 최고의 영화>,<겐트영화제 관객상>,<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 심사위원상>,<런던 비평가협회 최우수영국영화상> 등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과 각종 국제 영화제들을 휩쓸며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을 열광시키고 있는 최고의 화제작이다.
영화 도입부부터 심상치가 않다.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장면은 즐거운 축제의 장이 아니라 마치 좀비에 의해 갈가리 찢겨진 육신과 튀어나온 내장, 그리고 흥건한 피로 얼룩진 끔찍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피의 카니발. 에바(틸다 스윈튼)의 입장에서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그로 인한 결혼, 그리고 끔찍한 비극으로 가는 여정의 첫 걸음인 스페인 토마토 축제가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로 자란 아들 케빈과 애정 표현에 서툰 에바의 관계는 살얼음을 걷듯 또는 날카로운 칼로 후비듯 긴장감을 불어 넣고 다가올 비극의 예감에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순간들을 영화는 제공한다. 그러니깐, <케빈에 대하여>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고 서늘한 냉기를 뿜어낸다.<케빈에 대하여>는 악마나 괴물 탄생의 원인을 모호하게 만든다.
결핍 가정도 아니고, 어머니의 노력으로도 악마는 순화되지 않으며, 분노는 진정되지 않는다.
<케빈에 대하여>는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도 그 어느 영화보다 잔인하고 섬뜩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한다. 묘한 이미지들의 클로즈업. 말라비틀어진 어머니의 발목, 기니피그가 사라진 텅 빈 우리, 뭔가 들어 있는 것 같은 수챗구멍, 입으로 뜯긴 손톱들의 잔해들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어둡고 차가운 음악들.
무엇보다 기막힌 건, 서늘함과 비극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예술영화 감독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틸다 스윈튼의 공허한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아직 10대라는 이즈라 밀러의 소름끼치는 눈빛은 새로운 배우의 탄생을 목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케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 될 것만 같은 강박관념이 아로새겨진다는 것이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