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게인은 왜 소리를 질렀는가
예전부터 이 게시판에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바
노게인님과는 언쟁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답답한 마음에 다시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수능시험을 치루는 광경을 통해
'쌍용차 사태'를 그럴 듯하게 비유해 주셨습니다만,
비유는 상황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설명 방법이지
논지의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노게인님이 비유하신 수능시험장의 노게인과 실제 쌍용차 노조의 모습은 사정이 다르며
설사 그 둘의 상황이 아무리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유사한 예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고 사건의 실체가 아닙니다.
그러니 더 이상 지속적으로 수능시험장 일화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노게인님이 말하고 싶은 바를 쌍용차 사태에 대한 책임이나 실체 규명 보다는
일반적인 시위나 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라고 해석하고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시위나 노조를 지지한다고 하여 법치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법을 불변의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기보다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권리를 더 소중히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또한 여기 많은 분들도 폭력 시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시기 보다는
폭력적인 시위로 변모하게 된 과정과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계셨습니다.
이처럼 가장 큰 차이점은 시위나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노게인님이 폭력 시위자나 노조원들을 처벌과 규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이곳의 많은 분들은 왜 그들이 그렇게 폭력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계신 겁니다.
선진국의 시위와 우리나라의 시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폭력성? 진압 방법? 집시법? 아마 가장 큰 차이점은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일 것입니다.
그들의 손에 피켓이 들려 있는지, 화염 병이 들려 있는지 감시하기 보다는
그들이 주장하고 외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 말입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바도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경찰과 법원이 담당할 일이고
그들의 처지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네 시민들이 할 일입니다.
다만, 그들의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고 편협하다면 비난을 받는 것이고
그들의 처지가 이해되고 공감이 간다면
그 문제를 서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울러 그 문제가 사회 구조적인 깊은 모순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같이 표출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여기서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고 혹은 비난한다고 하여
공감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들이 서로 편 가르기 하고 다툴 필요는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 상황은 실재하는 견해의 차이이니까요.
그 차이를 줄이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겠지요.)
이러한 모습은 성숙한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는 건강한 모습입니다.
그 어느 선진국도 시위를 평화적으로만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런 피해 없는 시위란 없습니다.
사정이 급박하고 생계가 절실하면 때론 폭력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인간의 또 다른 모습 아니겠습니까?
폭력 시위를 옹호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러한 폭력시위를 단순히 엄중한 법치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원하는 것입니다.
시위의 본 목적도 그러하고요.
‘수능시험장에서 난동을 부린 노게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노게인은 왜 소리를 질렀는가’를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덧붙여 노게인님께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
노게인님이 경찰과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만약 노게인님이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경찰의 관계자라면
때론 그러한 엄중한 태도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준과 잣대를 명확히 하십시오.
많은 시민들이 검경을 불신하는 것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그들의 야비한 태도 때문이니까요.
그리고 비난에 담대해 지십시오.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렴할 것은 수렴하시면 됩니다.
아울러 노게인님의 생각이 ‘다른’생각으로 인정받고 싶으시다면
우선 노게인님과 마찰을 빚는 다른 분들의 의견부터 인정하십시오.
인정하기 싫으시다면 무시라도 하십시오.
더 이상의 소모적인 감정싸움과 논쟁은 지겹습니다.
노게인님께서 비유를 들어 비판하신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투정부리고 비아냥 거리는
‘수능시험장의 노게인’은 되지 마십시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