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중반쯤 이어질 때에는 베놈 스스로 자신들의 치명적 약점을 인간들에게 술술 자백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이 영화의 감독은 작품에 등장하는 지구인과 외계 생명체들의 지능을 한없이 낮춰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찍으려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베놈은 마블 특유의 구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약간 덜떨어진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이 유머 코드에 둘러싸여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치장된 현란한 액션 장면이 그 위를 덮는 구조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들 특기가 그런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기본적인 시나리오의 완성도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체면치레는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아무리 그래픽 노블의 영화화라고는 하지만 곧이곧대로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부실한 부분이 많아서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무리 봐도 속편이 나올 것이 분명한 듯한데, 혹시 속편이 나온다면 이다음 이야기는 제발 말이 되는 이야기로 우리들 앞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