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뭔가 수상해 보이는 기자 한 명이 납치된다. 그리고 얼마 후 시작된 인질협상. 국제적인 무기밀매조직의 두목 민태구(현빈)이 전화를 걸어온 것.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의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을 협상 파트너로 고집했고, 그렇게 갑작스레 불려 나온 채윤과 태구 사이의 협상이 시작된다.
오직 화상전화를 통해서 진행되는 대화는 묘한 거리감과 긴장감 사이에, 왜 민태구가 하필 하채윤을 지목했는지, 그리고 그의 목적은 무엇인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최근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 봤던 ‘서치’는 영화 상영시간 내내 컴퓨터 모니터, CCTV 같은 또 다른 카메라 속 영상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 영화 ‘협상’은 두 주연배우인 손예진과 현빈이 화상전화의 모니터를 두고서 대화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덕분에 두 배우가 직접 한 화면에 동시 등장하는 건 극후반의 한 장면 뿐.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진다. 사람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감정을 주고받는 것과는 달리, 화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연기는 (촬영을 하다보면 실시간 대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마치 크로마키 앞에서 혼자 연기하는 것처럼 훨씬 더 어렵다. 게다가 둘 모두 그리 크지 않은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야외 촬영신이 많지 않다.) 그 와중에서도 손예진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현빈은 나름의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해 낸다.
좁은 공간에서 테러범과의 대화(협상)을 이어간다는 면에서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던 ‘더 테러 라이브’와도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이 영화는 여기에 적당한 액션과 반전까지 더해 자칫 단조로운 구도에 머물 뻔 했던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든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몰입감도 있고, 재미있었다.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선 가장 마음에 들었다.(뭐 손예진에 대한 호감도 일부 영향을 줬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