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대 이승헌 물리학과 교수가 제기한 천안함 민관합동조사단의 흡착물에 대한 분석을 자체 실험한 결과 합조단의 흡착물 증거가 조작이라는 데에 국방부가 21일 해명에 나섰다. 국방부는 이 교수가 제기한 폭발 시 이뤄지는 알루미늄 산화 결과에 대한 실험결과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에 나온 의혹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 교수의 주장을 합조단 주장을 배격하는 결정적인 증거라 보고 이 교수의 실험 결과에 대한 논문을 안보리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좌파 매체인 프레시안, 미디어 오늘 등은 이 교수의 논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합조단 조사 결과를 부정해왔다.
이 교수는 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실험결과와 과학적 논증, 그리고 국방부 해명에 대한 재반박 등의 과정을 거쳐 일관되게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일면 복잡해 보이지만 이 교수 주장의 전제 조건은 알루미늄에 대한 자체 고열 산화 과정에 대한 실험 결과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며 대부분이 결정질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합조단이 흡착물 분석을 다룬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실험한 XRD(X-Ray Diffraction. X선 회절분석) 성분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합조단이 제출한 흡착물에는) 모래와 소금밖에 없다. 폭발하고는 상관없는 물질들이다”고 말했다.
즉, 알루미늄이 폭발 당시 산화된다 해도 100% 비결정질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XRD에는 알루미늄 피크가 나타나야 하는데 나타나지 않은 것은 원래부터 흡착물에 알루미늄이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승헌 교수의 전기로실험은 단순히 알루미늄을 가열(1100℃, 40분)하여 담금질(2초 이내 냉각)하는 정도의 열역학 변화에 해당하므로, 표면 일부만 산화되고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이 포함된 폭약의 폭발현상은 3000℃이상의 고온과 20만 기압 이상의 고압에서 수만~수십 만분의 1초 내에 이루어지며, 알루미늄은 이러한 극한상태에서 화약내 산소성분과 급격히 반응하여 대부분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산화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로실험으로는 이와 같은 극한상황의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가 없기 때문에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산화물이 생성될 수 없으므로 비교될 수 없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즉 이 교수의 논문에 나오는 전기로 실험이 고온 고압과 수만분의 1초에서 이뤄지는 폭발 환경을 재현하지 못하고 단순히 온도만 올려 실험했기 때문에 알루미늄이 부분적으로만 산화된다는 정반대의 결과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가 합조단이 확보한 흡착물이 XRD에서 알루미늄 피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폭발재에 포함된 알루미늄산화물이 비결정질인 경우 EDS(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 데이터에는 알루미늄 원소성분이 보이지만, XRD 데이터에는 알루미늄산화물 결정 피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XRD는 알루미늄 결정질을 표시할 수 있지만 비결정질은 표시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이 비결정질인 조건에서는 결정질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국방부는 보강조사를 통해 발견된 착물 3곳에서만 결정질(무시할 수 있는 수준)과 비결정질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EDS는 성분 분석을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XRD에서 나타나지 않은 알루미늄 성분이 표시된다.
이승헌 교수는 이를 두고 왜 XRD에 없는 알루미늄 성분이 EDS에서 나타나냐는 주장을 한 것이다. 국방부는 “XRD 데이터에 알루미늄산화물 피크가 없다고 해서 흡착물질에 알루미늄 성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며, EDS 데이터가 조작(fabricated)되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과학적인 주장이다”고 말했다.
합조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 교수는 물리학자이기 때문에 역학적 접근은 가능하지만 고압과 고열, 수만분의 1초에 이뤄지는 폭발에 따른 화학성분을 연구할 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