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13일 "경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입 다물겠다"고 주장해 정보당국의 신원파악 논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 매체는 12일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네르바가 한때 증권사에 다녔고, 해외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50대초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후 네티즌들은 정보당국이 신원을 파악한 것은 언로를 통제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미네르바는 지난 4일 이후 9일 만에 처음으로 글을 썼다.
미네르바는 13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에서는 경제 예측을 하는 것도 불법 사유라니 입 닫고 사는 수 밖에 없다"며 "이제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근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한국처럼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대가를 요구하며 경제성장을 외치는 나라치고 성장한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며 "남은 것은 30년의 암흑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제적 대응 조치로 경제적 파탄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모든 기회를 놓쳐버렸다"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고귀한 의원들이 부르는 일반 서민들은 너무 지쳤다"며 "이제 진이 빠져서 더 쥐어 짜내려고 해도 그럴 여력도, 힘도 남아있지 않은 천민 경제 상태"라고 강조했다.
미네르바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했던 한 네티즌의 필명. 9월 초 리먼 브라더스 부실사태를 미리 예상하면서 인기 논객으로 부상한 미네르바는 앞으로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비관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왔다.
한편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네르바 신원 파악에 대해 "권력의 오만이자 통제의 야욕"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원 파악은 인터넷 익명성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신원파악 행위는 인터넷 여론을 '악의적 루머' 수준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저급한 인식과 인터넷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당국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신원파악에 나섰는지, 정부가 의뢰하면 정보당국은 얼마든지 해당 인물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병욱기자 tongjorim@<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