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대화, 토론, 논쟁

솔리테어 작성일 10.05.02 14: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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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대화라는 것이 항상 잘 풀려나가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사실을 두고 이에 대해 이해하는 시각, 평가하는 방향, 우선 순위를 높게 두는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신사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토론이고, 좀 더 젠틀할 수 있다면 건전한 논쟁이 가능합니다.

 

 

 

토론과 논쟁이 형식적인 것을 벗어나 진실한 것으로 자리잡히기 위해서는 이하와 같은 과정과 조건을 요구합니다.

 

1. 한가지 쟁점 혹은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토론할 수가 있는 안건, 이와는 반대의 접근 방식으로 산발적인 쟁점을 두고 하나의 안건 아래 묶어 논의할 수 있는 안건에 대하여 상호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양자 혹은 다자가 존재할 것(의견 차라는 것은 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꼭 상반된 것이라 흑백논리와 같이 판단해서는 안된다)

 

2. 안건에 대한 하나의 진실, 사실(혹은 자신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부분 혹은 전체에 대해 뒷받침 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 제시를 통한 대중들의 인식 갱신 필요)

 

3. 안건에 대한 확고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인간상들의 다양한 시각과 평가에 대한 의견 조율(여기에서부터 토론과 논쟁이 시작)

 

 

 

 

 

중요한 것은 2번입니다.

 

토론과 논쟁이란 결국 각자가 믿고 있는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거나 자신의 뜻을 분명히 알리는데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거나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건전하거나 정상적으로 성립한 토론이나 논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A라는 기업인이 B라는 정치인에게 뇌물을 건내었다'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쪽과 'A와 B 사이의 뇌물수수 사건은 날조된 것이다'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쪽의 다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토론과 논쟁의 도마 위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정확한 증거와 절차에 따른 판결에 의해 사실이 결론 지어지기 전에는, 이러한 과정과는 관계 없는 시민들이 사실 대 사실의 다툼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그저 맹목적인 신뢰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태까지의 대부분의 TV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사실 대 사실의 다툼에서 그 진도가 그치고, 토론이라는 진정한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정당정치의 폐해 중 하나라고 읽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에 앞서 자기 주장의 저변이 되는 근거와 논증, 이것을 엮어주는 논리의 필요성은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이 뿐만 아니라 더 원대한 의미의 책임이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이,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의 단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맹목적인 신뢰' 혹은 '무책임한 주장'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의 경우에는 토론과 논쟁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한 노력, 즉 자신의 의심과 의문, 추측의 형태로 이야기를 제시하고 대화를 풀어나가야 하지, 여기에 사적인 의견과 속단이 끼어들게 된다면 그 주장조차 진실성을 실추하게 되지요.

 

안타깝게도, 짱공유 정경사 게시판에서도 대부분의 게시글은 성향을 막론하고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의 단계에서 사적인 주장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편이죠.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엄연하게는 '성향을 막론하고' 정경사 게시판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어느 한쪽 성향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보다 못해 참견하게 되고 그러다 매일 같이 빨갱이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을 제가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겁니다.

 

 

 

 

 

 

 

 

 

 

 

 

 

 

 

 

 

ps. '사실 대 사실의 다툼의 단계'에 있는 특정 정당 알바 얘기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넘쳐나는데 사실 제게는 알바로 보이는 사람들보다도 기본적인 언어 능력과 대화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일을 많이 줄였는데 그런 분들께 맨투맨 국문/논술을 지도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일어납니다.

 

ps2. 선거가 코 앞이라, 현안이 되는 문제나 좋지 않은 토론의 문장의 예시로서 제시하고 싶었던 이전 글타래들의 내용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선거법도 지켜야하지만 당사자들이 불쾌해하실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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