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Still and All)

latteup 작성일 17.12.20 19: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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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 만에 영도다리가 개통되면서 화려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영도..
 그러나 이곳에는 갑자기 쏟아진 관심과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 때는 성황을 이루던 점바치 골목에 마지막까지 남은 두 점바치 할매,
 어느새 자신만큼 늙어버린 강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강아지 할매,
 아직도 물질을 멈추지 않은 노년의 청각장애 해녀, 곧 문을 닫을 조선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용접공..
 이들의 희망은 이곳에서 계속 자신들의 삶을 이어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바람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배경인 영도는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흰여울 문화마을, 신선바위로 잘 알려진 태종대 등으로 부산 내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남포동 일대와 영도를 이어주는 다리 중 하나인 '영도대교'는 국내 유일의 도개교이며,

1934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물류 조달을 목적으로 지어졌고, 이후 6.25전쟁때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변하였다.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영도다리 밑에서 보자'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 헤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도대교 밑에 전국 각지의 점바치('점쟁이'의 경상도 방언)들이 모여서 골목을 이루었고, 60-70년대에는 점집이 40여곳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영도대교 재개통과 함께 재개발이 진행된 2015년 당시에는  3개의 점집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중 두 곳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남식 님과 김순덕 님의 터전이었다.

영도대교와 영도 일대는 일제시대, 한국전쟁 당시부터 이어져온 우리들의 아픈 역사가 담긴 장소이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영도 주민들은 각자의 방법에서 변화를 이겨냈다. 스크린으로만 그들의 삶을 본 내가 감히 이 영화를 '슬픈 영화', '먹먹한 영화'라고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 중의 하나를 알게 되었고, 그분들을 알게 되었고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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