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김 상경은 인공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뇌의 상당 부분을 잘라낸 머리에는 붕대를 고정시키는 그물이 씌워져 있었다. 코에 연결된 관으로 유동식이 공급됐다.
편씨는 장사를 접었다. 8년 전 이혼한 남편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 근처에 방도 하나 얻었다. 매일 오전 10시30분, 아들은 수술실로 옮겨져 온몸을 소독하는 치료를 받는다. 편씨 부부는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쓴 뒤에야 수술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수술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아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하루에도 수차례 넘나들고 있다.
아들의 꿈은 직업 경찰관이다. 그래서 의경으로 입대했다. 의경이 된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했다. 헝클어진 머리의 편씨는 아들 얘기를 힘겹게 이었다. “지훈이가 제복을 입은 첫날 집에 와서 ‘엄마, 나 멋있지’라며 뿌듯해하더라고요. 밤 늦게까지 제복을 안 벗고 계속 거울을 보면서….”
휴가 때면 포장마차에서 짐을 나르고 주문을 받아주던 큰아들이었다. 단속반이 나오면 포장마차 시설을 접었다가, 다시 지어주는 것도 도맡아 한 장남이었다. “제대하고 돈 벌어서 집 사줄 테니 같이 살자. 조금만 참아 엄마”라고 말하던 아들이었다. 집이 가난해 고교 졸업 후 바로 입대를 선택했던 아들이 항상 맘에 걸렸던 엄마였다. 아들은 올 9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100명 가까운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 중 다치거나 숨진다. 전의경부모 모임 강정숙(51) 회장은 “음주운전은 자살행위이자 살인행위”라며 “의경들이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위험한 단속현장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김 상경을 친 음주운전자 40대 남성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남자는 차로 김 상경을 치고 나간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내연녀와 술을 마신 뒤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편씨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어제 우리 아들이 팔을 조금 움직였다”고 기자를 붙들고 얘기했다. “지훈이가 다치지 않은 곳이 있어요. 양팔은 멀쩡해요. 살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차에 매달려 있어서 팔은 다치지 않았나 봐요. 나도 아들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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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