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7살밖에 안 된 앳된 얼굴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고1인 김성찬 군은 전경버스 뒤쪽에 있는 수만 명의 시민들을 잠시 돌아본 후 곧바로 전경버스 앞쪽에 진을 치고 서 있던 경찰을 향해 끊임없이 몸을 숙였다.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경찰께 드린다"
김군은 또 "나의 장래희망이 경찰이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경찰의 꿈을 품고 살아왔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꿈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김군의 모습을 본 40대의 여성시민도 전경버스 위로 올라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조카인 한 여대생도 곧바로 이모를 따라 버스 위로 올라 끊임없이 절을 했다.
40대 평범한 시민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의 여성은 "한 배 한 배 절을 올릴 때마다 각각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며 "한 배는 쇠고기 협상을 막기 위해, 다른 한 배는 차별로 억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또 다른 한 배는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고통 받을 이 땅의 서민들을 위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카가 옆에서 같이 절을 하고 있자 "그 아이가 지금 이 현장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와 함께 옆에서 절을 올리던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대생은 "여기 모인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고 있다"며 계속해서 몸을 낮췄다.
경찰과 청와대를 향한 이들의 절은 30여 분간 계속됐다. 절을 하던 도중, 전경버스 뒤쪽에 있던 경찰은 어느새 뒤쪽으로 후퇴했고, 길을 막힌 채 우왕좌왕 거리던 시민들은 밤 10시 30분께 경복궁 옆 삼청동 길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수만 개의 '촛불'이 가진 간절함, 무릎 꿇음으로써 보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