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빠하고 대화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까진 '뭐 대화 없을 수도 있지' 라고 생각 해왔습니다.
근데 제가 이번에 군대에서 외박 나왔는데 제 후임 부모님이 차를 태워주신다고 해가지고
좀 얻어 타고 오는데 제 후임이랑 후임의 부모님이랑 하는 대화 들어 보니까
참 제가 아빠와 대화가 너무 없는 편이라고 또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냥 아빠한테 꼭 필요한 말만 하거든요. 그 이외 잡담은 꺼내지도 않습니다.
후임이 자기 부모님이랑 말하는 거 들어 보니 뭐 부대에서 있었던 얘기 별 오만가지 잡담 다 합니다.
근데 저는 하려고 해도 괜시리 하기 싫어지고 그러구요....
2~3년 전 정도에는 제가 말 없는 게 섭섭하셨는지 술먹고 술주정 한 번 되게 크게 부렸습니다.
가뜩이나 말 없는데 저 사건 이후로 더 말이 없게 됐지요.
참고로 저는 엄마가 없습니다.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 까지는 집에서 그래도 말 많이 하는 편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빠가 종종 술 먹고 들어 오면 맨날 술주정 해대니까 엄마가 그거에 지쳐서 집 나갔고
엄마가 없으니 자연스레 술주정은 형하고 저한테 돌아왔습니다...
그 당시엔 엄마가 집 나간 건 정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고 생각을 했지만 1~2년 전부터
다시 든 생각이 엄마는 집을 나가는 게 최선의 선택이였을까 의문이 들었고
지금 제가 내린 판단은 엄마가 집을 나갔기에 술주정이 저한테 돌아 왔고 분명 엄마도
자기가 집 나가면 저하고 형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서도 나갔을 겁니다.
종종 술먹고 들어오는 아빠 때문에 중2때 까지는 되게 힘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술주정이 좀 줄었거든요.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요즘들어 엄마가 저 만나고 싶다는 말도 형한테서 듣고 그럽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이제 다 크니까 이제와서 연락하는 건 뭘까요.
제가 20살이 될 때까지, 또 지금도 엄마가 없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곤란한 적이 많았는 지 알긴 알까요.
초등학교 졸업식때 아빠랑 형이랑 할머니랑 와가지고 사진 한 장 얼른 찍고 도망가버렸습니다.
엄마 없는 거 친구들한테 눈치 보여서...
중학교 졸업식 때는 할머니만 왔는데 그냥 사진도 안 찍고 도망가버렸습니다....
다들 엄마 아빠 왔는데 저만 안 오니까 쪽팔려서....
고등학교 졸업식 때는 아무도 안 왔습니다... 정말로...
군대 입대할 때도 형이 버스로만 잠깐 데려다 준 것 빼고는 저혼자 훈련소 찾아가서
훈련소 앞에서 혼자 돈까스 먹고 혼자 그냥 들어갔습니다...
훈련소 퇴소식때 면회를 했는데 남들 다 면회하는데 저 포함 6명이 면회를 안 왔답니다.
200명이 넘는 훈련병들 중에서 6명... 또 거기서 5명이 상근이고 유일하게 1명이 현역...
그 현역이 접니다... 북받쳐 오르는 울음 꾹 참고서 화장실 들어가서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가족이 저한테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바빠도 한 번 와 줄만 한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정말 필요로 할 때는 없는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