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 남겨진 이에 관한 영화
하지만 그동안 남겨진 이의 슬픔이 삶에 속한 자들의 것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 반대편에 서서
삶의 저편, 죽음에 속한 자들의 슬픔을 다루고 있다
<고스트 스토리>에서 남겨진 이는 유족이 아니라 바로 죽은 사람이다
유령은 삶에 무언가를 남겨놓고 저승으로 떠나지 못해 이승을 떠돈다
C는 M이 벽 속에 남긴 쪽지를 보기 전까지 집을 떠나지 못하고
이웃집의 이웃은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집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M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떠나고 그 집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차례대로 들어온다
'폴터가이스트'라는 심령현상으로 그들을 쫓아낸 M은 계속 벽을 긁지만 시간은 영속으로 흘러간다
곧 부지개발에 따라 집은 무너진다
이웃집 유령은 아마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깨닫고 그 순간 이승을 떠난다
(천상에서 아름다운 하모니와 함께 신비로운 빛이 내려와 몸을 감싸며 천국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하얀 천이 푹 꺼지면서 그냥 그렇게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은 순환되어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C와 M이 있기 전부터 그자리에 머물었던 C의 유령은
그렇게 생전의 자신과 사후의 자신을 한번에 바라보게 된다
이웃집 유령은 자신이 누굴 기다리는 지도 잊은 채, 집을 떠나지 못한다
기다림의 대상을 망각한 기다림
이 쓸쓸하고 슬픈 감정은 누군가를 잃고 남겨진 이승의 사람들이 겪을 감정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다
이승에 남겨진 이들은 곧 다시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얻고 새출발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그 자리에 남겨진 유령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잊혀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영겁의 시간동안 그자리에서 끊임없이 벽을 긁어 M이 남긴 쪽지를 꺼내기 위해 떠나지 못했던 C는
결국 쪽지를 꺼내어 읽게 된다
무엇이 써있는지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C는 이웃집 유령이 그러했듯이, 그자리에서 푹 꺼지며 사라진다
가끔은 그런 경우가 있다
무언가를 기다릴 때, 그 기다림의 대상은 더이상 중요치 않고 기다림의 시간들이 더 선명해지는 경우
찰나가 영원이 되고 영겁의 시간이 되는 경우
영화가 굳이 쪽지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은 건,
C가 무엇을 보기위해 떠나지 못했는지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