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0.0026% 한국인 소유라고 대마도가 위험?

복수할것이다 작성일 09.03.23 01: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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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서 대마도(對馬島·쓰시마섬) 하타카쓰(比田勝)항까지는 배로 1시간20분이 걸린다. 거리로는 49.5㎞ 떨어져있다.

대마도는 입국장부터 온통 한국어판이다.

곳곳에 '여권 및 입국카드를 준비해 주십시오' '낚시를 즐기는 외국인 여러분께' 같은 한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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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카쓰항 입구 일식당 메뉴도 한글이다. 번화가라는 이즈하라(嚴原)의 우체국 등 관공서와 수퍼마켓 진열대에도 어김없이 한글이 보였다. 100년 됐다는 풀빵집에도 한글 주문서가 있었다. 일본이라기보다 한국의 여느 섬에 온 듯한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인의 대마도 부동산 매입이 일본 안보 위협?

대마도는 일본에서 버려진 땅이었다. 그랬던 이곳에 2004년부터 호황이 시작됐다. 한국 관광객 수가 2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은 대마도의 싼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마도 당국은 "섬의 경제가 한국인 때문에 살아난다"고 반색했다.

대마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이즈하라로, ㎡당 15만~30만엔 수준이다. 싼 곳은 1만~5만엔 수준이다. 한국인들이 사들인 대마도 부동산은 일본 자위대가 주둔지 근처의 쓰시마 리조트, 쓰시마 산장, 대아고속해운의 쓰시마대아호텔, 현지에서 민숙(民宿)이라고 하는 민박집 등 10여곳이다. 이곳에 땅을 구입한 김모씨는 "일본이지만 제주도보다 땅값이 싸 매력을 느낀다"며 "이곳은 10여년 전에는 ㎡당 우리 돈으로 100만원을 넘었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10만원대까지 추락한 곳도 있다"고 했다.

나가사키현은 2004년 토지 이용 및 취득 규제를 완화하는 대마도 특구법이 마련되면서 외국인도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외국기업에 대한 면세 혜택까지 주고 있다. 대마도 행정당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국립공원 아소만 주변에는 '한국인도 일본의 부동산을 살 수 있다.' '대마도에 별장을'이라는 한국어로 된 벽보를 붙여가며 한국인들을 유혹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대부분 전업했다고 한다. 이즈하라 시내에는 '임대'간판이 나붙은 텅 빈 건물이 여러 곳 있었다. 일본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작년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10여건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부동산 상담도 300여 건 이상 했다"며 "지금은 한국인들의 투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마도전문여행사 해피랜드 황백현(62) 대표는 "잠시 부동산 바람이 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투자 매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 때 대마도가 부동산 투자와 관광으로 한국인을 유혹했지만 지금은 관광에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일본 극우지 산케이 신문의 어이없는 기사가 대마도를 들쑤셔 놓았다. 이 신문은 '쓰시마 땅이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3회 연재 기사를 통해 '대마도 공항에 도착한 순간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한국인이 부동산 구입을 걱정하는 목소리였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해상 자위대 기지에 인접한 토지가 한국자본에 매수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자위대가 주둔하는 전략거점에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데다 대마도 해협 정보 수집 업무를 하는 해상 자위대 방어 경비대가 한국인에 감시당할 우려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추측기사였다.

그러자 일본 우익단체들이 한국인들의 대마도 부동산 매입을 트집잡았다. 우익단체 '일본회의' 소속 지방의회 의원 15명은 대마도를 실사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한 의원은 "대마도 섬 주민 80~90%가 현재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자본의 대마도 땅 구입은 대마도를 한국의 영향하에 두려는 국가차원의 음모"라도 주장했다.

자민당 '참보수정책연구회'도 '쓰시마 위기론' 대책을 마련한 자리에서 '미국도 안전보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외국자본의 미국기업 매수를 금지한다'며 일본판 '엑손 플로리오(exon-florio)' 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위대 인근의 한국인 리조트 전혀 문제 없어

일본 언론과 우익단체들이 한국의 부동산 매입 위기의 근원지로 지목한 자위대 근처 한국인 소유 부동산은 이즈하라에서 382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택시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 했다. 다케시키(竹敷)에 있는 리조트 호텔이었다. 길 건너 자위대 본부 주변에는 서너명이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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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원래 일본인이 경영하는 진주가공회사 부지였지만 최근 진주 가공업이 사양화하면서 주인이 매각한 곳"이라며 "땅 주인은 당초 자위대에 부지 매입을 의뢰했지만 수용하지 않자 2007년 한국의 축산회사 손모 사장에게 팔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처음에 9900㎡의 토지를 5000만엔에 매입한 뒤 2억5000만엔을 추가 투자해 70명을 수용하는 리조트호텔로 개조했다. 현지 직원 신은성씨는 "리조트가 자위대와 차 하나 지나갈만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위대보다는 우익단체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대마도에서는 일본의 보수 언론과 우익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인들의 자본 유입으로 위기 상황이라는 주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교류센터를 비롯한 관공서에서 신수진씨 등 한국인을 채용하며 한국과의 교류 확대에 나섰고 대마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사로 김은정씨를 영입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한국에 대한 붐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쾌속선을 타고 대마도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7만4504명이었다. 대마도 인구(3만7000명)의 두 배가 넘는 관광객이 몰린 것이다.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은 한국인이 95%로 압도적이다. 일본인은 5% 수준이다. 대마도 관광은 1999년 대아고속해운이 쾌속선을 투입하면서 대중화됐다.

◆우리가 대마도를 사고 일본이 제주도를 살 수 있는가?

일본 우익의 우려처럼 한국인의 대마도 부동산 매입이 위험 수준인가? 일본인의 제주도 땅 매입은 어느 정도일까? 대마도는 2000만~3000만원이면 단독주택을 살 수 있다. 다카라베 야스나리 대마도 시장은 최근 한국인이 소유한 부동산 규모가 1만8150㎡라고 밝혔다. 이는 섬 전체 면적 708.5㎢의 0.0026%에 불과하다. "국가의 요충이 벌레 먹은 것처럼 침식당한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소 일본 총리도 '대마도 부동산이 한국인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합법적으로 사서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근 오자와 대표의 망언처럼 '일본이 엔고 흐름을 타고 제주도를 사버리자'고 했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제주도는 지난해 공시지가를 토대로 제주도 지가를 환산하면 35조원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전체면적은 1848.4㎢이다. 도가 지난해 집계한 외국인 토지 소유 현황을 보면 일본인이 401만5641㎡, 제주도 면적의 0.217%다.

제주도청의 강창우 토지담당은 "외국인 소유는 2008년 기준 979만㎡이며, 미국인 소유가 428만3750㎡로 1위를 차지했다"며 "지난해 4분기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은 24건이었지만 일본인은 1건으로 5300만원을 주고 684㎡를 산 것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최고 요지는 제주시 중앙로 일도1동으로 ㎡당 600만원 수준이다.

일본인의 제주도 매입 땅과 한국인의 대마도 땅 매입을 비교해도 수치상 일본인의 한국 부동산 구입 규모가 압도적이다. 제주도 문순영 보도계장은 "이런 상태면 안보 걱정은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판"이라며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에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대마도에서는 지난해 일본 우익단체들의 대마도 망언과 오자와 대표의 제주도 망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여행업체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주민들은 한국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양국 민간인들의 우호협력과 교류가 진전되고 있는데 한껏 고무돼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 기사는 "오히려 (일본)본토에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한국 관광객 덕분에 섬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데 일부 무지한 사람들 때문에 우리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익단체를 비난했다. 한국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면서 서비스 전반 등 대마도 경제도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쓰시마호텔 스토 하추미(主��初美)씨는 "한국관광객이 3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기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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