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진짜 적들

가자서 작성일 09.06.23 19:00:09
댓글 5조회 839추천 10

 

 

이명박 대통령의 진짜 적들

미디어오늘 | 입력 2009.06.23 18:55

 


[미디어오늘 박상주 논설위원 ]


역대 통치자들이 가장 많이 죽은 장소는 '인의 장막' 안이다. 어리석은 권력자는 두터운 장막 안에서 달콤한 말을 전하는 측근들의 말만 듣고, 자신을 위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만을 즐겨 대한다. '인의 장막' 속에 빠지면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결국 민심을 읽지 못하는 권력자들은 예외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래서 통치자들의 가장 큰 적은 직언을 하지 않고 아부하는 측근들이다. 정녕 그들은 자신들이 던지는 막말들이 대통령을 찌르는 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거리에는 연일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넘치고, 여당의원들까지 나서서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하는 데도 대통령은 오히려 이를 거스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반발을 초래한 문화방송(MBC) < PD수첩 > 수사와 용산참사 수사를 지휘한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하고, 보수층마저 반대하는 미디어법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에 대한 책임은 통치자가 져야 할 일이지만 그의 귀와 눈을 막는 측근들도 그 몫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20090623185510028.jpeg

대통령의 측근들이 아예 국민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돌아가면서 상식의 궤를 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압권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친 이명박계의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MBC < 100분토론 > 에 패널로 참석해"이명박 대통령이 조그마한 중소기업에 취직을 해가지고 20년 만에 세계적 건설회사를 만들었고, 또 서울시장시절에 그야말로 난관과 반대에 부딪혀서도 4000여회의 소통과정을 거쳐 가지고 주변상인들을 설득하면서 청계천을 이뤘다"며 "소통의 달인이기 때문에 사실은 지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내에서도 일부의원들이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혹은 편견 혹은 불통, 이게 있는 게 아니냐고 얘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그렇지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땅의 보수 세력의 생각을 대변하는 조선일보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조차 칼럼을 통해 "이 대통령은 여당 내 쇄신 요구에 대해 엇박자만 놓고 있다. '국면전환용'제스처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꽉 막힌 발상"이라고 걱정을 늘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공 의원은 조선일보를 안 보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입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국민 염장 지르기 릴레이'의 대표 주자다. 이 대변인은 광우병 보도와 관련된 검찰의 MBC < PD 수첩 > 수사발표에 대해 "이것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경영진이 국민한테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되는 일"이라며 "음주운전 하는 사람한테 차를 맡긴 꼴이다. 사회적 공기(公器) 아닌 흉기다"라고 주장했다. 권력이 공개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나라가 무슨 민주주의 국가인가. 더군다나 아직 법원의 판결도 나지 않은 사안 아닌가. 이 대변인은 설마 이날도 '음주 브리핑'을 한 걸까?





20090623185510045.jpeg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오른쪽)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재호 기자 kali@cbs.co.kr)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한국예술종합대학 학부모에게 수준 이하의 막말을 던졌다. 유 장관은 문광부 감사 결과 폐지가 거론된 '서사창작과'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는 그 학부모에게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 시켰지?"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학부모가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세뇌입니까?"라며 항의를 하자 유 장관은 "세뇌가 되신 것이지. 절대 그런 일(일부 학과 폐지)은 없다"라고 말했다. 순박하기만 했던 < 전원일기 > 의 용식이가 언제 저렇게 세뇌를 당했을까?





20090623185510053.jpeg ▲ 박상주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를 떨어트리는 데 검찰만큼 큰 공헌을 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무리한 수사로 한 바탕 세상을 뒤집어 놓더니 이번엔 MBC < PD수첩 > 작가의 개인 메일까지 공개함으로써 공분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의 남경필 의원까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검찰이 이메일을 공개한 것은 헌법상 권리인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을까.

그러나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이들을 미워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들 역시 역사의 발전에 일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은 대통령의 귀와 눈을 막음으로써 사회의 모순을 극대화시키고 있지만,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집적시켜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역사는 반드시 진보하게 마련 아닌가.

Copyrights ⓒ 미디어오늘

가자서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