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받은 예술가의 전기를 다룬 영화의 영화계 평점이 언제나 대체로 높은 반면, 나는 언제나 실망스럽다.
거북목을 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고 무심한 표정을 짓다가 난데없이 역정을 내는 예술의의 캐릭터,
거기에 줄담배와 과음은 덤인데, 이런 인습적인 성품이 그 예술의 실제 캐릭터였어도 진부한 감이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생애를 다룬 <파이널 포트레이트>의 해외평점은 대략 중간 점수 ★★★ 정도 되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점은, 그가 본처와는 별개로 같은 집에서 연하의 매춘부 캐롤린을 애첩처럼 자주 불렀고,
포주에게 모델료와 화대를 한꺼번에 지불할 만큼 캐롤린에 의존했다는 사실,
어디까지 진실인진 모르겠으나 ‘매일 자살하는 생각을 했고,
자살을 가장 황홀한 경험’ 일거라고 말했다는 점(정작 그는 심장마비로 사망).
아마 일반 관객을 사로잡을 법도 한 화가의 진술 “보는 대로 그리는 건 불가능하다”,
“초상화를 완성할 순 없다”는 둥의 말들은,
사진이 출현한 이후 미술계가 구조 조정되었던 객관적인 미술사의 진실을 옮긴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