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어느 가족’이라고 막연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들은 万引き, 물건을 사는 체하고 훔치는 가족이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보여 준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와 쇼타 시바타(죠 카이리)가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에서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샴푸 같은 생활용품도 사지 않고 훔친다. 단, 고로케는 돈을 주고 산다. 주인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오사무와 쇼타는 고로케가 식기 전에 집에 도착하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도 어느 집 현관 앞에 방치되어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는 멈춰선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추운 날씨라 오사무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 비로소 오사무의 모든 가족 구성원이 드러난다.
발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할머니 하츠에 시바타(키키 키린),
할머니를 몹시 따르는 딸인지 손녀인지 모를 아키 시바타(마츠오카 마유),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 시바타(안도 사쿠라), 그리고 오사무와 쇼타가 가족이다.
여자아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가족은 난리가 난다. 그래도 아이에게 고로케를 챙겨 주는 여유는 있다.
아이도 경계심 없이 고로케를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노부요는 아이를 데려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유괴는 유괴라고 말이다. 쇼타가 안내를 하고, 노부요가 아이를 업고 그 현관 앞으로 간다.
초인종을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사이 싸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부부는 아이가 없어져서 싸우는 게 아니다. 아이 자체를 부정하며 각자가 잘했다고 싸우고 있다.
싸움 끝에 엄마인 듯한 여자가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 소리에 노부요는 아이를 업은 채 돌아서는데..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꼭 낳아야만 엄마가 되는 거냐는 노부요의 질문에 경찰은 그래도 낳지 않으면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낳지 않아도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노부요가 그 답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고《어느 가족》은 말하고 있다. 노부요 역시 마지막에 역부족이라고 인정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긴 아키가 오사무에게 언니랑 섹스는 언제 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오사무는 하지 않는다며, 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답한다.
둘은 마음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아키는 보통 돈으로 이어져 있지 않냐며 반문한다.
그동안은 안 했는지 몰라도 오사무와 노부요는 섹스를 한다. 그때가 하필이면 노부요가 직장을 잃었을 때다.
노부요는 섹스뿐만 아니라 하지 않던 사치도 부린다.
마음만으로 가능했던 관계가 어떤 변화 앞에서 스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돈 앞에서는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은 계속 흔들린다.
범죄로 얼룩진 가족은 결국 해체되고 만다.
언젠가는 다시 함께하지 않을까. 쇼타의 혼잣말에 희망을 가지고 싶다.
대부분의 가족이 그러하듯 이 가족도 진심을 전하지 않고, 담고 있다.
그러다가 그대로 그냥 가지고 가기도 한다.《어느 가족》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질감이 어느 순간 동질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