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안 낳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출산율은 1.19%. 한 국가의 존립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문제에 대해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의 전재희 장관은 “내가 낳을 수도 없고…”라는 말로 답답함을 표현했다. 문제는 올해 환갑을 맞는 전재희 장관이 아이를 낳는다 해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민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가 너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갈수록 늦어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제대로 된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고 직장에 들어가도 집 마련과 노후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처럼 쌓여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교육 문제에 생각이 미치면 두 손 다 들 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로 대표적 불황식품인 라면의 소비가 줄고 ‘서민의 술’인 소주마저 안 팔린다고 하지만 자녀 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결론은 자명하다.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아이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의 후폭풍은 이미 시작됐다.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동네 산부인과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고 유치원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20년 후에는 교사와 학교가 남아돌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학습지 회사와 학원들도 생존기반이 취약해 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ㆍ군인연금ㆍ사학연금 등 각종 연기금과 의료보험체제 등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갈 돈은 많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출산 및 육아휴가, 출산장려금에 세금혜택, 집마련 우선권 부여 등 입체적 지원카드를 꺼냈다. 지자체나 기업들도 각종 지원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다.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감소속도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하게 떨어진다.
왜 그럴까. 선진국 진입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보다 잘사는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호주 등은 우리 보다 출산율이 한참 높다.
제대로 된 처방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암에 걸린 사람한테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이 쓴웃음을 짓는 이유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 지원으로는 아이를 낳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고등학교와 대학입시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이 절대 유리한 지금의 입시구조를 깨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입학사정관제를 믿고 아이들 학원을 끊었다는 사람은 주위에서 단 한명도 찾을 수 없다. 불신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사교육을 없애기 어렵다면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까지 잠정적으로 다둥이들에게 학원비를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예컨대 둘째는 20%, 셋째는 50%의 학원비를 할인해 주는 제도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물질적 지원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끔씩 전해지는 여섯 쌍둥이 얘기나 10남매 얘기 등은 너무 특별해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이보다는 평범한 이웃의 따뜻한 늦둥이와 다둥이 얘기가 더 많이 회자돼야 한다. 20대와 30대 엄마ㆍ아빠가 아닌 40대 늦깎기 엄마ㆍ아빠의 알콩달콩한 육아 일기가 나와야 한다. 아이가 늘어나면 부모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의 행복은 그 부담 보다 몇 배 크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꽃보다 아이가 예쁘다.
출처 - 서울경제
출산율이 낮다면서 육아용품에 꼬박꼬박 세금 때리는 정부한테 뭘 바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