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 마지막 편지>
대학에 들어와 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눈앞에서 개패듯이 끌려나는 선배와 동료를 바라보며 저는 우리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이 땅 가난의 원흉은, 뼈아픈 분단의 창출자는, 압살되는 자유의 원인은 바로 이 땅을 억압하고 자신의 대소 군사기지화, 신식민지화시킨 외세이며, 그 대리통치 세력인 군사파쇼라는 것을. 저의 대학생활은 인간의 해방과 민중의 해방, 그리고 민족의 해방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이었으며, 그것의 쟁취를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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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바로 자신의 권력을 원합니다. 그리고 끝내는 권력을 쟁취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의 합법칙성이고, 인간존재의 합목적성입니다.
저의 행위는 한 순간의 영웅심이나, 학생회장이라는 것 때문에 억지로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읽은 수백권의 책과 객관적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고뇌하며 오랜시간 고민하여 얻은 결론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를 믿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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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조국의 땅에서 자랑스러운 아들임을 가슴 뿌듯하게 느낄 때가 반드시 올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투쟁 속에서 그 날을 앞당길 것입니다.
1986. 4. 26. 세진 올림
당시 21살의 젊은 청년이 우리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몸을 불사르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