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학교 폐쇄하라”…명령 불응땐 폭파 위협
ㆍ“이슬람 교리에 어긋나”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라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북서변경주(NWFP)인 스와트 지역 여학교들에 대해 폐쇄를 요구했다. 탈레반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학교와 학생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해 현지 여학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26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와트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한 탈레반 무장단체 지도자 샤 다우란은 이번주 성명을 내고 “여성 교육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고, 사회에 저속한 풍속을 퍼뜨린다”며 내년 1월15일까지 학교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 만약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교를 폭파시키고 학생들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은 몸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탈레반의 명령에 따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이 지역에서 여학교 125곳을 파괴했다. 스와트는 한때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으며 관광지로도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아프간의 보수적 탈레반 세력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변했다.
급진적 성직자인 마울라나 파즈룰라가 이끄는 이슬람 무장세력은 지난해 말부터 스와트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왔다. 정부군은 200명 이상이 숨지는 피해를 입은 반면 무장단체는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파즈룰라는 오랫동안 “서방의 가치를 주입시키는 학교에 딸들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해왔고, 그 결과 수백명의 여학생과 여교사들이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무장세력은 유엔 지원으로 이뤄지는 소아마비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성기능 장애를 노리는 것”이라며 금지해 이 지역에서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스와트에는 3~9세 어린이 30만명을 위한 남학교 842곳과 여학교 490곳이 있지만, 실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남학생 16만3645명과 여학생 6만7606명뿐이다. 결국 7만명가량이 교육 기회를 잃고 있는 셈인데, 이 중 대부분은 여학생으로 추정된다. 스와트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이 지역 여학생의 절반이 무장세력의 위협으로 학교를 중도에 포기했다. 와지리스탄 등 아프간의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2년간 100여개 학교가 불에 타 5~15세 학생 수만명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민아기자>
- 2008년 12월 26일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