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이반, PK와 충청권이 이탈하고 있다

체게발아 작성일 09.07.08 14: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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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서 '지역'은 부동의 상수다. 계층·이념·세대 변수를 압도한다. 지역주의는 가장 강력한 동원기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현 여권은 영남권에다 수도권을 덧붙인 지역연합(regional coalition)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이 지역연합 구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PK의 독립선언, 우리는 TK와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이탈 지역은 PK(부산·울산·경남)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MB) 대통령은 PK 지역에서 55.6%의 지지를 얻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조사에서 MB는 PK 지역에서 2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25.3%)보다 낮은 수치다. MB에 대한 반대는 74.0%였다. 전국 평균(65.4%)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같은 영남권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MB 지지도는 37.1%, 비(非)지지도는 47.1%였다. 이처럼 TK에 비하면 PK의 MB 지지도는 절반 수준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PK에서 MB 지지도는 현저한 약세다. 이제 PK를 MB의 뒷배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하다.

 

지난해 4월 MB 지지도는 TK 44.5%, PK 45.5%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그 직후 PK에서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포착됐다. MB 지지도 수준에서 PK가 TK에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다. TK 28.2%, PK 22.6%. 이때는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직접행동에 나선 시기였다.
 
이 흐름은 작년 11월까지 이어졌다. 특히 9월과 11월 사이 PK에서 MB 지지율은 아예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그 뒤 잠시 주춤하는 소강 국면을 지나, 금년 3월부터는 PK의 독자행보가 더 분명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PK는 TK에 비해 10.6%P ~ 16.1% 포인트 낮은 MB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 이를 두고 PK의 '독립'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독립'이 아니다. 지난 대선의 MB 득표율에서 PK는 TK에 비해 14.5% 포인트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당시 TK에서 MB 득표율은 71.0%였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PK와 TK 간 지지율 차이는 이상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이다. 따라서 독립이 아니라 대선 당시 수준으로 돌아간 '복귀'라고 해야 옳다.

 

독립이든 복귀든 PK의 이탈은 MB 정부가 인사 등을 통해 TK 정권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참여정부와 분명히 차별되는 그림이었다. 인사 면에서 참여정부는 PK 지역성이 적지 않았다. 15년 만의 TK정권 등장과 TK인사들의 갈급한 인사독식은 PK의 박탈감을 거칠게 자극했다. 이것이 쇠고기 파동 등 실정(失政)에 PK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정서적 토대였다.

 

한나라당을 침몰시킨 '노무현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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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K 민심이 결정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이다. PK가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고향 사람이다. 그의 죽음이 PK 지역, PK 서

 

민에게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부산상고 동

 

문 체육대회에서 시축하는 노무현 대통령(2007.4.8)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icon_tag.gif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처럼 동요하던 PK 민심이 결정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이다. PK가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고향 사람이다. 퇴임 후 그는 고향으로, 그리고 '바보 노무현'으로 돌아갔다. 소박한 삶을 통해 보통사람들의 상식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럼으로써 5년 내내 보수 세력이 만들어내고 유포시킨 '반노 정서'를 털어냈다. 따라서 그의 죽음이 PK 지역, PK 서민에게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PK에서 얻은 득표율(지역구 기준)은 50.7%였다. TK에서의 그것은 57.8%였다. PK가 한나라당을 지지한 수준은 수도권(48.8%)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비록 의석에선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를 얻었지만, 득표율에서 보면 PK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의 일부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KSOI 6월 말 조사에서 한나라당의 PK 지지율은 20.7%였다. 전국 평균(23.3%)에 약간 밑도는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은 19.6%였다. 반면, TK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40.0%, 민주당 지지율은 6.1%였다. 이처럼 PK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정도는 TK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정도는 TK의 3배를 넘는다.

 

정당 지지도에서 PK의 동요는 금년 5월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 40%대에 있던 PK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5월에 2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민주당이 이때를 기점으로 10%대에 진입했다. 6월, PK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3개월 전과 비교할 때 무려 28% 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3개월 전에 비해 13.8% 포인트 상승했다. 

 

PK가 한나라당 편애에서 벗어난 것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문이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PK의 동의율은 57.4%였다. TK(44.3%)에 비해 월등히 높고, 충청권(51.6%)보다도 높은 수치다. 6월 초 KSOI 조사에서 PK는 친노 인사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44.5%)을 표시했다. TK에 비해 13.7% 포인트 높은 것이다.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검찰 수사에 구속된 박연차나, 그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몇몇 친박 의원들 모두 PK 출신이다. 그로 인해 PK는 상당한 불만을 가지게 됐다. PK에서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대해 '형평성이 있다'는 의견은 32.1%였다. 전체 평균(34.2%)과 비슷하지만, TK(54.9%)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 문제는 이탈이 PK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충청권도 반여(反與)로 확실히 돌아서고 있다. PK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호남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지역이 충청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떨어졌다. 충청권 3개 광역단체장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임에도 속수무책이다.

 

여권의 홀대에 이탈로 화답한 충청권

 

IE001075068_STD.jpg btn_rcm_s.gif btn_blog_s.gif btn_detail_s.gif▲ 한나라당은 세종시법을 계속 뭉개기만 해 충청권의 반발을 샀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 한나라당 연기군수 후보로 부터 복숭아 모형에 담긴 '연기주민들의 편지'를 전달받고 있는 장면 ⓒ 장재완 icon_tag.gif이명박 후보

한국리서치 6월 중순 조사에 의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17.0%로 전국 평균(29.0%)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율(24.0%)에 훨씬 뒤지고 있다. 같은 달 말의 KSOI에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15.1%였다. 전국 평균에 비해 8.7% 포인트, 민주당에 비하면 13.1% 포인트 아래다

 

지난 대선에서 MB의 전국 득표율은 48.7%였다. 반면, 충청권의 그것은 37.4%였다. 전국 평균보다 11.3% 포인트 낮은 수치다. 5개월 후 총선,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또 다시 참패했다. 지역구 기준으로 32.1%를 득표했다. 비례대표 기준으로는 28.6%였다. 대선에 비해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의석수 성적으로 보면 더욱 참담하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전체 24개 의석 중 고작 1석을 얻는데 그쳤다.  

 

2008년 3월부터 금년 6월까지 MB 지지도에서 충청권은 거의 대부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정당 지지율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4월 총선 후 금년 5월까지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줄곧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적게는 0.8%p에서부터 많게는 13.6%p 아래였다.

 

MB나 한나라당은 충청권을 홀대했다. 인사나 정책에서 뒷전이었다. 물론 충청권 선거에서 자유선진당과의 각축, 이회창과 박근혜 간의 차기 경쟁, 행복도시를 둘러싼 수도권과 충청권의 대립 등이 여권의 옵션(option)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정도가 심했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세종시법을 계속 뭉개기만 했다.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충청권이 다시 꿀렁거렸다. 한나라당의 '민본21'이 5월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조사가 이런 흐름을 잘 말해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국 평균 지지율은 각각 37.7%, 14.5%였다. 반면, 충청권에서의 지지율은 각각 26.8%, 22.0%였다. 다른 지역과 달리,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근접하는 여론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틀 후, KSOI 조사에서는 아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율이 뒤집혀 버렸다. 각각 15.2%, 28.1%였다. 이런 흐름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기정사실로 확인됐다. 5월 말의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와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충청권 지지율은 각각 16.8%, 13.3%였다. 반면 민주당의 그것은 각각 24.7%, 33.4%로 나타났다. 

 

충청인사 파격 발탁하고 선진당과 공조... 뒤늦은 움직임 성공할까?

 

PK와 충청의 이탈, 분명한 현실이다. 최근 여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MB는 충청 인사를 파격 발탁하고, 중도강화론과 서민행보를 '되뇌고' 있다.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 간에 국회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의 요구를 수용해 세종시법을 상임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과연 성공할까?

 

유비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듯 한 사람이라도 그 마음을 얻기란 힘들고 고달프다. 하물며 그 대상이 수백만 명이라면 얼마나 노심초사해야 하랴. 그렇다면 관건은 타산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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