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일이라 가져와 봅니다.
공정택과 최화섭
이명박 정권이 가장 강조하는 말은 법치다. 하지만 법치의 기본인 ‘법 앞의 평등’은 철저히 무시한다. 촛불집회 참석자는 1년이 지나도 끈질기게 추적해 괴롭힌다. 반면, 사적 폭력을 쓰며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철거한 사람들은 보고도 못 본 체한다. 이것 말고도 ‘친이 무죄, 반이 유죄’의 사례는 무수하다. 입으론 법치, 손발론 인치의 전형이다.
법원에서 두 번이나 당선무효 형을 선고받고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이런 일그러진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죽했으면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몰염치·파렴치·후안무치를 이명박 시대의 정신으로 규정하며, 그를 신영철 대법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함께 이 시대의 상징 인물 반열에 올렸겠는가.
교육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이다. 하지만 공 교육감에 대해선 도덕성을 거론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학원업자·위탁급식업자 등 이해 관계자들한테서 선거자금을 받아 선거를 치른 점, 총재산의 20%가 넘는 4억여원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점, 1·2심에서 연달아 유죄 선고를 받고도 맡은 일을 꿋꿋하게 하고 있는 점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과 충남 교육감은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곧바로 사퇴했다. 그러나 공 교육감은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방패를 이용해,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 교육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나 명예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처사이다. 일반 교사들은 시국선언에 참여했네, 일제고사를 거부했네 하며 하찮은 이유로 매몰차게 쫓아내면서 자신의 큰 허물엔 질끈 눈을 감고 모른 척한다면,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추문’도 이보다 더할 순 없다.
최화섭 전 서울 명일중 교사의 경우는 공 교육감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장 출신인 최 교사는 지난해 1월, 북한의 선군정치 포스터를 인터넷에 학습자료로 올렸다는 혐의(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로 구속기소됐다. 교육당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직위해제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최 교사에 대한 혐의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공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기소 사유가 소멸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최 교사의 복직을 미루고 있다. 공 교육감은 기소됐는데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최 교사는 기소되자마자 직위해제를 당했다. 공 교육감은 1심, 2심에서 당선무효 형을 선고받고도 자리를 지킨 채 꼬박꼬박 월급을 탄다. 최 교사는 석달 전에 무죄를 받고도 여전히 학교 담장 밖을 서성대고 있다. 한마디로 가치가 물구나무선 세상이다.
공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28억여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가 대법원에 상고한 것을 두고, 어떻게든 1·2심 판결을 뒤집어보려는 꿍꿍이수작이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의 일부 초·중 교장들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정택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심한 일이다. 한때 ‘이명박 교육의 전도사’니 ‘리틀 엠비’니 하며 한국 교육을 전부 짊어진 듯 행동하더니, 신성한 교육을 어디까지 타락시키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공 교육감은 당장 교육계를 떠나라. 그러나 떠나기 전에 죄 없는 해직교사들일랑 꼭 제자리로 돌려보내 주길 바란다. 이것이 37년 교육 인생을 그나마 의미있게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겨레 오태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