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에 MB 낙하산 무차별 투하

모닝구무스꼬 작성일 09.03.08 17: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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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에 ‘MB 낙하산’ 무차별 투하 [2009.03.06 제750호]

[줌인] 투기 의혹으로 공직 낙마한 인사는 물론 선거캠프·인수위 출신들 대거 추천돼         ‘MB맨들의 사외이사 낙하산 투하.’

정권이 바뀌면서 기업의 사외이사진 색깔도 바뀌고 있다.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사외이사진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일을 도운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사외이사는 사실상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하지만 경력이나 전문성에서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사례가 여전하다. 경영에 대해 잘 모르는 인사들이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발언과 의견을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본 자질이 의심되는 인사까지 낙하산을 타고 사외이사로 내려오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포스코·KT·KT&G 등 민영화 공기업 다수 영입

1236246843_123624602568_20090306.JPG »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을 받은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2008년 8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그는 KT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사진 연합

포스코는 사외이사진을 대폭 교체했다. 포스코는 사외이사진 9명 중 절반이 넘는 5명을 새로 선임했는데,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 참여한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출신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가 새로 뽑혔다. 유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제 부문 정책자문단에 속해 있었고 현 정부 출범 뒤 ‘대한민국 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적이 있다. 김 전 대표는 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에서 퇴직하면서 바로 삼성에 취업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그는 공무원 퇴직 뒤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기업 취업을 2년 동안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포스코의 사외이사는 외부의 사외이사후보 추천자문단에서 3배수로 추천을 받아 내부 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다. 포스코 쪽은 “두 분 모두 경제 전문가여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적 연관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KT는 3월6일 주총에서 허증수 경북대 교수와 이춘호 인하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드러나며 낙마한 인물이다. 이 교수는 45억819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자신과 자녀 등의 이름으로 주택·건물 14건과 토지 22건을 갖고 있었다.

 



허 교수는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기후변화·에너지 태스크포스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향응을 받아 사퇴했다. 허 교수는 인천시로부터 교통편을 제공받아 인수위 소속 인사 8명과 함께 강화도까지 가 갯벌장어 전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KT 쪽은 “통신사업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력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대책 관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임했다. 이춘호 교수의 경우 여성계를 대변하는 분이어서 선임했다. 이 교수는 또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해 KT가 진행하는 콘텐츠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명했다.

KT&G가 2월11일 공시한 사외이사 후보 3명 중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역시 지난 대선 기간에 가동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의 일원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당선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 회사는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이들 회사는 과거 공기업 시절 경영 능력이나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퇴역 정치권 인사들이 돌아가며 임원으로 내려오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경영의 비효율성이 심각한 문제였다.

LG전자는 3월13일 주총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상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김 변호사는 1993년 대검찰청 기획과장, 1999년 서울 고등검찰청 검사장, 2004년 법무부 차관을 거쳐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한 소송 대리인이었다.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도 거론된 바 있다. LG전자는 “김 변호사가 검찰 출신이어서 사외이사의 감독 기능을 잘할 것으로 보고 선임된 것으로 안다. 정치적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LG전자 등도 MB 측근·인척 모셔와

현대제철도 같은 날 주총에서 오정석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오 교수는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위로, 오명 건국대 총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오 교수는 1970년생의 젊은 이사 후보로, 다른 사외이사들과 2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오 교수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전형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김상대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각각 1953년·1949년생이다. 오 교수는 유명 대학 출신에 젊은 나이로 교수가 된 것은 맞지만, 사외이사를 할 만큼 독자적인 사회적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 기업경영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기업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회사 내부 인사로만 채워진 이사회로는 IMF 때처럼 기업의 방만 경영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엔 상장회사는 회사 전체 이사 수의 4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이어 1999년엔 회사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는 이사회의 절반(최소 3인 이상) 이상을 사외이사로 꾸리도록 했다.

상장사의 사외이사 연봉은 평균 2천만~3천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7천만~8천만원까지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 보수가 연 8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SK텔레콤·LG전자도 연 7천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KT는 6천만원이다. 사외이사는 1년에 약 12번 이사회에 참가한다.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2개 직업을 겸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직업은 기업인이 38%로 가장 많다. 다음으론 학계(30%), 법조계(14%), 전직 관료(6%)가 뒤를 이었다.

신희진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겠다며 다른 낙하산을 대신 내려뜨리는 몹쓸 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해 기업지배구조를 건실하게 함으로써 외부 압력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에도 사외이사 논란

금감원, 사외이사 소속 기업과 부적절한 거래 조사

금융권에서도 사외이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회사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자신이 속한 기업과 거래를 주선하거나 이에 개입한 사례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KB·신한·하나 금융지주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빠졌다. 금감원 쪽은 “사외이사가 속한 기업의 대출이나 보증이 객관적인 심사 절차만으로 이루어졌는지, 거래가 성사되도록 사외이사가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했는지 등을 보고 있다. 조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기업 출신 사외이사들이 소속 은행과 여신관계 거래를 맺는 건 업계의 관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지주는 2월12일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절반을 교체했다. 신한지주 사외이사 임기는 1년이지만 대부분 유임되고 매년 2명 정도 교체됐던 점에 비춰 큰 폭의 물갈이인 셈이다. 다른 지주회사들도 금융당국의 견제 움직임에 내심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현재 기업 출신 사외이사는 KB지주에 3명, 하나지주에 4명이 있다.

이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사외이사의 막강한 권한이 자리잡고 있다. KB지주는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이사회 산하에 각종 경영 현안을 검토하고 최종 결정하는 경영전략위원회 등 7개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업 지배구조를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이사회운영위원회 등 6개, 하나금융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 1개를 두고 있다. 이들 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사외이사, 위원은 사외이사와 등기 임원인 회장·사장 등이 맡는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의 허점도 문제다. 금융지주회사법 38조와 시행령 17조를 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대출거래가 있는 기업과 특정 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명확한 금지 규정인 금융지주회사법 40조와 시행령 19조에선 ‘금융지주회사와 매출 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단일 거래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총액이 자본금의 10% 이상인 법인의 상근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거래 금지 대상을 ‘금융지주회사’로만 한정해놨기 때문에 자회사인 은행 등과 거래계약을 해도 직접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김동현 금감원 금융지주총괄팀장은 “특정인을 처벌하는 차원은 아니지만, 사외이사 제도 정비가 잘 안 된 부분이 있어 제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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