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야 말하는 광우병이야기.[펌] 2장

따랑해 작성일 10.07.12 03: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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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상당히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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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코-마리-투스병 : 2500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운동 및 감각신경 이상 질환

윌슨씨병 : 3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뇌에 구리가 축적되는 질환

코핀-로우리 증후군 : 5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질환

...위 질환들 중에 하나를 자신이 앓고 있다거나 가족, 혹은 주위 사람 중에서 앓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은 그 빈도로 볼 때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주위에서 구경 한 번 하기 힘들다. 이것이 수의 마법, 아니 확률의 마법 같은 것일까? 마트에서 3만원 이상을 산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1명을 추첨해 상품을 준다고 해도 그 1명이 내가 되기는 쉽지 않다. 2500명 당 1명도 주변에서 구경하기 힘든데 10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윌슨씨병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산발적으로 인구 100만명 당 1명 발생하는 정말 희귀병이다. 아마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란 말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병에 걸려 죽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정도의 발병율을 보이는 질환으로 ‘진행성 골화성 섬유형성이상’(fop)이라는 병이 있다. 인구 100만명 당 0.6명의 발병율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나 우리에게 너무 생소한 질환이다...

...‘인간광우병’이라 불리우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어떨까? 영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병한 해가 1999년인데 29명이 발병했다. 인구 200만명 당 1명 꼴이다. 아예 발생하지 않은 2007년은 제외하고 2006년은 인구 2,000만명 당 1명의 발병율이다. 좀 더 영역을 넓혀보자. 광우병에 대한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eu 5억명, 미국 3억명, 일본 1억 3천명, 총 9억 3천명 가운데 2006년 인간광우병 발생자를 9명으로 잡으면 1억명 당 1명 꼴이다. 물론 2007년, 2008년은 이 비율보다 형편없이 떨어진다. 다시 돌아와서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이름도 생소한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1억명 당 또는 그 이상에서 1명이 발생하고 있는 인간광우병, 샤르코-마리-투스병도 주위에서 보기 힘든데 그보다 4만배(1억/2500) 이상 더 희귀한 인간광우병을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은 어떤 마법일까?...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국 소고기가 현 협상 조건으로 반입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규모의 환자군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정확한 계산은 할 수 없지만 상당히 오래 전인 1996년 대한수의사회지에 위험도 분석(risk analysis)의 개념을 도입하여 구체적으로 수입소고기의 안정성 문제와 국내에서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고찰해놓은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국으로부터 1986년 6월 종모우 2두를 수입하여 축협 유우개량사업소에서 1989년까지 사육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성능불량으로 도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광우병이 한참 유행하던 시기에 들여온 영국소는 잠시 동안만 존재했던 것이고 육골분 사용량도 미미합니다. 영국처럼 스크래피가 유행하지도 않았고 재순환을 받아줄만한 대규모 양떼도 없습니다. 30개월 미만 소의 도축 규정이라든가 srm 제거, 교차오염 방지 등 광우병 예방을 위한 모든 사항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데도 한국 소떼들에게서 광우병이 집단 발병하거나 인간광우병이 집단 발병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여러 사항들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인간광우병 뿐 아니라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일도 매우 희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국에서와 같이 특정 시기에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의 소떼가 집단으로 감염되는 광우병의 유행이란 어느 나라에서건 다시금 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런 광우병의 유행이 소들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간광우병의 유행도 다시 구경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생한다면 몇 명이나 발생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소 사육 규모가 216만 두 정도 된다고 하니 여기서 일단 100만명 당 1명인 사람에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발병율을 소에게도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럼 1년에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에 걸리는 소가 2마리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 발생치는 아마 이보다도 훨씬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2001년 10월 18일에서 2007년 8월 4일까지 715만 9909마리의 소를 검사했는데 그 중 34마리가 광우병으로 진단받았고 그 중 순수한 일본 발생 예는 2마리 밖에 되지않습니다. 하여튼 되도록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숫자를 몰아가 볼 예정이니 1백만 두 당 하나씩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칩시다.

  미국이 현재 1억두 가량을 사육하고 있다고 하니 연간 광우병 발생 소는 100마리가 되겠습니다(물론 이것도 조사된 예측 발병 수치보다 몇 배 높게 책정된 숫자입니다만). 이 100마리가 우연히, 또는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미제의 악랄한 의도에 의해 도축과정에서 제외되지 않고 죄다 한국으로만 유통된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국 자체 발병 2마리와 미국 발병 100마리 총 102마리분의 소고기가 한국 시장에서 유통되게 됩니다.

  영국이 특정소내장육(sbo, specified bovine offal)을 식용으로 금지시킨 1989년 이전에 식용으로 사용된 광우병 소가 40여만 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27여만 마리의 소가 더 유통되긴 했지만 이 계산에서는 빼기로 하겠습니다. 극대화된 가능성을 보기 위함입니다. 당시 영국 인구를 5000만으로 잡고 처음 발견된 소를 기점으로 하여 5년 동안 광우병 소고기를 멋모르고 먹었다고 치겠습니다(실제로는 10년 정도 먹은 것으로 추정).

  영국에서 5000만이 5년 동안 40만 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제한없이 노출되었을 때 16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늘려잡아서 환자수를 200명으로 하기로 하고, 우리 인구도 얼추 5000만이 되니 향후 5년 동안 우리가 먹게 될 광우병 소를 510마리로 해서 비교해보면 되겠습니다(연간 102마리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므로). 물론 이게 무슨 돼먹지 않은 비교냐고 따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광우병 의심 소의 식용 도축이 금지되어 있고 월령별로 구분해서 srm을 제거하고 있는데 당시 영국 상황은 아무 제한도 없는 상태였으니 단순 비교는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광우병 위험도를 최대로 과장되게 잡아보기로 했으니 그냥 계산하겠습니다.

  우리 국민 5000만이 5년 동안 약 500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될 경우, 40만 마리에 노출된 영국에 2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비율로 보면 500마리일 경우 약 0.25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5년에 0.25명 발생이니까 20년이 지나면 1명 정도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mm형 유전자가 영국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을 고려해서 넣는다고 하더라도 그 반대로 육식을 주로 하는 식습관에 따른 소비량 차이 등을 감안하면 거기에서 거기일 것입니다.

  하여간 우리가 인간광우병 환자 1명을 구경하려면 최소한 얼추 20년 정도의 기간을 기다려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계산법은 광우병 소 숫자를 실제보다 늘려잡고, 미국 광우병 소가 모두 한국에만 들어올 것이라는 우격다짐식의 가정 등을 통해 과다 계상된 기간입니다. 지금 학자들은 다우너 식용 도축 금지와 srm 제거로 90% 이상 인간광우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감안할 때 20년의 10배 정도인 200년에 1명 꼴로 인간광우병 환자를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발생하는 변형프리온단백질 strain이 영국에서 탄생된, 사람에게 전염이 가능한, 독성이 강한 strain일지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계산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됩니다. 확률이 zero가 되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 정도 되면 모두들 한마디 씩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뭐냐고 말입니다.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을 가지고,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을 가지고 지금 이 난리냐고들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4형제 중 3형제가 전사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아들을 기다리는 라이언 부인의 모습이 알려진 이상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는 다른 병사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다소 모순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구하러 떠나야합니다.

   지금 현재 oie에서 광우병 통제국 기준을 정하고 소고기 도축 규정을 엄격히 하고 사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광우병보다도 훨씬 위험 확률이 높은 수많은 일들(놀이기구 타기, 비행기 타기, 떡 먹기 기타 등등)이 아무렇지 않게 다 수행되고 있지만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그리고 주식거리인 소고기를 통해, 뇌에 구멍이 뚫려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는 특수성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대중의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30개월이니 srm이니 하는 규정들을 그거 조금이라도 안지키면 닭 폐사하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려 픽픽 쓰러지는 개념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인데 그 1명이라도 어떻게 구해보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로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 소량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과 발생 가능성을 섞어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위험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지만 발생 가능성이 다분할 수도 있습니다. 악어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금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악어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살면서 악어가 나타나 나를 물어죽일 가능성을 항상 걱정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밀림 지역이나 아프리카에 갔을 때 걱정해도 충분합니다. 혹 상상력이 매우 뛰어나 엘리게이터와 같은 상황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인간광우병이란 매우 위험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주의를 해야할만큼 충분히 위험하지만 현 시스템에서 발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다음에는 그러면 어떤 때 그런 희박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 그 중에서도 소의 어떤 부위를 얼마만큼 먹어야 그 위험에 노출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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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도대체 변형프리온으로 오염된 소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리느냐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소의 고기만 식탁에 오르게 된다면 이런 고민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재수없게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는 안전한 것일까? 100g? 아니면 1kg? 1톤? 아니면 1g? 1mg? 0.00000001mg?...

단 1g으로도...

   때는 1994년 9월, 영국에서 광우병이 한참 소떼를 휩쓸고 다니던 무렵이었습니다. 한 젖소 농장에서 ‘존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소가 주저앉으면서부터 시작된 이 비극은 막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1985년 4월부터 시작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25,359마리, 1992년에는 37,280마리, 1993년에는 24,438마리가 새로 발병하여 최고의 피크를 형성하던 시점, 더욱 암울한 소식이 영국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전해졌습니다.

   그때까지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단백질’을 가지고 하는 실험은 대부분 마우스나 햄스터를 이용한 실험이었습니다. 워낙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한 번 결과를 얻으려면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잠복기가 짧은 특정 마우스나 햄스터를 이용한 것입니다. 실제로 햄스터의 경우 60일 만에 증상을 나타내므로 연구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비록 형질전환을 시켰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소에 대한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실험 결과를 가지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설명해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만큼의 오염 조직이 광우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영국 정부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우에서의 bse 공격률에 있어서의 경구접종 용량과 잠복기의 효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992년 1월 시작된 실험은 그 결과에 관련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각각 오염 조직 1g, 10g, 100g을 투여한 그룹과 100g을 3일간 계속 투여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사용한 조직은 광우병에 걸린 소 뇌 일부분인 ‘연수-빗장’(medulla-obex) 부위 균등질(homogenate)이었습니다. 1994년 9월 실험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였습니다. 이 날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실험결과는 참석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100g을 투여한 소는 물론이고 단 1g을 1회만 투여한 소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확실하다는 보고였기 때문입니다.

단 1g이라도 막아라

   1g이라는 적은 양을 섭취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실험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1g 뿐 아니라 그 이하의 용량에서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 한도가 0.01g인지 0.000001g인지 알 수 없다는데서 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은 용량으로도 광우병이 전파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88년 5월 처음으로 반추동물 사료에 양고기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했었습니다. 이를 필두로 같은 해 7월에 반추동물 사료 사용금지, 1989년 11월 식용으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0년 9월 동물에게 역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4년 6월 반추동물에게 포유류 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질 급여 전면금지 등 광우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 숨가쁘게 고강도의 조치 등을 연이어 시행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료공장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가축들에게 가는 사료가 섞였을 때 교차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지 못한다는 점(교차오염은 다른 가축 사료 재료의 남아있는 찌꺼기가 소 사료에 섞이는 것이기 때문에 소량으로만 오염이 됨)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도축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사료공장과 도축장의 실태 조사를 벌인 끝에 1995년 8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켰습니다. 주된 내용은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는 극단의 조치였습니다. 이 와중에 실험은 계속 진행되어 1996년 2월, 1g을 투여받은 소의 조직학적 검사가 완료됨으로 광우병 감염이 확진이 되었습니다. 1999년 10월, 모든 실험이 마무리가 되었는데 100g 투여한 경우는 모든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10g과 1g을 투여한 경우는 70%가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1g 투여한 경우는 잠복기가 45~71개월로 100g 투여한 경우(34~42개월)보다 길었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채 끝나기 이전인 1998년 2월, 정말 궁금한, 어느 정도의 용량까지 감염이 되는지, 하한선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1g에서 0.001g까지를 투여하는 새로운 실험을 출발시켰습니다.

1mg까지도 걸릴 가능성이 있다

   최대의 관심사였던 이 실험의 결과는 위 표에 나타난 바와 같습니다. 둘째 칸에 보시면 각각의 용량에 대해 어느 정도나 감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1g 미만은 감염률이 확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1g을 먹였을 때 10마리 중 7마리가 걸렸다면, 0.1g을 먹였을 때는 15마리 중 3마리가 걸렸습니다(20%). 10mg과 1mg에서는 각각 15마리 중 1마리(7%)가 걸렸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1mg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감염소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하의 용량에서는 마우스에 대한 실험결과 등을 놓고 볼 때 감염력이 없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원숭이, 광우병으로 죽이기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용량은 그렇다치고 사람이 걸리는 용량은 어떻게 될까? 같은 정도일까? 아니면 많을까? 많다면 훨씬 많을까 조금 많은 정도일까? 사람에 대해서 실험해보면 좋겠지만 일본의 731부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래도 사람과 유전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관계에 있는 원숭이에 관심을 돌렸습니다. 원숭이는 감염된 소고기를 먹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혹시 원숭이와 소의 ‘종 간 장벽’의 차이가 높아 감염률이 희박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영국에서 수많은 감염된 소고기를 먹었어도 희생자가 적었던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지며 광우병에 대한 시름도 어느 정도 놓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원숭이 중에서도 우리와 소화기 구조 및 기능이 비슷하고 프리온단백질 129번째 코돈에서 m/m형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 원숭이(cy*lgus macaques)를 실험 대상으로 뇌에 접종하는 방식뿐 아니라 먹어서 감염되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200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위 표의 첫번째 칸에 나와있는데 4살 먹은 원숭이 두 마리에게 각각 5g의 광우병 감염 뇌조직 균등질을 먹였습니다. 한 마리는 섭취한 지 5년 되던 해에 원숭이광우병이 발생하여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이 원숭이의 뇌조직을 검사했더니 광우병에 걸린 인간의 뇌와 똑같은 병변을 보이고 있었으며, strain typing에서도 vcjd와 동일한 strain으로 나왔습니다. 나머지 1마리는 논문제출 당시까지 섭취 후 76개월이 지났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숭이를 50% 정도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은 광우병 소의 뇌조직 5g이었습니다. 이 이하의 용량을 주는 실험은 최소 50mg까지로 디자인되어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간 생체 실험에 대하여...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뇌조직을 먹었을 때 먹은 소의 반절이 감염되는 양이 0.5g, 원숭이는 5g이라고 하면 사람은 어떨까요? 이 데이터에 따른다면 1마리의 감염된 소 뇌조직으로(소 뇌는 500g, 척수는 200g, 합이 700g 정도) 700마리의 소를 감염시킬 수 있고, 원숭이의 경우는 70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그래서 사람도 그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꽤 많은 숫자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경악스러운 결과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괴담들 뿐 아니라 광우병이 현재도 매우 위험하다고 tv나 언론매체에서 주장하는 몇 사람이 항상 들고나와 이것도 모르냐고 외쳐대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체 실험을 해야 합니다. 불행한 것은 어떤 연구자도 사람에게 직접 50g을 먹일 경우, 5g을 먹일 경우, 0.5g 먹일 경우 이렇게 나눠서 몇 사람 가둬놓고 10년에서 20년을 기다리면서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고안되고 계획된 실험은 아니더라도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시행한 무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속)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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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세계를 전멸시키려는 음모가 시작되다

   때는 1970년대 후반, 이름은 확실하지 않지만 ‘고스트’(ghost)라는 비밀 결사 조직이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방 세계의 몰락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테러조직 같은 것입니다. 이들은 각종 테러를 통해 서양 각국을 혼란에 빠트리곤 했지만 항상 자신들의 성과가 너무 미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독가스나 탄저균 같은 것들로 가끔씩 히트를 치긴 했지만 이벤트성 효과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서방 세계를 한 번에 무너지게 할 방법, 다시는 재건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묘책이 절실했습니다.

   이들 조직원들 중에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테러 수단으로 생물학무기를 주로 개발해왔던 이 그룹에서 양들에게 유행해 양떼들을 전멸시키는 ‘스크래피’라는 병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체는 세균이 아닌 단백질의 일종인 ‘변형프리온’이었습니다. 일단 세균이 아니므로 안정성이 있어 다루기가 쉬웠고, 스크래피 인자는 사람에게 전염이 안 되지만 소의 변형프리온은 사람에게 전달됨을 실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테러 시에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소에게는 0.5g만 투여해도 감염이 되고, 원숭이 같은 경우도 5g만 있으면 감염된다는 것을 자체 실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 병에 걸리면 100% 사망하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고 극도의 사회 혼란은 불 보듯 뻔한 것이며, 효과도 10~20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뒤를 밟힐 염려도 없었습니다.

희생양으로 영국을 선택하다

   테러 대상 국가를 물색하던 ghost 수뇌부는 서방세계의 상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을 타겟으로 1차 시도를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영국에서 성공만 한다면 그들이 목표로 하는 서방세계 전체에 광우병을 퍼뜨릴 계획이었습니다. 1단계로 조직원들을 영국의 사료제조공장과 도축장 노동자로 취업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참 가축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할 때라 사람들을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취업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도축장에서 다우너들 사이에서 어렵사리 구한 광우병 소의 뇌와 척수를 사료공장으로 유입시키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의 뇌와 척수도 유입시켰습니다. 4~5년 뒤, 목장 주인들은 힘없이 쓰러져가는 소들에 망연자실 했습니다. 반면 ghost 조직원들은 점점 늘어나는 광우병 소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 소들이 도축되어 영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날이 그들의 꿈이 실현되는 날입니다. 목장 주인들은 비틀거리는 소들을 죽기 전에 서둘러 도축장으로 보냈습니다.

   광우병 소들은 점점 늘어나 그들 계산으로 40만 두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이 추세대로 계속 증가하면 조만간 100만에서 400만 두까지 감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광우병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 만으로도 700마리의 또 다른 소, 또는 70명의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으니 그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고도의 선전전, 그리고 마침내 첫 인간 감염자를 만들다

   ghost 수뇌부는 점점 늘어가는 광우병에 사람들이 소고기를 무서워해 먹지 않을까봐 절대 광우병은 사람에게 옮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정부 측 사람들과 언론들을 포섭 해 국민들에게 소고기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매수 대상에 포함된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영국의 농림부 장관인 ‘존 검머’였습니다. 이들은 ‘존 검머’에게 4살 난 딸을 데리고 나가 소고기를 먹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방송으로 이것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드디어 1993년 5월, 그들의 레이다망에 15세의 소녀 ‘빅키 리머’가 잡혔습니다. 빅키는 평소 똑똑하고 성격이 활발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건망증에 어지러움증, 그리고 성격 변화까지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볼 때는 인간광우병의 시작이 틀림없었습니다. 결국 그 해 말 빅키는 혼수 상태에 빠지고 1997년 11월 끝내 사망했습니다.

   인간광우병 환자가 한 명 두 명 생겨나면서 영국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ghost 조직원들은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미 영국 정부가 대책을 세우려던 시점에 40만 마리 이상이 영국인 식탁에 올라갔으니 산술적으로 1마리 당 70명 씩 해서 최대 2800만이 감염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책이 세워진다고 해도 정확한 원인을 알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영국민 5000만의 싹쓸이는 눈 앞에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2008년, 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실패가 분명하다

   장소는 ghost 비밀지하벙커, 도피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본부에 돌아온 ghost의 수장 ‘광사마 빈 나댄’과 광우병 테러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인 ‘유콜분’이 심각하게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음... 분명 우리는 최소 40만 두 이상을 광우병에 감염시켰다. 그렇지 않나?’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최소한 1년에 만 명 단위로 죽어나가야 하지 않겠어? 만 명씩 죽어도 5000만이니 다 죽으려면 5000년이 걸려. 그 사이에 또 태어나는 사람까지 계산하면 1년에 최소한 250만 명은 죽어줘야 될텐데... 우리가 계산한 것과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저희 연구진도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자체 연구를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매우 위험하며 1g 정도의 양에 단 한 번 노출되더라도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었습니다. 생쥐에서도 확실히 증명이 되었었는데 말입니다...’

‘이 봐! 쥐새끼가 문제가 아니쟎나! 우리는 지금 실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성전을 수행하는 중이야!’

‘면목이 없습니다...’

‘혹시 지금까지는 감염자가 적지만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없나?’

‘그게...’

‘아니 왜 말을 못하고 있어?’

차단된 광우병 전염 경로

‘죄송합니다. 저희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미 그들이 오염된 육골분 사료가 원인임을 간파해냈습니다. 그것도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이른 시간에 이루어져서 손 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육골분 사료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앞으로 더 이상의 추가 발병은 힘들다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영악한 인간들이 다우너를 식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시켜 놓았습니다. 또한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림프계와 신경계에서 증식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도축할 때마다 이 부분을 제거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히 제거는 못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희망마저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자리 숫자로 발병자가 감소했고 작년에는 아예 발병자가 없었습니다...’

‘지독한 놈들... 육골분 사료를 금지시킨 것도 모자라 다우너도 안 먹고 srm까지 제거시키고 있단 말이지... 역시 이 놈들 역사적으로 볼 때 결코 호락호락할 놈들이 아냐... 지금까지 총 감염자 수는 어떻게 되나?’

‘감염자가 채 200명이 안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국인이고 유럽과 캐나다, 미국, 일본 등에 소수가 있습니다.’

‘작업은 영국에서 했는데 왜 다른 나라 놈들이 걸린 거지?’

‘아마도 영국에서 사료를 수입해서 자국 소를 먹였거나, 광우병에 걸린 소 자체를 수입했거나 한 것 같습니다. 상당수는 일정기간 영국에서 체류했거나 영국에 살다가 다른 나라로 이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봐. 내가 볼 때 어쨌든 이번 작전은 실패로 보는게 맞아.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해.’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총과 폭탄 대신 광우병으로 이 놈들 뇌에 모두 구멍을 내주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쫓기는 몸이니 오래 있을 수가 없군. 여기서 마치기로 하지... 아, 잠깐! 그런데 왜 다우너 도축 금지와 srm 제거 이전에도 광우병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우리가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와는 너무 맞지가 않쟎아. 그 원인을 알아봐야하지 않겠어?’

‘네,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우리 측 연구자들은 분명히 광우병은 인간에게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극소량으로도 전파되고 잘하면 혈액이나 공기, 토양, 식수로도 전파될 수 있어 메가톤 급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해왔습니다. 저희는 그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구요.’

‘참, 그 혈액 전파 건은 어떻게 되었나?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네, 그게... 그들이 성분수혈을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할 수 있는 임파구들을 제외시킴으로써 그것도 좀 어렵게 되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

‘그렇다면 광우병이 엄청나게 퍼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우리의 과업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들뜨게 만들었던 그들의 예측은 다 빗나갔다는 거지? 우리는 그걸 믿고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허송세월한 것이고.’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댓가를 치루도록 만들어줘야지. 어디 멀리 데리고 가서 조용히 처리해. 그리고, 혹시 사람들이 광우병이 사라지다보면 경계를 늦출 수 있어. 그 때를 대비해서 좀 더 강력한 변형프리온단백질을 찾아내 준비시켜 놓도록 해. 기회를 봐서 언젠가는 또 써먹을 수 있을지 몰라... 그리고 왜 동물 실험 결과와 실제 상황이 다르게 나타났는지 그 원인은 꼭 찾아보도록 해’

‘자세히 검토한 후 보고서를 따로 올리겠습니다.’

에피소드

   그동안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쓴 것 같아 쉬어갈 겸해서 가상 시나리오를 한 번 써봤습니다. 실제 인간 생체 실험이 있었었나 하는 기대를 가지셨던 분들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이 글의 소재는 현재 일부에서 걱정하는 광우병 파괴력이 정말 그 정도라면 테러 조직들이 이를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상상에서 나왔습니다. 뭐 진짜 완전 범죄를 노리고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먹이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죠.

   하여튼 실험 결과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야한다는 점에서 종합적 관점이 아닌 단편적인 동물실험 자료만 가지고 실제 사건의 위험성을 논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언론에서 수없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로 임상에 적용되어 효과를 발휘하는 물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광우병에 관련된 실험들은 그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실이 과거에 일어난 감염 사건의 발병율과 제반 사항들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적절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확인한 결과 이런 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상당수의 논문들이 발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광우병에 대해서는 미안하게도 우리를 대신해 먼저 이 병에 노출됨으로써 임상 실험과 같은 데이터를 제공해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비록 자청한 것은 아니었지만 2500여명의 fore족 원주민들과 영국을 위시한 여러 국가의 200여명의 사람들의 희생은 그래서 우리에게 숭고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분석을 통해 적절한 대응책과 대응 수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소의 수명을 20년으로 잡고 30개월이면 8분의 1정도 살았을 때 도축을 하는 셈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8~9세 정도, 도축 당시 영구치가 2개 있으면 30개월 미만, 3개 이상이면 30개월 이상으로 판별한다고 하니 아직 영구치도 다 나지 않은 어린 소인 것 같다. 정부가 목 매고 있는 추가 협상의 키워드 ‘30개월’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30개월 이하의 소에게는 광우병 원인물질이 없다는 것인가? 없다가 어디서 갑자기 30개월만 넘어가면 그 원인물질이 나타난다는 것인가? 아니면 30개월 이전에는 광우병에 걸렸어도 그 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30개월을 넘어간 소들은 이전에 없던 저주의 능력을 획득해 자신을 먹은 인간들을 미쳐 죽게 함으로써 잔인한 복수극을 벌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srm의 분포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퇴장

   그동안 꽤 많은 자료와 논문을 가지고 누누히 살펴보았지만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는 광우병의 유행,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광우병의 유행이 불가능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의 어느 전문가나 연구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단, 한국의 고명하신 몇몇 광우병 전문가들과 시청자 눈치보기, 판매부수 늘리기, 방문자 수 늘리기에 재미붙인 대부분의 철없는 언론은 제외하고... 이들의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지금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행은 고사하고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 인간에게 옮겨지는 광우병이란 것이 도대체 우리가 의식하고 살아가야 할 정도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냐 하는 의문을 품어볼 만도 합니다.

   광우병이 가장 피크를 형성하던 시점이 1992년으로 전 세계적으로 37,316건(영국에서 37,280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7년에는 141건(영국에서 67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지금까지 총 23건(영국 10건, 아일랜드 12건, 캐나다 1건)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료조치 및 식품안전위생조치들이 그동안 계속 강화되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내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광우병을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있는 나라의 전체 소 사육 두수와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뭐 미국은 언제나 잘 속이고 잘 감추고 자기들 안 먹는 것 빼돌려 광우병에 걸려 죽든 말든 약소국가에 떠넘기는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에 통계에서 빼야된다고 주장한다면 빼더라도 발생 건수는 미미합니다.

‘광우병 통제국가, 영국’의 의미

   광우병 이환율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 각국이 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닫고 자국민과 자국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중 삼중도 아니고 구중 십중 보호 장치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시켜왔기 때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당사자인 영국의 노력은 가히 강박증에 가까울 만큼 집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영국이 광우병통제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간광우병환자 207명 중 166명, 체류자까지 합하면 173명으로 84%를 차지하고 전 세계 공식 확인된 광우병 소 187,415마리 중 181,639마리로 97%를 차지하는 영국이 ‘광우병통제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미국의 첫 자국 발생 인간광우병 환자가 될 수 있었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이 아니라는 발표와 함께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 전제를 잊지 말자

   다우너 소의 식용 도축 금지 및 srm(특정광우병위험물질) 제거,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조치들은 아주 희박한 광우병 발병율을 기본으로 하고 취해지는 조치들입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정도로 만드는 조치가 아니라, 1억 명 당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걸리게 만드는 조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무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이것 안하면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처럼 불안해하는데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차피 광우병이 향후 발생하지 않는다면 srm이니 30개월이니 회장원위부니 이런 이야기들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당장 이렇게 민감한 우리나라에서조차 현존하는 광우병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월 수를 따져 고기를 먹어오지도 않았으며, 소 내장 및 척수, 소 뼈 등을 이용하는 요리를 즐겨했고, 심지어는 소 골도 먹어왔습니다(저는 안 먹어봤지만 주위에는 먹어 본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전부터 귀한 손님에게만 내주는 특별 서비스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협상단이 알면 소 골도 유통시키며 먹는 사람들이 장난하냐고 그럴 수 있으니 그냥 이 부분은 못 본 걸로 하고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아마 이번 소동만 없었으면 계속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먹었을 터인데 앞으로는 좀 꺼리칙하겠지요. 여태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먹어왔는데 뭔 수작이냐고 하실 분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하여튼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잔해들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 광우병도 그 뒤를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다면...

   정말 0.00000001%의 가능성이라도 없에고 싶다. 100년에 1명 있을까말까한 병이라도 꼭 그 1명이 ‘나’일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그 가능성마저도 상당 부분 차단시키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면 됩니다. 그 조치는 앞에서도 누누이 이야기해왔던 바로 ‘다우너의 식용도축 금지’와 ‘월령별 srm 제거’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못 믿겠다 싶으면 그 다음에는 제가 보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어미에게서 태어나자마자, 그러니까 아무 것도 외부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탯줄 달린 채로 잡아먹든지 아니면 채식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돼지도 변형프리온단백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류는 아직 아니지만 역시 정상 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하니까 언젠가는 또 다른 종류의 변형프리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0.00000001%를 생각한다면 육식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안전하겠지하고 채식 열심히 하다보면 또 그놈의 연구결과가 등장해 괴롭힐 것입니다. 토양 및 그 땅을 흐르는 물에서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채식도 안전성을 완벽히 담보하지 못하고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기 중에도 떠다닐 수 있으니 다 피하자고 한다면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알약과 링거,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 밖에요...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위험이라도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인류 역사상 단 1명도 광우병으로 죽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30개월이니, srm이니 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 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끝이 나질 않습니다. 30개월 이하로 타결지어서 가져오면 20개월짜리도 광우병에 걸린다는데 다시 협상해오라고 할 것이고, srm 기준 강화시켜서 가져오면 근육에도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검출된다는데 살코기도 srm에 포함시켜라 그럴 것이고(살코기도 srm이라 못먹는다면 소 1마리 잡아서 뭘 먹어야할 지 좀 고민이 되긴 합니다만...) 어차피 만족을 못시킨다는 거죠. 판을 엎으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는데 한 두 수 물려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짜 고민을 해야 할 사람들

   앞으로 특정 시점에 소의 어떤 부분들이 위험한지를 써나가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30개월이 아니라 광우병은 평균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30개월 이하면 광우병이 없으니까 먹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덜 퍼졌으니까 먹어도 죽을 확률이 좀 적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근육, 살코기에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됩니다. 신경과 림프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변형프리온은 증식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변형프리온 1분자라도 목구멍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또한 거기에 공포심이 있는 분들은 하루빨리 채식 또는 알약으로 방향을 돌리시고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셔서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고기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가... 바로 1억 명 중 1명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해서 10억 명 중에 1명 걸릴 정도의 확률로 낮추고 싶다, 변형프리온이 내 몸에 들어오더라도 감염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들어오도록 특정 부위는 피하고 먹고 싶다, 뭐 희귀병 중에 희귀병인 인간광우병을 가지고 뭐하러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지면서 먹느냐 그냥 평소 먹던 대로 소 골까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다가 죽게 내버려둬라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srm의 의미와 30개월의 의미를 따져볼 예정입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답은 분명하다. 아무리 광우병에 걸려있던 소의 부속물이라 하더라도 살코기, 근육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힘들다. 혹시 인간광우병에 걸렸던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부분을 섭취한 것은 아닐까? fore족 원주민들에게 kuru병이 대규모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직접 뇌를 먹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뇌 부위는 신체 중에 변형프리온단백질 역가가 가장 높은 부위이다. 혹시 200여명의 인간광우병 환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srm, 그 중에 특히 뇌와 척수 같은 부위를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게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말이다...

뇌를 섭취한 fore족 여인들과 아이들

   다시 kuru병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한참 kuru병이 휩쓸고 다닐 때, 한 해에 인구의 5% 가 사망할 정도였습니다. 이 재앙은 인간이 인간의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종 간 장벽’이 전혀 작동할 수 없어 더욱 피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유행에 있어서 주된 희생자는 다름아닌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성인 남자들이 이 재앙에서 비켜간 이유를 분석해보니 사후 식인 행사에 참여하는 빈도도 적었을뿐더러 참여하더라도 주로 근육을 먹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뇌 부위는 대개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몫이었는데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아이들의 입 주위에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뇌를 꺼내 몸에 바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그 뇌의 주인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온 몸에 퍼진 상태에서 죽었다면 섭취를 통해서 또는 피부에 난 상처 등을 통해서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침입을 쉽게 받았을 것입니다.

살코기만으로 어림없다면 진짜 뇌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동물 실험과 부검에서도 거듭 확인된 것은 신경조직, 그 중에서도 신경들이 집중되어 있는 뇌와 척수에 고밀도로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축적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영국의 소들도 육골분 사료의 재료 중에 오염된 뇌와 척수가 제외되었었다면 그렇게 대규모로 광우병이 유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전제는 인간광우병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아무리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라 하더라도 살코기, 근육만 먹어서 인간광우병에 이환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조금의 가능성도 광우병이 대규모로 유행해야 가능하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경우에는 억지로 광우병 걸린 소를 찾아내 소각장에서 빼돌려 집에 쌓아놓고 먹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혹시 그 당시 영국에서 음식물에 소의 뇌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연구자들도 당연히 품었던 의문이며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소고기 제품 가운데 소의 뇌를 분쇄한 균질액이 햄버거 안의 고기가루(ground beef)를 뭉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져왔다는 증거를 제출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조 방법은 그다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은 걸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생각 따로 몸 따로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영국 정부는 광우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사료 규제 및 광우병 위험 물질의 식용 금지, 도축 위생 강화 조치 등을 숨가쁘게 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치가 아니라 실제 목장, 사료 공장, 도축장 등에서 이런 조치대로 시행이 되고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실사단이 전국을 돌며 실태 파악을 하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장에서는 이미 사 놓은 육골분이 포함된 사료를 아까워서 폐기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먹이고 있었습니다. 사료 공장에서는 소와 소 이외의 가금류 사료 제조 라인이 분리되지 않아 제조 공정에서 찌꺼기가 완전히 청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 사료를 만드는 공정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더 한심한 일은 도축장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도축업자들은 정부의 수많은 규제들에 대해 불만투성이였습니다. 아직 인간광우병이 발병하지 않은 시점이라 정부가 유달리 부산을 떤다고 생각했고,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각종 srm 제거 과정들은 번거롭고 귀챦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작업들을 해야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목격된 현장은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한 순간에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인부들은 소의 뇌가 위험하므로 제거해야 된다는 규칙에 따라 두개골을 열어서 뇌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안에 있던 뇌 조직들이 삐져나오고 여기저기 튀고 소의 얼굴에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소의 안면에 있는 고기들을 발라내 식용으로 유통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 소의 뇌를 제거하는 작업이 중요한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규칙만 번드르하고 관리 및 실행은 엉망이었던 셈입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잘 지켜졌다면 영국에서 광우병의 유행은 좀 더 규모가 줄고 일찍 종료되었을 것이며 인간광우병 희생자도 따라서 줄었을 것입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1992년 3월 2일 새로운 시행규칙을 도입하게 됩니다. 두개골을 연 후 또는 뇌를 제거한 후 두육 제거 금지, 사람 소비를 위한 식품에 사용되는 특정한 지역, 시간을 제외한 도축장이나 뼈분리공장에서 뇌 적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1995년 8월에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켜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던 것입니다.

mrm에 주목하다

   ‘기계골발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이란 고기가 붙어있는 소, 양, 돼지, 닭의 뼈나 찌꺼기에서 발라낸 고기를 말하며, 뼈에 있는 세포성 물질이 떨어져 나와 고기스프와 같은 상태가 되도록 나사송곳이 있는 기계나 수압 혹은 다른 압력을 이용하여 뼈에서 떼어낸 고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mrm은 다양한 가용육제품에 사용되었는데 이들을 만드는 공정 자체에서 광우병위험물질들이 고기에 섞여들어 갈 수 있음에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광우병 백서’에 나오는 mrm을 얻어내는 세부 과정들을 살펴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것입니다.

   푸주간에서 사용하는 칼로 고기를 발라내면 많은 양의 고기가 뼈에 남아있게 됩니다. 1950년대에는 수동식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뼈에 남아서 버리게 되는 고기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자동화기계를 이용해 발라내기 힘들거나 발라내어 보았자 경제적 이익이 없는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회수하였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mrm은 고기파이, 소세지, 버거 등 여러 가지 육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즉, 얇게 저미거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이용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mrm의 대상이 되는 뼈는 이미 대부분의 육질을 떼어낸 상태의 뼈로서 주로 척추, 갈비뼈, 어깨뼈, 엉덩이뼈 등이 이용되었습니다. 이 중 특히 척추는 많은 종류의 기계들이 피스톤을 이용하여 뼈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고기를 떼어내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척수 등의 신경조직이 같이 빨려들어갈 확률이 높았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의 중요성을 알게 된 영국 정부는 1995년 12월 15일 척추뼈로부터 mrm을 얻지못하도록 금지조치를 취합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1993년 5월 이미 15세 영국 소녀 빅키 리머에게 인간광우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복기를 10년으로 계산했을 때 이미 그녀는 1983년에 광우병위험물질에 노출이 된 것입니다.

mrm과 소년소녀들

   다음 글은 왜 어린 소녀나 소년들이 주로 인간광우병의 피해자였는지를 추적하는 자리가 되겠지만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기계골발육, mrm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육류 소비와 달리 햄버거 등의 소비는 10대에서 유달리 높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먹은 햄버거 패티에 가장 위험한, 먹어서는 안되는 광우병 걸린 소의 뇌와 척수 조직이 흘러들어갔다면, 그리고 그 빈도 수가 잦았다면 ‘종 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소의 변형프리온이 인간의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번에 체결된 ‘한미소고기협정의 수입위생조건’ 첫머리에도 다음과 같이 mrm에 대해 명시되어 있습니다.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다만,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 srm); 모든 기계적 회수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기계적 분리육(mechanically separated meat, msm) 및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 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 특정위험물질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 회수육은 허용된다.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글을 마칠 시간이 점점 다가오다

   이제 거의 여정이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종 간 장벽’의 붕괴, 재순환-특정 strain의 출현, 뇌와 척수를 비롯한 srm의 섭취, 이 4가지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개인적인 감수성'(individual susceptibility) 문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즉, 오염된 육골분 사료에 의해, 그리고 재순환에 의한 독성이 강한 특정 strain이 출현하고, 이로 인해 감염된 소고기의 뇌와 척수나 이들이 포함된 mrm 등을 먹더라도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반응하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까지 설명이 되어야 왜 엄청난 양의 광우병 소고기를 먹었어도 지난 30년 동안 200여명의 희생자 밖에 없었는지 그 미스테리가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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