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 관련 유언비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조사 결과 비방 발언’도 천안함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 괴담에 유력 인사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정부·여당이) 선거에 이기려고 전쟁까지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62)씨는 같은 날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불기 2554년 부처님오신날 특별 대법회’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에 0.00001%도 납득 못 하겠다”며 “서해에는 미국 이지스함 2대와 13척의 함대가 있었는데 거길 뚫고 들어와 어뢰를 쏘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인터넷엔 천안함을 둘러싼 음모론과 괴담이 판을 치고 있다. 근거 없는 글이라도 네티즌들이 여기저기 퍼 나르는 과정에서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미국 핵잠수함 하와이호가 천안함과 짜고 친 고스톱이다.”
“미 해군과 MB가 짜고 천안함을 폭파시켰다.”
“미 해군이 천안함을 파괴한 결정적 증거를 금양호(캄보디아 선박과 부딪혀 침몰한 쌍끌이 어선)가 건지자 입 막음 하기 위해 수장한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4일 이 같은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퍼뜨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최모(4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3월 28일부터 근 두 달간 인터넷 게시판에 ‘천안함을 얘가 파괴했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다. 지방 출신인 그는 현재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결혼한 적도 없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특별한 정치 활동을 한 적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주변에서 들은 얘기와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자기 생각을 섞어 글을 올렸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언비어가 생산되는 방식을 최씨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가짜 징집 문자메시지’를 보낸 최모(26)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지난 20일 군대를 전역한 자신의 지인 30여 명에게 ‘귀하는 불가피한 대전 시 국방의무를 위하여 징집될 수 있음을 통보합니다’라는 국방부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난으로 보낸 것이지만 이 메시지는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졌다.
이에 대해 명지대 김형준(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식인의 책임 있는 발언이 아쉬운 시점이다. 정부 발표를 반박하는 이들은 더 희박한 근거를 갖고 주장한다”며 “의문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풀어야지, 사회의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검경, 유언비어 강력 대응=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24일 서울 지역 경찰서 수사·형사과장 회의를 열고 “최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온·오프라인상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과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을 수사 중이다. 박 전 비서관과 신 위원은 언론을 통해 “천안함이 좌초됐다”고 주장해 각각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해군 측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검찰은 천안함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도중 오폭으로 침몰했다고 보도한 통신사 뉴시스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두 사건의 수사가 고소로 착수됐지만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공안부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비서관 등이 고소된 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발언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천안함 조사 발표를 23일로 하자고 해 미국 측이 민감한 날(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이라고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