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타이틀을 보고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 좀 말해보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너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 어디서부터 설명드려야 할 지 좀 애매하지만, 아무튼 주절주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은 http://stock.mt.co.kr/view/mtview.php?no=2009020209143186144&type=1&outlink=2&evec
에 따르면 50만명~55만명 정도.
그런데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고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갯수 t/o는 매년 얼마나 발생할까요
http://www.bloter.net/archives/24682
여기 보면 국내 주요 그룹사에서 올해 채용할 예정인 인원은 9239명... 만명이 채 못되는 군요
물론 대기업에서만 고학력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고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들을 감안하더라도
넉넉히 봐서 저 인원의 몇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라 봅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데 미네랄 한 덩이에 커맨드 센터 10개 지어서 scv만 주구장창 뽑아대는 것과 비슷한 거죠.
이렇게 인력이 과잉공급되면 근로자는 힘들어지고 기업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죠
수요-공급 법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인력공급자인 근로자들은 인력수요자인 기업에게 몸을 낮춰야만
채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거죠.
결국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기업에게 유리하고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구축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시스템에 이런 이득이 있었군요
다른 측면에서 살펴 보도록 하죠.
대기업들이 매년 필요로 하는 인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수나 후생복리, 사회적 인식 등 여러가지 근무여건에서 볼 때 훨씬 유리한 대기업에 사람들은 몰릴 수 밖에 없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발생하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래서 과거 입시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에 중학생들은 좋은 고등학교 가려고,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코피를 쏟으
면서 공부를 했던 거죠.
그런데 입시경쟁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피터지는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근 십 수년간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학 들어가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고
대학 못 나오면 사람 취급 못받는 현상이 생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학생이 늘어나건 줄어들건,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대기업들이 매년 필요로 하는 인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용을 썼던 것인데,
너도 나도 다 대학을 나오게 되자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화된 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예전에는 대학 나온 사람들이 경쟁력을 가졌다면,
지금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 와야 경쟁력을 가지게 되죠.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옛날에는 대학나온 수준 정도의 인력이 필요했는데 요즘에는 대학원 나온 수준의 인력이 필
요한 거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죠. 기업은 다만 더 우수한 사람을 뽑을 뿐이죠.
결국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대학 교육을 수료하고 나서도 옛날의 고등학교 교육까지 받은 사람과 동등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겁니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우리들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사회 시스템이 우리들에게 시간적. 경제적인 낭비를 강요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표면적인 원인을 따져 보자면,
좀 전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입시 경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 이 문제의 표면적인 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경쟁은 존재할 수 밖에 없죠. 사람들은 보다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데, 보다 좋은 일자리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경쟁을 하지 않고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렇다면 경쟁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입시경쟁을 통해 초등->중->고등->대학->취직 으로 단계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 대학까지 무사통과 시킨 후에 대학->취직 으로 단번에 결정할 것인가
의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자의 방식을 사용했고, 요즘은 후자의 방식을 사용한다고 할 수 있겠죠.
제가 볼 때는 앞쪽의 방식이 훨씬 다수에게 안전하고 유리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첫째로, 일찌감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다른 진로를 모색할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둘째로, 취직 경쟁률이 줄어들게 되면서 실업자 수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셋째로, 인력 공급 감소로 사람 구하는데 좀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면 근로자의 입지가 좀 더 강화됩니다.
더 나아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자면,
결국 문제는 대기업 중심의 육성정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기업하기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 하에서
당연히 대기업이 잘되니까 사람들은 대기업에 취직해서 양질의 삶을 보장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취직 경쟁이 심해지고, 취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력이 필요해지고,
좋은 학력을 얻기 위해서 입시 경쟁이 심해지니까 입시 경쟁이 나쁘다고 해서 입시경쟁을 완화하려 하고,
입시경쟁을 완화해서 너도 나도 대학 나오게 되니 결국 대학 나온 걸로는 취직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결국 대학원 나오거나 어학 연수, 해외 유학 다녀올 형편이 되는 사람이 취직경쟁에서 유리해 지는
지금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옛날과 같은 것을 얻기 위해 옛날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고,
그 돈은 졸업장 장사를 하는 대학과 교육산업 자본가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대학과 기업이고, 손해를 보는 것은 근로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결국 대학과 기업도 더 이상 이익을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대로 계속되면 지금 나타나는 저출산 현상, 청년 실업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결국 대학과 기업은
시장의 축소를 경험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