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차용증과 '천성관'의 차용증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노무현'의 15억원짜리 차용증은 봉하마을 사저를 짓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자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또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에 '천성관'의 차용증은 의혹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차용증 작성시점인 4월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천성관'이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진 빚은 15억 5천만원인데 차용증에는 8억원으로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명품'도 성격이 다르다. '천성관' 부인의 '명품'은 사업가 박모 씨 등과 함께 제 발로 면세점에 가 구입한 것이고, 권양숙 씨의 '명품 시계'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노건평 씨의 부인에게 전달된 것(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상고 동기의 증언)으로 권양숙 씨는 구경도 못해 본 것이다.
아들 행적은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위장전입 및 신용카드 사용 의혹과 사업투자는 누가 봐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가 '노건호 사업자금 출처'에 대한 의심에 기초해 '천성관' 아들의 씀씀이를 되살피면 의외의 가설만 도출된다. '천성관' 아들의 과다한 씀씀이의 출처는 스폰서라는 가설 말이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노무현'의 100만 달러와 미국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비교 결과가 이렇다. '중앙일보'의 '대단한 발견'은 등장배우의 면면만 보고 극 전개가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본편과 속편으로 엮은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수박의 겉만 핧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앙일보'에게 갈무리용 멘트를 날려야 하지만 참으련다. '중앙일보'의 '헛발질'이 내놓을 '창의적' 결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노무현'과 닮은 '천성관'에 '노무현 수사' 때 내보였던 것과 같은 준엄한 논조를 유지하려면 응당 '천성관'을 '노무현'과 동급으로 수사하라고 촉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들의 판단이 아니라 "검찰 안팎"의 판단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판단하는 검찰이라면 마땅히 '천성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야 하는 게 '노무현'에게 내보였던 '중앙일보'의 논조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진짜 이렇게 촉구하는지를….
김종배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