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면 부럽다고 하는 이름만 대면 아는 외국계 대기업 다니고 있습니다.
일의 성격상 갑인 회사와의 업무만 있고 저에게 을이 되는 곳은 없습니다.
갑 역시 국내 최대 대기업이고 그 중 가장많은 8할 정도의 업무비중을 차지하는 갑인 사람이 있는데
약 30여년 전 즈음에 그 회사가 한창 몸집을 불릴때 쉽게 입사한 고졸출신입니다.
학력을 무시하려고 언급한게 아니라 오히려 갑 본인이 학력에 관한 자격지심이 있습니다.
제가 지방 국립대 출신인데 한마디로 너같은게 어떻게 그런회사에 입사를 했냐는 뉘앙스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으니까요.
(갑 본인의 학력을 생각한다면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년이 3년정도 남은 50대 중반에 만년과장인데 아마도 진급하는데 학력이 발목을 잡혔다고 생각해서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꼰대정신 투철하고 까다로운 성격에다 꼼꼼하기까지 한 산전수전 다겪은 너구리입니다.
근성은 인정하는게 젊은 엘리트들 사이에서 그 나이에 과장직급으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요.
그.러.나.
같이 일한지는 3년정도 됐는데 그동안 겪은 수모와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못 할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항상 한 제품의 개발이 완료되면 각종 자료부터 최종샘플까지 제출합니다.
정식 절차니까요. 이메일, 출력본, 복사 CD까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그 자료나 샘플이 필요해지면
자료보내라고 합니다. 샘플 어디있냐고 왕복 3시간 거리를 들어와서 찾으라고 합니다. 귀찮은거죠.
아예 양식을 만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업무보고 하라고 합니다.
우리회사에서도 주간업무보고때나 하는걸...
그러다가 보고파일을 보고는 이거는 뭐냐 저거는 뭐냐 물어봅니다.
같이 한 업무들인데... 평소에 확인안하는거죠. 본인 주간업무 보고용입니다.
종종 갑인 회사의 지방공장으로 출장을 가는데 꼭 금요일을 끼워서 일정을 잡습니다.
출발할 때는 본인 집근처로 가서 태워가야 합니다.
업무 끝나면 저는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지옥같은 정체를 겪으며 겨우겨우 상경하는 반면
본인은 남아서 주말동안 본인 동기들 만나서 놀다가 한산할 때 올라옵니다.
그 회사 전용 메신져를 항상 로그인 해둬야 하고 퇴근시간까지 감시합니다.
일이 있어서 본인보다 일찍 퇴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요새 일이 없어 한가해? 바쁘게 해줄까?
주중 평균퇴근이 9시...
일회성 이벤트들이 아닙니다. 3년 내내 겪어왔죠.
처음 이 회사 입사하고 평생에 쓸 운을 다 썼다고 생각이 들만큼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경력직들은 아래로 내려가기는 쉬워도 위로 올라가는 이직은 어려우니까요.
직장인 치고 남부럽지 않은 연봉에 높은수준의 복지
동료들과의 사이도 좋고 상사도 좋은 사람을 만나 일하기도 편합니다.
이런 회사를 퇴사하는 인간들은 정말 정신나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저하나 바라보는 와이프와 딸내미를 생각하며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네요.
갑 한명 때문에...
직장상사가 이런다면 술한잔 하면서 풀던가 치고박고 싸우기라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