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지지도 50% 조사 실체는
응답자 46.3%는 주부와 무직자
청와대가 지난 6월부터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이미지)’ 전략에 힘을 쏟으면서 이미지 홍보는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광고에 출연했던 서울 강남 ‘욕쟁이 할머니’ 포장마차를 지난 12일 밤 찾은 것도 ‘서민 MB’ 홍보의 일환이다.
여론조사도 청와대 PI 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일반인 생각보다 국정지지도가 높게 나오면 국민은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다른 이들은 대통령을 지지하는데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수치를 검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치를 강조하면서 국정운영 호재로 삼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나라당 지도부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한나라당이 화합을 잘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을 보면 늘 싸운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많이 오른 것을 축하드린다”면서 “호남 지역에서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가 20%를 넘었다”라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저녁 지난 대선 당시 선거광고에 나왔던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씨의 지하 포장마차 식당을 깜짝 방문해 파란색 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일보 12월9일자 7면 *경향신문 11월26일자 5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주거니 받거니 덕담을 나눈 다음날인 12월9일자 국민일보 지면에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다. 국민일보 조사는 지난 8일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한 결과이다.
국정지지도 50%라는 수치는 국민 2명 중 1명이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해석은 부적절하다. 언론은 “이 대통령을 지지합니까”라는 문항으로 국정지지도를 물어보
지 않는다. 국민일보 여론조사는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
면 잘 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했다. 동아일보가 11월28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의 국정지지도 조사도 국민일보와 같
은 문항이다.
국민일보 조사 표본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31.5%는 주부, ‘무직/기타’도 14.8%로 나타
났다. 전체 46.3%는 주부 또는 ‘무직/기타’인 셈이다. 주부의 대통령 국정지지
도는 52.1%, ‘무직/기타’는 67.4%에 이른다. 응답자 중 ‘무직/기타’가 차지하
는 비율은 다른 여론조사보다 높은 편이다. 동아일보 조사는 주부는 25.7%, ‘무
직/기타’는 9.2%를 차지했다.
문병훈 동서리서치 차장은 “여론조사에서 직업별 비율을 맞추지는 않는다. 주
부 비율이 35%를 넘지 않으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50%라는 국정지지
도 수치보다는 추세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 국정지지도 수치는 조사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일보는 ‘매우 잘하고 있
다’ ‘잘하는 편이다’ ‘잘못하는 편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점 척도를 문
항에서 사용했다.
내일신문이 지난 5∼6일 한길리서치와 12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4점 척도를 기준으로 국정지지도
를 물어봤을 때는 43.8%로 조사됐지만, ‘그저 그렇다’는 의견까지 포함한 5점
척도로 물었을 때는 31.3%로 뚝 떨어졌다. 국정지지도 4점 척도가 5점 척도보다 정확한 조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 기관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50%, 40%, 30%대를 기록할 수 있는 셈이다.
미디어 오늘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