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물을 올리는 인터넷 게시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회 이상 삭제 명령을 내린 뒤 게시판을 최대 6개월동안 폐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에 비판적 인터넷 게시판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대로 되면 사실상 ‘아고라 폐지법안’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인터넷에서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불법 복제물을 올리면 문화부 장관이 해당 사이트 사업자에게 복제물을 올린 사람의 계정을 최대 6개월동안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들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까페’ 같은 소모임 등을 이용하고 있다. 불법 복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면 개인 블로그 등 다른 서비스도 못쓰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개정안은 특히 문화부 장관이 복제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3회 이상 받은 게시판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취급을 제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문제는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게시판을 폐쇄시키는 명령권을 문화부 장관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문제제기 없이도 정부가 자의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모니터 요원을 수백명씩 채용하고 있지만, 하루에만 수백만건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어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문제가 될 만한 게시판은 언제라도 폐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정부가 갖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언론학)는 “이용자 권리나 인터넷 창작 환경 등 다른 가치를 전혀 고려치 않고 ‘저작권 보호는 강화할수록 좋다’는 식의 규제 일변도로만 가는 것 같다”며 “인터넷 이용자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모두를 전방위적으로 옥죄는 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