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latteup 작성일 18.08.28 1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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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07년 개봉작이었는데 CGV에서 재개봉을 했습니다.

원작 소설과 함께 영화도 주목을 받았던 기억인데 아마도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안 봤을 거에요.

오랜만에 하비에르 바르뎀 연기 보고 싶어서 극장을 찾았습니다.

몇 년 동안 동네 CGV를 다니고 있지만

요즘처럼 평일 휴일 할 것 없이 관객이 많은 적은 처음이에요.

무더위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극장이 호황이라는 기사를 접했는데 정말 그런 듯 합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이 극장에 모이는 모습이 새롭기도 했고

화장실까지 오가는 짧은 거리에도 인파를 피하느라 애쓰다 보니

다음엔 평일 오전에 와야 겠다 했습니다.

 

영화는 80년대 정도 보이는 시대의 미국 텍사스주를 배경으로 합니다.

처음엔 우리의 타노스로 거듭난 조슈 브롤린(르웰린 역)이 사막에서 사냥하던 중 범죄현장을 발견하여

시체들 사이에서 거금이 든 돈가방을 가로채

원래 돈가방의 주인이거나 주인의 하수인으로 보이는 사이코 킬러 하비에르 바르뎀(안톤 시거)에게 쫓기는 내용입니다.

안톤 시거는 르웰린을 추적하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차를 뺏기 위해서 또는 자기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아니면 이유 없이 죽이는데 그 상황들이 아주 섬뜩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에 숨을 죽이게 되는데

검색해 보니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배경음악 사용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공포영화나 스릴러를 볼 때 너무 무서우면 머리속에서 음악과 영상을 분리시키곤 하는데

이 영화는 긴장감 유발을 위한 음악이 없었음에도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음악과 영상을 분리할 수 없어서 긴장을 느슨하게 할 방법이 없었던 거죠.^^;;

 

르웰린과 안톤의 뒤를 쫓는 보안관 에드역의 토미 리 존스가 영화 중반까지는 비중이 적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주인공이 에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개념이 에드의 나래이션이나 대사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고요.

하비에르 바르뎀과 죠수 브롤린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토미 리 존스의, 퇴임을 앞둔 보안관 연기는 토미 리 존스만 할 수 있는 연기였습니다.

카메오처럼 잠깐 등장한 우디 헤럴슨은 이 영화의 경험이 '쓰리 빌보드'에서 도움이 되었겠다 싶습니다.

 

안톤에게 죽기 전 많은 사람들이 'You don't have to do this.'라는 말을 한다는 장면이 있습니다.

안톤에게는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는 중요하지 않은데 죽기 직전의 사람들은 죽일 필요가 없으니 살려 달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열명 중 아홉명은 죽이고 한 두명을 살려 주는데

살려줄지 말지는 동전 던지기로 정합니다.

상대방이 동전이 아니라 네가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니 안톤은 동전도 나에게 동의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잔인한 범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닥치는 대부분의 일들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지 않죠.

그냥 그런 일이 하필이면 나에게 일어났을 뿐인데

그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그 일 또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내가 해야할 일을 해 나갈 수 있느냐,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

라는 질문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르웰린은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죽어가는 사람에게 물을 먹여주러 갔다가 안톤에게 꼬리가 잡히고

(반대로 당연히 그냥 두었어야 할 돈가방에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도망자 신세가 되죠.)

에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무릎쓰고 안톤의 범죄 현장에 다시 한 번 찾아갑니다.

그런 장면들이 작품의 의도를 보여주는 장치 같아요.

에드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등장하는 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에드가 안톤을 계속 뒤쫓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사명에 충실한 행동이었기에 헛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봅니다.

 

살인 장면이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영화라

심신에 유익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11년 전 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세련된 연출을 보는 재미도 있고요.

아직 덜 나이 든 세 남자 주인공의 연기도 볼 만 합니다.

웬만한 공포 영화 뺨치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 보는 동안 더위를 싹 잊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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