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남궁욱.최승식] 9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청역 뒷골목 '욕쟁이 할머니 실내포장마차'는 썰렁했다. 텅 빈 가게엔 종업원 아주머니만 앉아 TV에 넋을 놓고 있었다. “장사가 안되나 봐요”라는 물음에 아주머니는 “오겠죠, 뭐…”라고만 답했다.
이곳은 강종순(68)씨가 하는 대폿집이다. 강씨는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과 TV 선거광고를 찍어 유명 인사가 된 '욕쟁이 할매'다. 그래서 지하에 자리 잡은 강씨의 가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광고 장면을 인화해 놓은 대형 액자 두 개다.
사진 속의 이 대통령과 강씨는 여전히 마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광고가 전파를 타던 때만 해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웃돌았다. 강씨 가게의 하루 매상도 70만원을 웃돌았다. 두 사람에게 웃음이 절로 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1년 동안 많은 게 바뀌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가 겨우 20%대 중반에 멈췄다. “IMF(1997년 외환위기) 때도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회상하는 강씨 가게의 하루 매상은 지난해의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광고에서 강씨는 이 대통령에게 하필 “이눔아, 경제는 꼬옥 살려라~잉!”이라고 외쳤다.
가게에 강씨가 나타난 건 오후 8시를 넘겨서였다. “계단만 오르면 다리가 끊어질 것 같다”면서도 이날도 한 푼을 아끼려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시간에 나와 손님이 없어도 가게에서 새우잠을 자다 다음날 새벽에나 집에 들어간다. 택시비 할증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내일모레면 일흔인 강씨의 삶이 이처럼 빠듯한 건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어서다. 강씨의 남편은 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 아직 회복 중이다. 아들은 몇 년째 고시 공부 중이다. 딸은 취직은 했지만 생활비를 보탤 형편은 못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게에서의 수입은 최근 몇 달 새 가게세와 재료비, 종업원 월급으로 녹아 버리고 있다. 강씨는 “욕도 내가 바빠야 나오는디 요새는 손님이 성기니께(드무니까) 욕도 잘 안 나와, 힘이 없어서”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여유가 없다 보니 강씨는 최근 보험도 깨야 했다. “쓰고 남는 돈이 없는디 매달 부으려니께 계속 '마이나스(적자)'가 나잖여, 그래서…”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고액은 아니었지만 아들과 딸 명의로 2년 넘게 거르지 않고 부어 온 보험이었단다.
하지만 불황 앞에 욕까지 잃어버린 욕쟁이 할머니가 됐어도 강씨는 여전히 '경제 대통령 이명박'의 능력을 믿으려는 사람 중 하나였다. 대통령 얘기를 꺼내자 그는 대뜸 “경제가 지난 10년간 다 망한 거 아녀. 대통령도 '빈 창고'만 물려받았는디 뭔 수가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난 그래도 그 냥반(이 대통령)이 나중엔 뭔가 꼭 해낼 거라구 믿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런 기대가 있기에 강씨는 지난해 추석 때 청와대에서 보내 준 건어물 세트를 지인들에게 나눠 주며 “귀한 거니께 액자에 넣어 잘 보관혀”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요즘도 “대통령 사진 때문에 술맛 떨어진다”고 시비를 거는 손님이 있으면 “이눔아! 대통령이 니한테 술을 달랬냐, 밥을 달랬냐. 술이나 곱게 처먹어!”라고 혼쭐을 낸다는 강씨다.
강씨는 말미에 “대통령이 열심히는 하잖여”라면서도 “그 진심을 국민이 알게 하려믄 서민들헌티 좀 더 신경을 써 줘야 하는디… 쯧쯧” 하고 혀를 찼다.
남궁욱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욕쟁이할머니의 간절한 바램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하지만
순박하게만 살아오셨을 할머니를 정치적으로 기만한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한편으론 저 할머니는 아마 죽어서도 자기가 속았다는 걸 모르실거라는
생각이 드니 더더욱 가슴이 답답 합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거의 맹신하다 시피 믿음을 갖는 할머니께 사기를 친
현정부가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