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 역시 기대하면 실망하는 법.

케이즈 작성일 16.10.29 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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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포영화 잘 안봅니다.

특히나 귀신 나오는 영화는 더더욱 안보죠.

잔인한 영화는 그럭저럭 관람하지만, 귀신 나오는건 안봅니다.

 

무섭거든요.

 

그런데 살인자가 나온다거나 연쇄살인마가 나오는건 잘봅니다.

전 그냥 귀신이 무섭나봅니다.

 

어쨌든.

 

처음 줄거리를 봤을 때 묘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빈집털이범들이 맹인네 집을 털러갔다가 역관광당한다니!

뭔가 비밀이 있다지만 그런건 모르겠고

악당들이 한탕하러 들어갔다가 어둠속에서 공포에 떨면서 역관광 당하는걸 볼 수 있겠구나!

신난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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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저런 아저씨가 악당들을 공포로 몰아넣는걸 내심 기대했고,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응했습니다만

뭔가 핵심적인 것을 완전 놓쳐버린 것 같은 느낌.

유명한 닭칼국수 집을 찾아가서는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나온 느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무엇에 실망했는지.

아래부터는 스포가 강력합니다.

 


1. 사연많은 범죄자들.

 

우리가 공포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통쾌함을 느끼는건

등장인물의 행동을 같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잘난척하고 남 무시하는 캐릭터가 살인마에게 살해될 때는 알게 모르게 시원함을 느끼고

사연많고 불쌍한 캐릭터가 살해될 때 슬퍼하는건 그런 이유겠죠.

 

그런데 이 영화의 나오는 주인공들은 이미 범죄자라는 바탕을 깔고 들어갑니다.

뭔 사연이 있던간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도둑질하는 연놈들에게 동정심이 갈리가.

 

그나마 여주인공에게는 동생이라는 전형적인 보호대상을 넣어놨고,

남주인공에게는 행위에 반대하다가 억지로 말려드는 컨셉을 심어놨지만,

(나머지 한 명은 원래 죽어도 되는 역할. 많이 보셨을겁니다.ㅋ)

기본 바탕은 도둑놈들이고, 도둑질은 나쁘다는 기본 상식에 비춰봤을 때 전혀 동정심이 안갑니다.

 

차라리 동네에서 착실하게 알바하면서 디트로이트를 벗어나려고 꿈꾸는 젊은 청춘들로 설정하지.

그럼 좀 더 공감이 갔을텐데.

 

2. 지하실 사육컨셉이 굳이 필요했나?

 

퇴역군인도 사실 사이코다,라는 설정을 넣기 위해 넣은 설정이었겠지만,

그러니까 마냥 피해자가 아니라 얘도 나쁜놈!이라고 욕하게 만들고 싶었겠지만

애초에 이 도둑집단의 목적은 돈이었고 지하실은 어쩌다 얻어걸린 군인의 사이드 스토리였기에

공감보다는 군인의 감정에 조금 더 공감이 갔습니다.

내 딸을 죽인 애가 돈을 써서 무죄가 되었다!! 그러므로 복수하겠다!!!!

물론 강제 임신시켜서 자기 자식을 낳게하겠다는 개또라이 설정까지 공감한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모두 다 사연가진 범죄자/또라이라는 설정은 도대체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3. 어둠 속의 남자 컨셉은 어디로.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의 핵심은 맹인이 자신의 집에서, 그러니까 주변 지형지물에 익숙한 곳에서

피해자들이 갖고 있는 단 하나의 유리한 이점인 시각을 차단시킨 후 서서히 압박해가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물론 1층-코앞에서 스쳐지나가는 피해자와 맹인 씬과

지하실-유리한 이점이었던 시각을 뺏기고 맹인을 피해다니는 순간이 나오긴 했지만

너무 짧고, 너무 허무하게 소비되었습니다.

 

차라리 '때마침 발전소에 문제가 생겨서 해당 지역에 정전사태'까지 몰고가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까지 들었을 정도로.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 이미 살인마가 맹인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폐쇄된 집안에서 탈출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집니다.

 

 

크게 세가지 정도 때문에 영화 내내 실망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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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한가지 궁금했던 것은...

분명 임신시키겠다고 바지의 가운데를 잘라버렸는데

어쩜 팬티 한번이 안나오게 철저하게 가릴 수 있었는지.

물론 별로 중요한건 아닙니다만.

 

가장 소름돋았던 신이 있다면 엔딩부분인데요.

 

맹인은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딸을 죽인 여자를 지하실에 가뒀습니다.

그렇다면 여주인공이 캘리포니아로 도망갔다고 해서 별로 안전한건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어차피 2편에 나올 것 같지도 않으니 쓸데없는 걱정이겠죠. 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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