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소설가 이외수, 인터넷 악플러와 전쟁 벌이는 까닭은

볼기짝대 작성일 09.07.05 09:19:26
댓글 14조회 3,685추천 5

124675302646686.jpg

"한 명이라도 건진다면 이 싸움은 무의미하지 않아"

소설가 이외수(李外秀·63·사진)씨가 자신을 향해 인터넷으로 악성 댓글과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닷컴 6월 29일 보도


디시인사이드의 '이외수 갤러리'에 악성 댓글을 올린 악플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이외수씨는 "이번에는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9일 "반말 욕설과 비방, 심지어 부모와 아내에게 성적(性的) 모욕까지 했다"며 "법이 그들을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30일 저녁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 집필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야트막한 나무 책상 위에 그가 쓰고 있는 신형 아이맥 컴퓨터가 있었다. 빈 콜라 캔도 몇 개 보였다. 1년 반 째 금연 중인데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콜라를 마신다고 했다.

이씨는 까칠해 보였다. 실시간으로 악플을 모니터하고 댓글을 달고 고소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그는 "네티즌 한두 명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내 '타빨(타이핑 속도)'이 젊은 친구들보다 빠르지도 않지만 장인정신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수 갤러리'는 그의 요구로 29일부터 잠정 폐쇄됐다. '입에도 담지 못할 성적 농담'이란 게 도대체 어떤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씨는 a4 용지 두 장을 건넸다. '이외수 이 ×호로×새끼 니 엄마××, △△△, ○○…' '니부인 개××…' '외수짱 네 모친과 운우지정의 주말을 보내고 있긴 하다만…'. 읽어내기 힘든 막말 문장 수십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곁에 있던 아내 전영자씨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돌렸다. "결혼한 지 30년이 훨씬 넘어서 우린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무덤덤하게 지내는데 자기 아내 욕한다고 이 양반이 이렇게 화 내는 걸 보니 기분이 되게 좋아요. (악플러에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당최 누군지 모르겠어요."

다른 종이에도 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가득했다. '아이구 돈독 오른 외수님은…' '이런 소인잡배가 오프라인에서 초월한 도인 취급 받는가' '개념 상실한 노친네 욕하면 고소장이네…' '초·중고딩 상대로 삥이나 뜻(뜯)다 뒤져라…'. 이씨는 "이건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거친 입담은 당신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하자, 이씨는 친근감을 가지고 농을 주고받는 욕설과 처음부터 상대를 모욕하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용의주도한 모욕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자타칭 인터넷 찌질이들에게도 부모나 아내, 자식 얘기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금기(禁忌)가 있다"고 했다.

"한동안 저하고 신나게 '키배'(키보드 배틀)한 네티즌이 입대를 앞두고 '그동안 참 재미있었다. 군 생활 무사히 마치고 이 갤러리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 '내가 이외수를 보냈어' 하며 뻐기는 영웅 심리와는 근본이 다르죠."


그래도 인터넷 공간의 얘기를 문제 삼아 고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경험에 의하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했다. 법의 심판을 받고 자기 스스로 반성하도록 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런던귀공자'라는 악플러가 하루 1만4000건의 글을 올리기도 했죠. 8개월 동안 악플 지우느라 신경과민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내 아들과 비슷한 나이였는데 집에 불러다 밥까지 먹여가며 '이런 시간이 다 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문장력이 좋으니까 얼마든지 다른 일로 성공할 수 있지 않겠냐' 타일렀죠. 다시는 안 그러겠다더니 또 악플을 올리더군요. 형사입건 됐습니다. 인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이씨가 악플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우울증이 만연한 시대다. 인터넷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받으면 세상 자체에 절망해 자살 충동이 극단적으로 심해진다"면서 "악플러에 대해 반드시 고소할 것이란 경고를 기회 있을 때마다 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factotum'이란 필명을 사용하는 네티즌에 대한 고소장을 보여줬다. '논리는 없고 감정만 앞선 그리고 선동만 잘하는 좌빨 무뇌인의 대명사' '오늘도 방송에 나와서 ×도 내용도 없는 말 개처럼 지껄이면(서)…'란 글귀가 있었다.

"나보고 '좌빨'이라고 하는데 이건 엄청난 모독입니다. 제 아버지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았고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습니다. 저는 36개월 15일 빡빡 기다 온 예비역 육군 병장입니다. 지금도 군 부대에 가 반공 강연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명예헌병에 위촉됐죠. 제 아들도 다 병역을 마쳤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좌빨이라뇨."

이씨는 문제의 악플러들에게 48시간의 반성할 시간을 주고 사과문을 올리라고 요구했었다. "단 한 건의 반성문이라도 진실이 보인다면 용서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 네티즌과는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그가 진심이 담긴 사과문을 올려 고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생맨'이란 필명의 네티즌이 올린 사과문을 보고 격분했다. 사과문은 일견 절절한 반성으로 돼있는 것 같지만 어구의 첫 글자를 뒤에서부터 읽어가면 '이외수 ○까지마'가 된다. 그의 다른 사과문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점나 어이없내 *'로 읽힌다.

"구구절절 피눈물 나듯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처럼 표현했죠. 처음엔 감동했습니다. 제보를 듣고 난 뒤의 배반감이란…. 효자한테 칼침 맞은 기분이 이럴까요. 성선설을 믿어왔습니다만…. 기회를 줬는데도 '다빈치 코드'식으로 교묘하게 욕설을 집어넣는 것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도와주는 사람은 없느냐 물었더니 그는 "정의로운 제보자들이 꽤 있다"면서 "조금 전에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32명의 네티즌들이 욕설과 악플 자료를 올려 놓고 갔다"고 했다. 이씨는 왜 그냥 무시하면 될 것을 눈에 핏발이 서도록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을까.

"단 한 명이라도 건지면 됩니다. 피고소인들 모임을 '강제 정모'라고 한답니다. 말 지어내는 걸 보면 재기(才氣)가 번득이지 않습니까. 그런 재능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다른 쪽으로 얼마든지 좋게 클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싸움은 무모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아요."

 

 

 

 

 

 

 

점점더 뭐라 말해야할질 모르겠네 ..

볼기짝대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