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이 방송에 나와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없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기억이 난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것은 우선 긍정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참모나 방송 신문으로 들은 것보다는 훨씬 현장감이 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짜여 진 질문보다는 진솔하게 대통령께 묻고 그 질문에 답변을 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말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가 형식에 그치고 만다면 전파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지난 4개월 촛불집회 동안 국민들은 대통령과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은 번번이 광화문에 네거리를 막고 있던 닭장차나 어청수 경찰청장이 쌓아놓은 컨테이너 박스(명박산성)를 넘지 못하고 막히고 말았다. 이럴 때마다 답답한 마음은 국민들 가슴을 짓눌렀다.
취임 6개월 만에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고 하니 우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께 질문할 내용을 KBS 게시판에서 미리 받아 선별 하고자 했는데 비난 글이 너무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실명을 걸고 쓴 글이 비난성 글로 5천개가 넘었다니 그 동안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았다는 것을 미리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질문을 볼 수 없게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이유가 청와대에 질문을 노출 시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시청자들만 보여 줄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나는 12가지를 대통령께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질문이 KBS에 전달이 될 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궁금한 것이 많지만 짤막하게 요약해서 한번 올려본다.
첫째: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진짜 경제(747)를 살릴 자신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경제 상황이나 여건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보았을 때 신뢰성이 너무 떨어져서 묻는 질문이다.
둘째: 대운하를 다시 팔 생각이 있는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를 파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심심하면 정부 측에서는 대운하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확실한 대통령의 답변을 듣고 싶다.
셋째: 대통령이 생각하는 서민경제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금 서민들은 다들 죽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공공요금은 추석이 끝나면 오른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타고 나온다. 어떤 것이 서민경제인가를 듣고 싶다. 더불어 서민경제 살리기의 정책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넷째: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을 했는데 대통령이 생각하는 법과 원칙이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들 중 법을 어긴 경우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도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8.15 특사로 재벌 경제사법들이 대규모로 석방이 되었다. 법과 원칙은 힘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다섯 번째:도덕과 상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부 장관이나 비서관들의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재기되었다. 논문 표절부터 땅 투기 의혹까지, 과연 지도층은 어느 선까지 도덕적 잣대를 갔다 되어야 하고 상식적인 선으로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지 궁금하다. 더불어 능력만 있다고 생각되면 도덕과 상식은 필요 없는 것인가.
여섯째: 촛불집회를 어떻게 보았는가. 대통령은 북악산에서 수십만 시민들이 든 촛불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그 반성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일곱 번째: 미국산 쇠고기를 보고 질 좋고 값싼 쇠고기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 대다수는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지 않는다. 지금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런 국민들에게 질 좋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있는가.
여덟 번째: 촛불집회 때 광화문 네거리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놓은 것을 보았는가. 일명 명박산성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이 장벽을 보았다면 그것을 보고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아홉 번째: 요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 때 한 자리 숫자로 내려앉은 경우가 있었다. 그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땅에 떨어진 지지율을 보고 국민들이 정말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또 최시중 씨 말처럼 KBS 정연주 사장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열 번째: 대통령은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자. 지도자가 역사를 두려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역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우리 어린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지 한 마디 해주었으면 좋겠다.
열 한 번째: 교육은 꼭 무한경쟁(국제중, 자립형 시립고, 특수목적고 등)을 해야하는지 묻고싶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학생들이 지금의 교육 제도도 너무나 힘들어 하는데 이 대통령의 교육 정책은 일등도 결국 죽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오늘 그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땅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이 대통령처럼 능력이 되지 않는다. 능력이 되지 않는 꼴등도 즐겁게 학교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지.
열 두 번째: 청와대에 들어가 지난 6개월 동안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는가. 대통령은 힘들 때 누구와 가장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시장에 가서 하루 종일 노점상 할머니들을 보거나 서점에 들려 이 책 저책 골라 마음껏 공짜로 읽는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참으로 고달프다. 그 고달픔을 참고 일을 하기에 때로는 외로울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지도자 역시 사람이기에 아파할 수 있고 때로는 너무 아파 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국민들 마음이다. 그 중 서민들의 삶은 꿈에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게 지도자이고 성공한 지도자로 남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