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동부 ‘종합대책 문건’서 첫 확인 파견대상 업무확대도…노동계-정부 충돌 예고 반발 거세자 ‘여당의원 대표 발의’로 방침 바꿔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부·여당은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 입법이 아닌 여당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형식을 취하는 등 강행처리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 개정안을 둘러싼 노-정 충돌이 예고된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보면, 노동부는 “기간을 단축하거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은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며 “기간 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못박았다. 그동안 이영희 장관 등 노동부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사용기간 연장 불가피’를 언급하긴 했지만, 노동부 차원의 기간 연장 방침이 공식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는 특히 “기간제 근로자(평균 근속 2년4개월)의 정규직 전환율은 8%인 반면, 반복갱신자(4년4개월)의 전환율은 53.6%”라고 밝혀, 현행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할 방침을 내비쳤다. 노동부는 “내년 초부터 고용불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 연초까지 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어, 법 시행 만 2년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특정 업종에 제한된 파견근로 대상 업무 확대도 ‘종합대책’에 넣어 검토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애초 이런 내용을 담아 정부 입법을 추진하려다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여당 쪽과 협의해 안홍준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 대표 발의하는 쪽으로 추진 방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쪽은 “사용자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고루 담겠다”고 밝혔으나, 노동계가 총력 저지를 공언하고 있어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당·민주노동당과 공조를 강화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밝혔고,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도 “노사정위 논의를 무시하고 정부·여당이 법안을 발의한다면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노동부가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단체들과 논의하는 절차도 무시하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한다면 더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혜정 황예랑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