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의 국토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일본해’를 버젓이 표기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이 한글과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서비스 중인 ‘국토포탈’ 사이트(http://www.land.go.kr). 일본어 사이트의 ‘한국 이해’ 코너에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소개하는 대목에는 ‘일본해’ 표기가 등장한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황해와 동해(일본해) 중간에 위치해 있는 반도”라고 기술해 놓은 것이다. 정부가 만든 사이트란 점에서 정부가 ‘일본해’ 표기를 공식 인정한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국토포탈’이 만들어진 시점은 지난 2003년. 6년간 정부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홍보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 규모와 지형을 설명하는 페이지에 있는 한반도 지도에는 울릉도만 등장할 뿐 독도는 찾아볼 수 없다. 지도의 범위를 울릉도까지만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독도를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고 인정한 것처럼 외부에 인식될 소지도 있다.
한반도의 ‘기온과 기후, 식생’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인 지도에도 독도는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지도는 독도가 있는 곳까지 범위를 넓게 잡았음에도 독도는 표시돼 있지 않다.
‘국토포탈’이 내건 슬로건은 ‘국토정보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토정보에서 중요한 독도는 빠져 있는 셈이다
- 중앙일보 펌(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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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관여한 각종 인쇄물에 동해가 버젓이 일본해로 표기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국가적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책임 떠넘기에만 급급해 언제든지 재발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데 이어 우체국 홍보물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주최하는 '월드 IT 쇼 2009’광고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 들어 이처럼 유독 일본해 표기 파문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도, 교과부는 해당 출판사의 문제로, 우정사업본부는 홍보물 제작업체로, IT 행사주최 정부 기관들은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그 책임은 또다시 디자인을 맡은 업체나 디자이너 개개인의 실수로 떠넘겨지기 일쑤여서 결국 문제는 있으나 책임자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