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의' 쓰임과 국어교육[펌]

equi 작성일 10.05.07 06: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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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강렬] 국어 위기

국민일보 | 입력 2006.02.19 18:20

 




오래 전의 일이다. 국제부(당시는 외신부)에서 수습을 받던 어느 날 부장이 불렀다.    "'토끼는 앞발이 짧다'가 맞나,'토끼의 앞발은 짧다'가 맞나?"   말귀를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해하자 어떤게 우리 어법에 맞느냐고 다시 물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토끼는 앞발이 짧다"가 맞는다.   요즘 수습 기자들을 훈련시킬 때나 혹은 기회가 있어 젊은 세대와 대화할 때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열 명 중에 아홉은 "토끼의 앞발은 짧다"고 말한다.   이 세대가 영어의 'of'에 익숙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또 명사와 명사를 연결시킬 때 반드시 'の'를 넣는 일본어법이   우리말에 깊이 침투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중학교 2학년 학생 200명에게 글짓기를 시킨 결과 맞춤법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학생이 2명뿐이었다고 한다. 철자법 틀린 사례를 보면 이렇다. "일본이 실습니다" "충격을 바드셨습니다" "어머니는 아프싶니다"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 말과 글은 엄청나게 훼손되었다. 기성세대 가운데 울희�h(우리가),글��흐(그렇다고),진챠륫(진짜로)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말은 시대를 반영한다지만 우리 말과 글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사실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어떤 이들은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이상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국어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졌기 때문이라고 조기 영어교육 탓으로 돌린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을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과거 '바둑이 교과서' 때와 달리 말하기-듣기-쓰기,읽기로 세분돼 있다. 많이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교사 가운데는 여전히 국어교과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많다. 세분된 전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둘째,교사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영어교과 전담 교사처럼 국어과목 전담 교사도 필요하다. 셋째로 교사 대 학생 비율이 높아 밀도 있는 교육이 어렵다. 쓰기 교육을 하면서 교사는 학생이 틀린 것을 일일이 고쳐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확대는 것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21세기에서 영어는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교육 당국은 영어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각 가정은 자녀들에게 책 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국어 위기를 해결하는 단기 처방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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