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왜곡보도 고통, 평생 멍에로 남아”

한겨레 | 입력 2009.11.18 19:50

[한겨레] '교감에 폭언' 허위보도 입증한 정청래 전 의원


"허위보도, 이거 파렴치 범죄 아니에요?"

인터뷰 끝무렵, 그의 짧은 반문에는 1년 반 동안 언론과의 싸움에서 삭힌 깊은 상처가 묻어났다. "언론에 의해 전국민적 '이지

메'를 당하면 평생 멍에로 남죠."

지난해 4·9총선을 코앞에 두고, 통합신당 마포을 정청래 후보는 보수언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정 의원이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구내 한 초등학교 행사에 참석하려다 이를 제지하던 교감에게 "자르겠다"는 등 폭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 문화일

보 > 는 닷새 동안 관련기사 11건을, < 조선일보 > 는 7건을 쏟아냈다. 특히 총선 전날엔 문화일보의 자매 무가지인 < 에이엠

7 > 도 가세했다. 결과는 6383표 차 낙선이었다.

작년 총선서 보수언론에 몰매

낙선뒤 장외서 언론개혁 운동

그는 이들 신문 등에 대해 민·형사소송 모두 6건을 제기해 최근 1년6개월여만에 '법정투쟁'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두 신문이

사실상 허위보도를 했음을 인정하는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도록 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제보자인 한나라당 구의원 이아무

개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정 전 의원에게 사과하고 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2심 판결에 상대가 승복하면서 마무

리됐다.

신문들은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아무개씨 등 2명의 제보를 토대로 보도했으나 이아무개씨는 자신의 제보가 허위였음을

인정했고 또 다른 1명은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정 전 의원의 경쟁후보 선거 사무장이었다. 이씨는 상대

후보 비방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고, 구의원직을 상실했다.

정 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문화일보 < 강안남자 > (연재 소설)의 선정성을 강하게 문제삼은 바 있다. 또 그가 신문·방송

겸영 금지와 신문사 경영자료 공개 조항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신문법을 2004년 대표발의하면서, 보수신문의 '공적'이 됐고 이

에 앙심을 품었다는 게 정 전 의원의 생각이다.

"중1인 아이가 방과후 그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빠가 그런 말 하지 않았다'고 소리지르며 울다 오곤 했대요. 판결문을 같

이 읽고, 저의 중학교 시절 일기를 읽어주면서 어른에 대한 불신을 씻어주고 있어요."

정 전 의원은 아이 마음에도 깊은 홈을 낸 허위 보도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만두소 사장이 '쓰레기 만두' 보도 뒤 한강에서 뛰어내린 심정이 이해갑니다. 죽고 나서는 만두소가 아무 문제 없다 밝혀졌잖

아요. 언론은 '신속보도 경쟁' 대신 '정확보도 경쟁'을 했으면 합니다. 언론 피해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두고 허위 왜곡보도는

분량만큼 반론보도를 싣도록 해야 합니다."

낙선 뒤 그는 장외에서 '언론개혁 운동'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하는 글 수백여 건을 다음 아고라에 올리

기도 했다. "엠비정권은 무한질주 하지만,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정연주 사장 해임처분 취소 판결 등 재판부의 옳은 판단

도 국민적 열기의 힘이 아닐까요?"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