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메이커

latteup 작성일 18.06.28 19: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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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토마스(팀 칼코프)'는 예루살렘에서 온 유부남 '오렌(로이 밀러)'과 비밀 연애 중이다. 그런데 오렌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사망하자, 토마스는 오렌의 흔적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렌의 아내인 '아니타(사라 애들러)'를 만나게 된다. 아니타는 카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주방을 청소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 딱히 요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나, 묵묵하면서도 능숙하게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는 토마스의 모습은 재미있으면서도 든든하다. 결국 토마스 덕에 아니타의 카페는 부흥하고, 그와 함께 토마스와 아니타의 관계 역시 발전해나간다. 

 

<케이크메이커>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내고, 연결시키는 '음식'의 힘을 설파하는 영화다. 이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음식의 요소를 빼놓지 않고 넣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는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과연 인물들이 음식을 주고받고,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들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짐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음식의 힘'에 대한 감독의 믿음은 꽤 설득력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는 음식의 영향력을 독일과 유대교 사이에 있었던 비극적 역사의 해소로까지 확장시킨다. 오렌과 아니타를 연결시켜준 토마스의 음식은 하필 독일식 케이크인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이며, 반대로 오렌의 어머니와 모티 역시 토마스에게 이스라엘 전통 음식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픈 역사를 가진 두 민족을 음식에 담긴 문화와 마음을 통해 치유와 연결을 모색하는 모습은 최근 화제가 되었던 남북한 정상회담의 '음식 외교'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상대방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먹는 건, 곧 마음을 주고받는 일과도 같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오랫동안 혼자였던 토마스는 외로움을 해결하기보다 견뎌내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타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그들에게 손을 뻗는 방법을 모른다. 반면 오렌과 아니타는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거나 키스를 하는 등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다. 결국 토마스가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쩌면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그의 갈망이 반영된 덕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가정과, 가정을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남자의 만남. 과연 한번도 요리를 한 적이 없었던 오렌 대신 찾아온 토마스는, 마치 퍼즐처럼 아니타와 딱 들어맞는다. 그리하여 관객은 그들이 그렇게 서로의 결핍을 채워내길 소망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토마스가 오렌의 연인이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그저 토마스의 목소리가 저장된 핸드폰을 아니타가 언제 열어보느냐, 하는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다.

 

<케이크메이커>는 인테리어, 카페, 요리에서 엿보이는 감각적인 미술 덕에,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느낌을 안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외로움에서 시작해, 이전보다 더한 외로움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비극에 가깝다. 간신히 마음의 상처를 추스리나 싶었던 여인은 또 한번의 배신을 당하고, 가족의 품을 알게 된 남자는 또다시 혼자가 됨으로써 이전보다 더 큰 고독을 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멜랑콜리함을 위해 선택했다던 '블루톤'의 촬영 역시 독특하게도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영화의 이런 모순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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