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안의 성격이 다르고 수사 주체도 다르다. '장자연 리스트' 수사와 연예인 마약사건 수사는 분명 별개다.
근데 왜일까? 자꾸 걸린다. 시점이 걸리고 상태가 걸린다.
이틀만이다.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 지 이틀 만에 마약사건 수사내용이 공개됐다. 일요일인데도 서둘러 공개됐다.
그럴 수 있다.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라면 괜히 묵힐 필요가 없다. 근데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주지훈 씨 외에도 톱스타급 연예인 서너 명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서둘러 발표했다. 사건만 발표한 게 아니라 피의자의 신원까지도 속속들이 공개했다. 주지훈 씨가 마약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며 그의 이름 석 자를 공개했다. 범행 정도가 무겁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가 않다. 경찰은 주지훈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범행 정도를 가볍게 봤다는 얘기다.
물론 경찰도 할 말은 있다. 공개 주체는 경찰이 아니라 언론이다. 후문에 따르면 기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연예인 신원을 알려주면서 실명보도 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단다.
주지훈 씨 등이 '공인'이란 점도 참작했을 법하다. 사회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이 위치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했으니 신원을 공개해 사회적 귀감으로 삼는 효과도 기대했을 법하다.
너무 그럴싸한 상황이고 너무 그럴듯한 논리라서 그럴까? 바로 이 점 때문에 더욱 거슬린다.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인'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게 걸린다. 무혐의 처분 받은 유력언론사 임원이야 그렇다치고 입건한 사람의 실명조차 공개하지 않은 게 걸린다. 도무지 일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경찰의 '친절한' 수사내용 공개 후에 뚜렷한 흐름이 생기고 있다. 경찰의 브리핑 후 포털 사이트에서 주지훈이란 이름 석 자가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사회 톱뉴스가 마약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다. 그 덕분에 '장자연 리스트' 중간수사결과는 어느새 '구문'으로 밀리고 있다.
'오비이락'인지, 아니며 '떡 본 김에 제사 지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주지훈'이 뜨면서 '장자연'이 저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출처 : 프레시안
대한민국이 그렇지 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