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25가구 가운데 20가구가 귀농했다.
60대가 청년회장을 하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40대 청년들이 마을 일을 도맡아 한다.
‘귀농한다면 이곳처럼’, 물안마을 부귀리의 비결을 알아본다.
행정구역상 춘천이지만 화천이나 양구와 더 가까운 소양호 안쪽 마을. 그래서 이름도 ‘물안마을’이다.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는 46번 국도를 타고 화천까지 들어가 다시 산길로 4km를 돌아들어가야 닿는 깊은 산중에 있다
청평사로 가서 넘어가는 길도 있지만 겨울이면 거의 막혀 있다. 산이 험해 눈이 오면 녹지 않는 탓이다.
친환경으로 귀농한 40대 청년들
물안마을은 젊음이 넘쳐난다. 그래봐야 40대 청년(?)의 젊음이라 대학가의 젊음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 새내기 같은 의욕과 도전은 누구 못지않다. 이곳에서 40년 이상 살고 있는 집은 다섯 가구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15년 전부터 귀농했다.
어떤 이는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왔고, 어떤 이는 사업을 하다 왔다.
지금도 부인과 아이들은 서울에 두고 혼자 와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사연이야 구구절절하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도시생활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7년 만에 이번 봄에 부인과 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기로 했다는 박영철씨(49)에게 귀농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환상을 빨리 버려야죠.'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귀농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시골에 오면 뭔가 특별할 것이란 환상에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긴 자기 손으로 안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며 “먹을 것도 직접 재배해야 하고 집수리는 물론 생활의 모든 것을 자기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골의 공기 좋고 편안한 생활만 꿈꾸지 말고 몸으로 일할 준비가 됐을 때 귀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울가 한편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무너져가는 집을 마을 청년들이 뚝딱거리고 있다.
폐가를 개조해 체험공간으로 바꾼다고 한다. 모두 ‘형님’, ‘아우’라 불러가며 일을 한다.
물안마을은 품앗이로 일을 한다. 농사일도 체험시설 운영도 다 품앗이다.
품앗이로 해서 얻은 수익은 마을 주민들이 골고루 나눠가진다. 얼마 전에는 체험학습 수익금으로 집집마다 외양간을 만들고 소를 한 마리씩 들였다.
“마을 전체가 체험 학습장이에요”
마을 공동으로 시작한 농촌체험사업은 물안마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단체로 방문하는 아이들을 위해 강당과 대형 숙소까지 갖춘 체험장을 만들었다. 마을 전체를 학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역사학자의 자문을 받아 우리나라 주요 역사 50개를 안내판으로 만들어 세웠다. 학습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신수현 이장은 “우리 마을에 와서 무언가 느끼고 가길 원했다”며 체험학습의 취지를 설명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었고 농구장, 축구장 등 체육시설도 마련했다. 두부, 조청, 떡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6km에 달하는 물안계곡을 즐거운 물놀이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물안계곡의 10년 자연휴식년제가 2007년 끝났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된 청청지역인 것이다. 계절별로 펼쳐지는 물안마을의 체험학습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출처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