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의 일이다.

마하유가 작성일 08.12.28 2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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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의 일이다.

어느 동양인 아주머니가 한국말로 "ㅁ ㅣ 치 ㄴ 녀 ㄴ, ㅁ ㅣ 치 ㄴ 녀 ㄴ" 하며 울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 내가 한국 사람인데, 대체 왜 울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자신의 딸이 파키스탄 남자와 살고 있어
잠시 다니러 와서 보니 사는 꼴이 말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아주머니의 딸은 한국에서 8급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전문대 야간 출신이었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모범택시를 몰고 있었다.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딸이 이태원 등지에서
파키스탄 남자와 눈이 맞아 결국
파키스탄으로 시집을 왔다는 것이다.

보통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조금 만 벗어나도 파키스탄은 아주 깡촌이다.
그런데 그곳은 진흙바닥에,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금방 무너질 듯한 통나무 침대가 가구의 전부다.

음식은 짜파티(파키스탄식 빵)에 겨우 고추, 감자,
좀 더 나아봤자 콩을 기름에 볶은 것 정도다.
양고기나 닭고기쯤은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하는 음식이다.
보통 방 세 개짜 리 정도 되는 집에 11식구가량이 생활 한다.

그러나 한국 여자들은 집 근처 30미터를 채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시집 식구 들이 한국 여자를 붙잡아온다.

게다가 한국 여자들의 여권을 남자들이 붙들고 있어
한국 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 엄마도 그런 집에 살고 있는 딸을 탈출시키려고 갖은 애를 썼다.
결국 어떤 한국인 사장의 집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딸의 남편이 사설 경찰을
불러 다 집을 포위하고 그 사장을 협박하는 통에
딸은 남편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엄마는 할 수 없이 혼자서 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의 길거리에서 간혹 한국 말을 하고 있으면
부르카(Burqa)=차도르를 쓴 어떤 여자가 휙 돌아본다.
눈이 분명 한국 여자다. 부르카 안에서
눈물이 한 방울 주루룩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한국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소문이 사실인지, 그들의 숫자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에 대해서는
대사관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교민들은 '대사관의 업무태만'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대사관에 대한 교민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발발 직전이 되어서야
대사관은 현지 상사의 직원들을 동원해 비상연락망을 짜고,
대사관 집무실에 언제든 탈출할 수 있도록 가방을 놓아두곤 했다니까.
한 교민은 대사관에 대한 불만을 단적으로 털어놓았다.
"대사관은 여기서 고생하며 살고 있는 한국여성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
대사관 직원들은 해외를 떠돈지 오래 된 사람들이다.
누구나 꺼리는 나라가 바로 이 파키스탄이다.

평소엔 거들먹거리면서 좋은 집에 살다가, 요즘은 그나마 한국 기자들이 와서 '군기'가 바짝 든 상태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의 말과는 달리, 대사관은 밀려드는 업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했다.
어느 대사관 관계자의 말.
"한국 여성들에 대한 나쁜 소문은 우리도 들어 알고 있다.
한국인 여자들이 파키스탄 남자를 보고 잘 반한다.
대체로 이혼녀, 노처녀 등 나이든 여자들이다.
파키스탄 남자들이 대개 잘 생기고 영어를 잘 하고 여자들에게 사근사근 친절하다.
그런 친절에 반해 결혼한 후, 한국에서 돈을 어느 정도 벌게 되면 파키스탄으로 건너오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들은 거의 집안에서 갇혀 지낸다.
여권을 남편들이 잡아두고 있어 한국으로 못 간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대사관으로 찾아온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임시여권도 발행해줄 수가 있다. 단,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 정도만 여자 의 집에서 마련해준다면."
10월 말 현재까지 이슬라마바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은 모두 4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현지에서 어려움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들의 현황에 대해 물으니 대사관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곳 이슬라마바드는 한국 여성들이 거의 없어요.
카라치에는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긴 우리 대사관 관할이 아니고 카라치 총영사관 관할이거든요.
그쪽으로 물어보시죠.
그리고 제발 한국 여성들이 파키스탄 남자들하고 결혼하지 말라 고 기사 좀 쓰세요."

자국민의 보호를 도외시한 채, 그들의 피맺힌 이야기들을 한낱 '이야깃거리'쯤으로 전락시키는
한국 공무원들의 모습을
나는 현지에서 똑똑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글과 사진/ 이유진 기자 ( bachjin@yeozawa.com) : 여자와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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