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처먹고 피시방 야간 알바....

마나나펜 작성일 12.03.19 0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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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팅족으로만 살다가 이런 곳이 있나 싶어 글을 올립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부산에 사는 28살 잉여남정네 입니다.

알바만 해도 고등학교때부터 시작해서 어디보자..하나 둘...28개 정도 했었네요. 오래한건 거의 없고요 길어봤자 5개월 정도.. 이 나이 처먹고 지금까지 취직은안하고 주구장창알바만 하고 있으니 제 스스로 돌아봐도 병신같네요 진짜;;;

뭐 처음에는 좋았어요 고등학교때 왜 그 있잖아요? 교실 구석 자리에서 쉬는 시간 판타지 소설있고 만화그리는 다크템플러족..그랬습니다. 전 사람과의 커뮤니 케이션이나 만남을 피하고 다녔죠. 그러다보니 성격도 음침하고 말재주도 없었죠.

그러다가 집에서 "너도 이제 고등학생이니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해라" 라고 못을 박으셨습니다.아, 물론 꼭 필요하거나 사야 할 물건들은 부모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시면 돈을 주셨습니다만...그 때부터인가요? 돈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 저는 대학로 고기집에서 서빙일을 처음으로 시작했었네요... 실수 조낸 많이 하고 고기 엎지르고 술병 엎지르고 냉면 손님 면상에다 엎지르고 ....결국 3일만에 짤렸었드랬죠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쪽팔림;;) 좌절모드로 동굴파고 있었는데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다른 고기집에서 알바하고 있어서 거기로 가서 일을했습니다. 그 떄부터 제 전환점이었죠. 윗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 땀흘려 돈을 번다는 그 느낌. 즐거웠습니다. 차차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게 되었죠.

아무튼! 이래저래 알바하면서 학비모으고 군대갔다가 전역해서 마트, 공장 , 행사장 , 장례식장 등등 돌아다니며 하루살이 인생이 되었었죠.

 25살때까지만해도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그러다 이런저런 현실로 꿈을 접고(물론 지금도 취미로 그림을 그림) 일본어를 공부하고 시작했었어요.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ㅋㅋ 그래서 학원다니며 일본어 공부하다가 일본에 유학생으로 갔습니다. 1년동안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일본어 학교를 다녔죠. 새벽2시에 일어나서 신문돌리고 끝나고 집에와서 밥먹고 바로 학교 ㄱㄱ 학교 끝나면 바로 오후 배달하러 ㄱㄱ 배달 끝나면 수금하러 다님. 집에오면 밤10~11시...하루 3~4시간 자면서 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걸 어떡해 견디면서 일했었지? 라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ㅋㅋ 그렇게 1년 마치고 귀국한게 작년 9월이군요.. 거기서 일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일본어실력도 부쩍늘어서 공부에 탄력이 확 받았죠.

그런데....한국에 돌아오니 집안 사정이 안좋아서 모아온 돈을 전부 드렸어요. 500만원...(환전하고 생각보다 많아서 놀람)

딱히 모을려고 모아진 돈이 아니었어요. 맨날 일만 하니까 돈걱정은 없었드랬쬬. 먹고싶은거 사먹고 입고 싶은거 사고. 단지 돈 쓸 시간이 없었을 뿐ㅋㅋㅋ

막상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으니까 또 불안불안 해지더군요. 부모님께서도 제 사정을 아시니 차비나 식비(학자금 대출이 이자랑 휴대폰비문제도 있어서)를 챙겨주시는데 28살 먹고 부모님께 용돈받으려니 얼굴이 붉어지더군요...원래 계획은 한국에 귀국해서 빡시게 공부하다가 다시 세슘과 원자력의 나라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 가는 계획이었어요. (네 압니다. 거기 가면 병신된다는거...하지만 이미 3월 지진후에 방사능 비 다맞으면서 배달했었어요. 이미 제 인생 젖망임 ㅋ ) 차라리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하자고 생각하고 겜방 야간 알바를 하고 있죠. 이제 두달 됬네요. 저도 여지껏 세번정도 겜방 야간 알바를 해봤지면 여긴 동네(온천장) 겜방이라 그런지 야간엔 손님이 많이 없네요. 적으면 5~7명 많으면 14명정도... 대신 시급이 ..

시급이...3천원 ㅠㅠ 10시간 하니까 하루 3만원이네요 ㅋ 사장님(여자)은 피시방 가게만해도 3개나 가지고 있어서 바빠요. 오시면 그냥전 알바 시간대의 돈만 회수하고 사소한거 지적만 하고 가십니다. 그래서 그런가요?오전 하고 오후 알바 애들이 어려서 그런지 사장눈을 피해 손님들이 계산한거 일부러 가격 고쳐서 남겨 먹는겁니다. (예를 들어 5시간 하면 5천원인데 정액제로 자기 마음대로 고쳐서 차액을 만들어 자기가 챙김) 저는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모른척 했습니다. 알바생끼리 인사만 하는 관계기도 하고 사장이란 그렇게 사이 좋은 사이도 아니고요. 그런데요... 이틀전에 사장이 눈치까서 그런지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더군요. 컴퓨터 사용내역 막 뒤지면서...당연히 다 들통났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오후알바는 잠수타버려서 경찰에 신고된 상태고 오전은 자진해서 매장에 나와서 사장님께 고개숙여 사죄하더군요. 사장님도 천성은 착한지 "횡령한 가격만 되돌려 주면 그냥 없던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는 설교 모드로 들어갔죠. "사람이 천성이 어쩌고 범죄가 어쩌구 기본이 중요하다." 응? 기본이라고? 그러면 

 " 기본 시급이나 지키고 기본 운운하십쇼!!!!!!"

라고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왔다가 그냥 삼켰습니다 ㅋㅋㅋㅋ 사실 저도 찔리는게 있었거덩요. 솔직히 횡령은 하지 않았지만 (진짜!) 우리매장은 알바생은 손님용 컴퓨터를 사용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야간에 간혹 사람도 없고 하면 영화보거나 인터넷을 하는데 우리 매장에는 없는 손님 카드 "1번"카드로 등록하고 제돈 천원 입력해서 10시간으로 정액제로 쓰곤 했죠.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 쓰라고 있는 컴은 조낸 느리고 하다가 전원나가는게 한두번이 아님;;;)

이걸 어제 사장이 발견하고 또 사용내역 조사하더군요.    자그마치 68만5천100원...ㄷㄷㄷㄷ다 물어 내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켜놓고 손님커피나가거나 음악틀어놓고만 있었는데..사장이 알리만무했죠...그래도 저는 찔리는건 없으니 차분하게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사장님 제가 사장님 몰래 컴퓨터 사용한건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진짜 횡령한 적은 없습니다.믿어주세요.

그걸 무슨 수로 믿냐고 샤우팅 지르더군요. 헐;;; 다행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냥 편의상 1번 카드로 20번자리나 19번 자리에서만 컴퓨터를 써왔었거덩요;; 그러니 사장님도 어느정도 납득은 하시더군요. 또 이래저래 설교모드;;;

그래도 사장님이 "네가 여지껏 다른 알바랑 다르게 일도 똑바로 하고 손님들 평판도 좋고 하니까 이 일은 그냥 없는 것으로 하겠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해라" 라고 했습니다. 물론 믿어줘서 엄청 고마웠지만....이번 달 말까지만 하고 노동청에 고발하러 갈 작정이었는데;;(기분시급 다 받아먹을려고....) 이번 일로 지뢰 밟아서 나중에 물고 늘어지면 피곤해 지겠네요.

 

어찌할까요 짱공 선배님들 ㅠㅠ 찌질한 고민이긴 하나 노동청 고발하면 50만원정도 받을 수 있던데 상담좀 해주세요.

 

* 회사의 직원이 사장 제외 5명 이상이면 야간수당1.5배 더 받을 수 있나요? 

 

(스압이라 요약해드릴꼐요.)

1. 알바생들이 사장눈 피해 돈 횡령함

2. 사장 단속ㄱㄱ 돈 다받아냄..

3. 저는 시급3천원이지만 일 끝까지 다하고 노동청에 기본 시급문제로 고발할 생각이었음. 그런데 사장 몰래 컴터 정액제

   고쳐서 컴퓨터 쓴거 들통남. (횡령한건 아님!)

4. 괜시리 덤탱이 쒸어서68만5천100원 물어줄 상황이었지만 사장이 내 말 믿어주고 없던 일로 해줌 .

5. 고맙기도 하고 뭔가 약점 잡힌 것 같아 일 끝나면 노동청 고발 망설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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