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우리 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
한국사람들은 근대학문을 일본을 통해 들여와 배웠기 때문에 알게모르게 글을 쓸 때 일본어법에 따라 쓰는 경우가 많다. 일본사람들이 영어나 독일어를 일본어로 옮기면서 생겨난 말들도 많다고 한다. 일본사람이 옮긴 글을 읽지 않은 한국사람이라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정치'나 '직업정치'라고 옮겼을지도 모른다. <<우리글 바로쓰기 1>>에서 지적한 것들을 추려서 적어본다.
1. -의
- 서로의 안부를 몯고 난 후 ---> 서로 - 농민의 주인된 삶을 위한 교양지 ---> 농민이 - 나의 음악이 아닙니다. --> 내 -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생명을 던져 투쟁했습니다. ---> 스스로 - 금성그룹과의 굴욕적인 합작협상을 중단하고 ---> 금성그룹과 - 김회장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있다. ---> 김회장과 면담하기를 - 정의와의 싸움에서 불의가 이겼다고 해서 ---> 정의와 싸워서 - 연기에의 집념. ---> 연기에 대한 - 저는 편집분야로의 진출을 원합니다. ---> 편집분야로 진출하기를 - 전문직으로서의 교사의 권리. ---> 전문직으로서 갖는 - 편집국 밖으로부터의 회신. ---> 밖에서 온 - 공해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 공해로부터 해방되기 - 교사에로의 길. ---> 교사가 되는 - 4년마다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 4년마다 있는
2. -진다. -된다.
- 또 하나의 국제정서의 변화라고 보여집니다. ---> 보입니다 -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 다루고 -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의 관심이 한국에 모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 모이고 -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이라고 일컬어지는 법조계에서 ---> 일컫는, 말하는 - 국가보안법의 출판규제 폐지돼야. ---> 폐지해야 - 교육악법도 반드시 개정되어야 옳다. ---> 개정해야
3. 불린다.
- 일명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솔로몬성전 서쪽 벽. ---> 부르는 - 가난과 철거민의 대명사로 불리던 동네가 ---> 부르던 - 금강의 시인으로 불리우는 신동엽의 시비. ---> 부르는 - 이 물고기는 오늘날 성 베드로의 물고기로 불리워지는데 ---> 부르는데
4. -에 있어서
-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이 가장 소중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 인간에게 - 학교 경영에 있어서의 자율성 ---> 경영의 - 나에게 있어 어린 시절은 정말 지옥이었어요. ---> 내
5. 것이다.
- 왕께선 무엇 때문에 굳이 이利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말씀하십니까? - 우근이는 그 일기를 읽을 때 엉엉 우는 것이었다. --->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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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잔재를 얘기하길래 어법에도 그것이 녹아 있음을 누누이 강조하던 차에
때마침 조사 '의' 어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할 지, 그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의'어법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좀더 우리 말에 바람직합니다.
저는 그렇게 글쓰기를 국문과 교수님으로부터 배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의'를 자주 씁니다.
일제의 잔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제가 지적했음에도
그것을 어떤 비난이나 난데없는 태클(?, 지적)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은 오해이며, 저는 브랜든히트에게 딴지를 걸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학문'적' 근거로 답변하겠습니다. (<--- 요것도 일본어법이 강하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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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에서 조차
저는
'일제의 잔재'---> 우리말은 '일제 잔재'라는 통합명사로 쓰는 것이 보통 입니다.
더구나
'친일의 미청산' ---> 이것은 너무 과도하게 '의'어법을 쓴 것입니다.
'일제 잔재 청산이 미흡하여' 라고 명사(구)가 아닌 문장으로 쓰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더구나 '청산'이란 단어 앞에 '미'(未, '아니다' '도래하지 않다')를 쓰는 자체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한편 미흡과 미청산(?)은 의미가 달라서
미흡은 "했으나 다하지 못했다" 라는 의미가 있지만
미청산은 "아직 청산하지 않았다" 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청산'이라는 단어가 '청산하다'라는 '하다'어미와 연결되는 서술어인지라
'아직' 이라는 의미가 강한 '미'를 쓰는 것은 의미 전달상 어색한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