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에 대한 성찰-1편

최강메탈리카 작성일 10.03.18 23: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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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물론 하나의 형벌이며 더욱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끔찍한 형벌이지만

 

인간을 퇴폐적으로 만들 뿐 어떤 확실한 본보기도 되지 못한다. 벌을 가함으로써

 

살인 충동을 자극할 뿐 조금도 불상사를 예방하지 못한다 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마나 한 제도다.

 

정신적으로는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는 생명이 다하지 않은 채

 

몸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으로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라는 것을 인정하자.

 

-알베르 까뮈, 단두대에 대한 성찰 中-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유난히도 몹쓸 범죄를 저지른 살인자가(그는 아이들을 포함하여

 

어느 농부 일가족을 살해했다.) 알제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농부였는데, 피가 거꾸로 서는 듯한 광기를

 

이기지 못하여 사람을 죽인데다가 피해자들의 물건을 훔치기까지 하여 죄과를 가중시켰다.

 

그 사건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짐승 같은 인간에게는 참수형도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특히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 우리 아버지도 그런 의견이었다고 한다. 내가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어쨋든 그중 하나는 그가 일생 처음으로 그 사형 집행을 참관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한밤중에 일어나 시내 반대편 끝에 있는 처형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날 새벽에 당신이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심하게 충격 받은 얼굴로 바람처럼 돌아와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잠시 동안 자리에 누웠다가는 갑자기 속에 든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고 어머니가

 

전할 뿐이다. 아버지는 그럴듯한 대의명분 속에 감추어져 있던 현실의 참모습을 이제 막 발견한 것이었다.

 

살인자의 손에 참혹하게 살해된 아이들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그의 목을 자르기 위하여 이제 막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쳐놓은

 

그 헐떡거리는 몸뚱이의 영상을 더 이상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형 집행이라는 의식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어서 단순하고 정직한 한 인간의 분노를 제압하기에 충분했고,

 

그가 백 번 집햇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형벌이 결국은 그의 속을 뒤집어 토하게 만든 것 이외에 달리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 재판소(프랑스 대법원)가 사법권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성실한 인간에게서 고작 구토나 자아낸다고 할 때, 사법권의 기능이 당연히 사람사는 세상에 보다 더한 평화와 질서를

 

가져다주는 데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사법권은 범죄 그 자체 못지않게 극악무도한 것이며,

 

그런 또 하나의 살인 행위는 사회 집단에 가해진 범죄를 보상해주기는커녕 첫 번째 오점에 또 하나의 오점을 보태고

 

만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이 점이야말로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어서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사형의 의식에 대하여

 

내놓고 직접 이야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글의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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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형제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어서 정경사 게시판에 올릴 글을 조금 준비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위에 언급한 내용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문학가 알베르 까뮈의 단편 에세이집

 

-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사실 사형제라는 것이 단순한 관점에서 보자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명으로 마땅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제도입니다만 사형제라는 최후의 형벌은

 

단순한 응보형벌이론에 그치지 않고 역사가 흐르는 동안 인간 의식변화, 형법역사의 변화, 범죄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

 

그런 변화들과 더불어 형법가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의 산물로

 

서구유럽사회에서는 사형폐지라는 결론이 내려진것 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형제 폐지라는 관점을 그냥 두서없이 이러쿵 저러쿵 하면 논란과 불신만 더 커질것 같아서

 

깔끔하고 명확하게 글을 써보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싶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음 2편에서 뵙니다. 

 

아참 혹시나 다들 시간있으시면 서점에서 제가 인용한 책 단두대에 대한 성찰 한번 사서 읽어 보시는건 어떨까요?

 

얇은 에세이라서 가격도 8500원 밖에 안하니 경제적인 부담도 덜 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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