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야 말하는 광우병이야기.[펌] 1장

따랑해 작성일 10.07.12 0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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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어떻게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결국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되겠지만). 광우병에 대해 우리가 얼마 정도의 위험을 느껴야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미국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 아니다(미국 소가 어떤 유별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로 하고). 그냥 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다. 협상은 뭐 그냥 언제나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30개월보다는 20개월이 좋고 그냥 갓 태어나거나 어린 송아지만 먹겠다는 쪽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협상자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 상대방이 속아만 준다면 우리는 그런 어린 송아지만 원래 먹어왔다고, 나이 든 것 먹으면 알러지가 생겨서 못먹는다고 구라를 쳐도 될 것이다...

사람처럼 소에게도 '산발성 광우병'(sporadic CJD vs sporadic BSE)이 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광우병의 출현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 때문이며, 이 양들의 부산물로 오염된 육골분 사료를 통해 스크래피 인자가 소에게 옮겨진 것이라는 추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추정은 나중에 밝혀진 역학적, 과학적 사실들에 의해 의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사태가 모두 정리된 뒤 발행한 광우병의 원인을 조사한 문건에 의하면 광우병은 소 자체에서 기원한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사람에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이 100만명 당 1명 씩-이 한 명은 결코 소고기를 먹는 죄를 범하지도 않았고, 인생을 그리 악하게 산 것도 아니고, 채식주의자이건 뭐건 상관없이(아마도 체성돌연변이, somatic mutation에 의한 것으로 추정)-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소에서도 그 발병율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연 발생적인 광우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육골분 사료에 노출된 적이 없거나 수평-수직 감염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들에게서 광우병이 여러 차례, 다양한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광우병이 스크래피가 아니라 소 자체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다시 재구성을 해보면, 1980년대 초에 처음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추정은 1980년대 중반에 이미 많은 소들이 광우병에 이환되어 있음을 생각해볼 때 잠복기 4~6년을 고려해서 너무 빠른 추정치가 됩니다. 결국 광우병 처음 발생 시점은 1970년대로 추정되고 최소한 10년 동안 3번 정도의 작은 사이클이 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어느 목장에선가 광우병이 자연 발병하여 다우너가 된 소를 도축하게 되고 이 때 남은 뇌, 척수 등의 부산물이 사료로 흘러 들어갔을 겁니다. 이를 섭취한 소수의 소들이 다시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이들의 부산물이 또 사료로 유입되면서 광우병 사이클이 돌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사이클이 소수에서 그치지 않고 증폭되고 확대되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전제 조건들, 다시 말하면 광우병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각종 장벽들(barriers)이 무엇이 있는지, 전에 언급했던 유전적 장벽(genetic barrier), 연령 장벽(age barrier) 등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3,000m 허들 경기를 연상하며 선수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뭐 응원을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인간광우병이 영국처럼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고 그 소의 변형프리온단백질로 오염된 뇌 조직이 사료제조 과정에 들어갔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알아보니 육골분 사료를 만들 때 소머리, 내장, 잡뼈 가져다 그냥 집어넣는 것이 아니더군요.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사료 제조공정을 자세히 기록한 문서에 의하면 육골분의 처리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절단(breaking)과 분쇄(crushing), 혼합(mixing) 과정인데 이를 거치고 나면 상당히 균일한 정도의 직경 3mm 이하의 작은 입자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입자는 정상인 조직들과 섞인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염 물질의 희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는 다시 복합사료 제조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전체 사료 비율 중 2~4% 정도만 첨가되기 때문에 다른 사료들에 의해 희석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두 차례나 나뉘고 섞이고 퍼지고 하면서 실제 목장에 있는 소에게 전달될 양은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소량의 오염 물질 가지고는 유효 용량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영국에서 1989년에 실시된 역학 조사에서 6,841개의 감염된 소 떼 가운데 단 1마리 만의 발생 예를 갖고 있는 소 떼가 4,329개나 되었습니다. 만약 사료에 오염물질이 들어가기만 해도 광우병이 걸리는 것이라면 한 목장의 소들이 각자 다른 사료를 먹은 것이 아닌 바에야 이런 발병 패턴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 패턴은 감염에 노출된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크래피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매우 높은 비율로 스크래피 인자를 희석할 경우 드물게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하나씩 튀어나오는 발생 례와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데 이것은 오염 물질이 사료제조과정에서 높은 비율로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료제조 라인에 들어오는 오염된 조직이 많아질 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감염된 소의 부산물의 증가와 함께 사료 제조 방식의 기계화에 의한 대량 처리 및 용해제 미사용은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더라도 사이클을 증폭시키는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량일 때와는 달리 육골분 사료가 균일하게 오염되면서 광범위한 전파가 가능해집니다. 실제 영국에서 처음 시작은 소수였지만 아무도 광우병의 위험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료 유입 경로가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점차 확대되다가 수십만 마리의 소가 감염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현재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영국은 1988년부터, 미국, 캐나다는 1997년부터, 한국은 2000년 12월부터, 일본은 2001년부터). 또한 광우병 발생 위험 소들을 전수조사 또는 표본조사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넋 놓고 있던 영국 상황과는 천지 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설사 다른 가축들에게 줄 육골분이 소량씩 소 사료에 섞여 들어간다해도 그 가운데 표본조사를 피해간 오염 물질이 섞여 있을 확률을 고려하고, 들어와서 희석되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대량 오염이 되지 않은 경우라면 이에 의해 광우병이 집단 발병하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되겠습니다(반추동물이 아닌 다른 가축의 감염물질이 사료를 통해 유입되는 교차 오염은 그래도 기분 나쁜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솔직히 교차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하여튼 처음부터 광우병이 대규모로 번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만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일단 제 1 전제조건부터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지며 1980~90년대 영국과 같은 상황의 재연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집니다.

2. ‘종 간 장벽’의 붕괴

   어찌보면 광우병 전파 문제에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이 이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의 문제입니다. kuru나 vCJD나 똑같은 변형프리온 질환인데 Fore족이 5만도 안되는 인구 중 2500여명이나 kuru에 걸렸고, 영국은 5천만이 넘는데 163명 밖에 이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극명해집니다. 더군다나 Fore족은 죽은 사람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감염원과 접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영국민들은 다량의 감염된 소고기를 10년 넘게 먹어왔기 때문에 접촉할 기회는 더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환율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소만 걸리던 광우병이 인간에게로 넘어올 때 뭔가 큰 장벽 하나가 가로막혀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종 간 장벽’입니다. Fore족은 같은 종인 인간을 먹은 것이고, 영국민은 다른 종인 소를 먹은 것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PrPsc)에 대한 이 장벽은 실험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한 종에서 나온 변형프리온을 새로운 동물 종에 접종했을 때 잠복기가 같은 종에 접종했을 때보다 현저히 길어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뒤 이은 연구에서 어떤 종 간에는 전혀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종 간 장벽’은 프리온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서열이 종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정상프리온단백질(PrPc)은 사람의 경우 20번 염색체에 코딩되어 있는 단백질로 이에 해당하는 유전자(PRNP)는 16,000개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단백질 코딩 부위는 759개 염기쌍으로 되어있으며 3개의 염기가 1 종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니까 253개의 아미노산이 됩니다. 이 숫자는 각 종마다 다르고 아미노산이 배치된 순서도 다르며 진화 계통상(프리온단백질의 진화계통도는 위 그림에) 가까울수록 더 비슷하게 됩니다. 위 표와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라는 종은 ‘양’이라는 종과 상당히 비슷하며(표1에 의하면 94%) 계통상 가까이 있고, ‘인간’은 ‘원숭이’와 가까이 있으며 인간과 소(88%)는 그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 거리 만큼, 이 장벽 만큼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광우병 소고기를 접해왔음에도 멀쩡할 수 있는 원인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광우병 소고기를 먹어 인간광우병에 걸린 163명의 사람들에게는 원통하게도 왜 이런 ‘종의 장벽’이 작동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실행횟수와 확률에 관한 것입니다. 종의 장벽이 높긴 하지만 실행 횟수가 많다보면 게중에 하나 정도는 이 벽을 넘어서 인간 프리온단백질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변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수많은 광우병 소를 먹어왔다면 충분한 실행횟수가 될 수 있습니다(로또 1등이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실행횟수가 많기 때문에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것처럼, 814만분의 1 확률이면 814만번을 실행하면 1번 쯤은 된다는 이야기). 다행히 이 변형은 수혈이나 경막 이식 같은 인간-인간 전파 유형을 제외하고는 사이클을 돌 수 없으므로 이환된 개체 내에서 개체의 사망과 함께 종결됩니다. 결국 향후 발병 예상치까지 합쳐서 약 300명 정도가 운이 없게도 이 ‘종 간 장벽’ 파괴의 확률적인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그 외의 원인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다른 장벽을 소개할 때 다시 언급됩니다.

   광우병에 대한 설명에는 종간 장벽과 관련되어 항상 동반되어 언급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strain diversity'(변종 or 품종 or 균주 다양성)라는 번역하기 좀 애매한 그런 현상입니다. 이 strain이라는 것은 특이하게 같은 종 간에도 적용됩니다. 즉 유전자가 같고 아미노산 서열이 같아도 특성이 전혀 다른 또 다른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세계입니다. 양에게 발생하는 스크래피만 해도 20 종류가 넘는 strain이 현재 확인되어 있습니다. 종 간 장벽을 뚫고 사람을 침범한 영국 광우병 소들의 변형프리온과 이 strain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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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은 특정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이 광우병에 이환될 확률을 줄여주는 매우 유용한 장치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숫자가 적더라도 소와 인간의 ‘종 간 장벽’을 넘어선 일부 독한 놈들이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독성을 획득하게 된 것일까?...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이들에게도 족보가 있다

   연구자들이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이상한 행태를 보고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초기 연구들은 주로 양의 스크래피 인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필두로 해서 양에게서 발견된 똑같은 스크래피 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특성을 보이는 20개 이상의 strain이 확인되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똑같은 ‘김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뿌리가 같은 것이 아니라 ‘김해 김씨’, ‘경주 김씨’, ‘광산 김씨’ 뭐 이렇게 다양하다는 이야기입니다(어쩌면 이보다는 같은 성씨 안에서 무슨 파 무슨 파로 나뉘어진다는 비유가 더 적절할 지 모르겠군요).

   현재 광우병 집안(BSE strain)은 classical, H-type, L-type 등이 보고되고 있고,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집안(CJD strain)은 sCJD는 type1과 2, iCJD는 type3, vCJD는 type4 등이 각각 다른 strain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의 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어떤 특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개체나 종간을 넘나들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됩니다. 마치 유전자처럼 말입니다.

   품종, 혹은 균주로 번역되는 이 ‘strain’이란 것은 원래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 다양한 변종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에서처럼 유전자 변이에 의해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의 상이성 때문에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 strain이(H5N1, H7N1, 등등...) 탄생합니다. 이들은 strain에 따라 감염력, 독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사람에게 감염될 지 감염이 안될지(고병원성 vs 저병원성)가 결정됩니다. 프리온 질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온 단백질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자와 같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rain이라 불리울 수 있는 유지되는 어떤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의 각 strain들은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지만 겹침의 형태가 달라짐으로써(misfolding variation) 여러 개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서로 다른 구조는 대상 생물체에 침투되었을 때 잠복기가 달라지고 침범되는 뇌부위가 달라지며 나타나는 임상 증상도 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순한 놈도 있고 독한 놈도 있고 성격이 급한 놈, 느긋한 놈, 빠릿빠릿한 놈, 덜 떨어진 놈, 제 각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단백질이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 일부 연구자들은 프리온 외에 다른 인자들을 고려하거나, 아직도 원인체가 바이러스나 그보다 작은 바이리온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 계보 따져보기

   strain이 다르면 잠복기, 병리소견, 임상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는데 생화학적인 특성도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Western blot analysis, 윗 그림에 예시)를 통해 이들을 감별해 낼 수 있습니다. glycosylation pattern, denaturaion profile, molecular size of PK-resistance가 strain마다 달라 이에 기초해 strain typing(균주 분류)을 하게 됩니다. 이 typing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프리온질환들의 관계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Fore족이 앓았던 kuru의 기원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가장 지지받는 가설은 아마도 100만명 당 1명씩 지구 어디에서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sCJD를 Fore족 중 1명이 우연히 앓게 된 것이 kuru의 시작이라는 가설입니다. 실제 인간이 잡식동물임을 감안할 때 같은 인간을 먹어서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식인종 사회에서 kuru와 같은 병이 유행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Fore족은 인간이 인간을 먹은데 따른 죄 값을 받았다는 다분히 감상적인 분석보다는 그냥 재수없게 먹은 인간 중에 하나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물론 인간을 아예 먹지 않았으면 그런 재수없는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2008년 3월, kuru에 걸렸던 Fore족 원주민의 뇌조직으로 strain typing을 해 sCJD, iCJD, vCJD와 비교를 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iCJD, vCJC와는 달랐고 sCJD와는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kuru병이 부족원 중 한명이 우연히 sCJD를 앓게 되어 죽게 되고 이 사람의 사체를 먹은 사람들에게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전달됨으로써 유행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입니다.

   또 다른 소득은 인간광우병의 기원에 관련된 것입니다. 형질전환 마우스를 이용해 strain typing을 해 본 결과 그동안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져왔던 양의 스크래피 인자와는 잠복기도 다르게 나타나고 병리 소견도 달랐습니다. 생화학적 특성들도 달랐습니다. 혹시 소가 아닌 사람에게서 옮아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sCJD(type1,2), iCJD(type3)와도 달랐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type4 CJD,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nat CJD)의 탄생입니다. 그럼 광우병을 일으킨 BSE strain과의 비교는 어땠을까요? 인간광우병 환자에게서 나온 것과 광우병 소에게서 나온 것이 잠복기 및 질병 진행 양상, 당화형태(glycosylation pattern)가 똑같았습니다.

   이 결과는 인간광우병의 시작이 양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소에게서 시작했다는 추론을 지지해줍니다(스크래피 인자의 변종이 BSE strain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은 유효합니다). 그런데 이 새로 탄생한 BSE strain은 기존의 여타 strain들과 달라도 뭔가 달랐습니다. ‘소’라는 종 안에서만 갇혀 지낸 것이 아니라 사료와 식육을 매개체로 삼아 양을 비롯해 여타 포유류, 그리고 인간까지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을 즐기게 된 것입니다.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다 - 광묘병의 출현

   때는 1990년, 매달 광우병에 걸린 소가 500마리 이상씩 발견되던 영국에 있어서는 매우 우울한 해였지만 아직도 광우병이 인간에게까지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스크래피가 그렇게 퍼졌어도 그 양고기를 먹고 스크래피에 걸린 인간은 없었으며 광우병이 돌고 있어도 인간이 광우병에 걸린 예는 한 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광우병이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간과 지역에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소에게 발생해왔던 드물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병이라는 가정 하에서 보면 인류에게 인간광우병은 상상하기 힘든 그런 존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만큼 소와 인간이라는 종 사이에 놓여진 장벽은 건실했고 그 때까지 이 장벽이 무너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벽에 균열이 오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1990년 5월, 5살 먹은 애완용 고양이를 필두로 해서 애완용 혹은 야생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있기 이미 두 달 전에 동물원에서 사슴과 영양 5마리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순직(? 일하다 죽었으니까)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동물들과 고양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육골분 사료를 먹이로 했다는 점, 소의 변형프리온이 같은 반추동물인 양에만 영향을 끼치던 울타리를 벗어나 상당히 계통이 떨어져 있는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1994년 9월까지 총 57마리의 고양이들이 ‘고양이해면상뇌증’(광묘병, 狂猫病, 그냥 만들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 갖다붙이면 됩니다. 광록병, 광랑병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strain typing을 통해 BSE strain과 동일한 계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돌고 돈 놈이 더 독하다 - 영국에서 유행했던 인간광우병을 유발한 BSE strain의 과거

   고양이들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점점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광우병 소식과 함께 공포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고양이도 가능하다면 인간도 혹시?... 그 당시 광우병 연구의 핵심 인물이었던 킴벌린 박사는 이런 발언을 했었습니다.

...소와 사람의 종 간 장벽이 소와 고양이만큼 높지 않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SBO 금지(특정 소내장육 금지 조치, 지금의 SRM 금지와 비슷한 개념)를 실시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그의 감사는 너무 빨랐습니다. 이미 그 당시 소와 인간 사이의 종 간 장벽에는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균열이 생겨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스크래피 인자를 어떤 양에게 접종 후 그 양에게서 얻은 스크래피 인자를 또 다른 양에게 접종하면 잠복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또한 다른 종을 한 번 거쳐온(양->소->양)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감염성도 증가하고 잠복기도 짧아지는 독성(virulunce) 강화 효과를 얻는 현상도 관찰되었습니다. 마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더 숙련되는 것처럼, 학습을 하면 할수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종 내 또는 종 간 이동에 의해 더 쉽게 전염성이 획득되는 이 현상의 기본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이 메카니즘은 바로 소에게서 생기는 병이 인간에게 일정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 기전을 완벽하게 설명을 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윈의 진화론과 매우 유사한 논리입니다. 적자생존과 자연도태... 프리온 strain의 자연선택이론입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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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이 글을 써 놓고 오늘 좀 다듬어서 올리려고 생각하던 차에 각 포털을 뜨겁게 달군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한 사실관계나 과학에 대해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접했다. 운명의 장난 뭐 그런 것처럼 오늘 글 내용에 광우병에 걸린 미국 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마치 버시바우의 발언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당황스럽다...

...미국은 이 사태가 어떻게 촉발되었는지 깨달아야한다. 미국의 한 단체가 불법도축의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 고발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었다. 다우너가 광우병에 걸렸든 걸리지 않았든 아무 검사도 없이 식용으로 도축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것은 미국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한 미국의 한 젊은이가 인간광우병으로 한참 의심받고 있을 때였다. 이런 와중에 협상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매우 느슨한 기준으로 타결이 되었다. 물론 이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아무 준비없이 무조건 다 먹겠다고 서둘러 도장 찍고 박수친, 미국조차 내심 놀라게 한 한국 정부에게 있다. 이제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나서더라도 비과학적인 괴담에 휘둘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몇 안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칭 광우병 전문가란 사람들이 뱉어내는 단편적인 정보에 휩쓸려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든다면 버시바우의 오버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될 것이다...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자연선택 - 더 강한 놈이 살아남는다

   자연선택(自然選擇)이란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생존에 비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보다 생존과 번식에서 이득을 봄으로써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나비나 대벌레의 외형은 인위적이지 않은 오로지 자연의 선택을 통해서 얼마든지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처럼 생명체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카롭지 않은 발톱은 사냥에 불리하게 되고 생존율에 영향을 끼쳐 번식에 실패합니다. 좀 더 날카로운 이빨은 생존율을 높여 번식에 성공해 동일한 형질을 가지는 개체를 늘어나게 합니다. 세대를 거듭하다보면 그들의 발톱은 큰 물소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도록 발달합니다. 물소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자연선택은 자신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무서운 흉기같은 것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 strain들의 다양성과 변이, 침투력 및 독성의 단계적 증가 등을 ‘경쟁과 적응’(competition & adaptation) 같은 생명의 진화 원리를 적용해 설명하는 이론들이 논문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입니다. 1970년대 발표된 논문들에서 이미 서로 다른 스크래피 인자들끼리 감염체의 신경조직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두 종류의 스크래피 인자를 동시에 접종시킨 후 순차적으로 계대시키면 strain의 비율이 세대마다 변하면서 독성이 강한 strain의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편의를 위해 strain과 감염체와의 관계를 기생체와 숙주의 관계로 비교해 기술해 보겠습니다. strain간의 경쟁이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마도 처음 숙주에 침투할 때 구조가 다른 여러 strain이 공존하는 상태였거나, 침투는 한 종류의 strain이 했지만 새로운 종에 적응하면서 3차 구조가 조금씩 다른 여러 개의 strain으로 분리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침투한 숙주에게 첫 임상 증상이 나타나려면 strain에 따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이 요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다른 개체로 옮겨가지 못하고 그냥 숙주가 사망한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고 거기에서 이 strain들의 생활사는 끝납니다. 하지만 숙주가 다른 종에게 먹히거나 사체가 사료로 쓰이게 되었을 때가 문제입니다. 옮겨가는 strain들의 특성이 처음 상태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감염율이 낮은 구조, 잠복기가 너무 길어지는 구조를 가진 strain들은 숙주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확률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좀 더 잠복기가 짧고 감염률이 높은 strain들은 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종 내에서 혹은 종 간에 옮겨다니는 횟수가 늘어날수록(옮겨다니는 것은 생명체에서 일종의 세대가 거듭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독성(virulence)은 더욱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스크래피 인자 중에 160일의 잠복기를 가지는 Chandler strain을 가지고 한 실험이 있습니다. 쥐에 이 strain을 감염시킨 후 햄스터로 재접종하면 잠복기가 갑자기 380일로 늘어납니다. 서로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기 때문에 종 간 장벽이 있어 잠복기가 늘어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발병한 햄스터의 뇌 조직을 또 다른 햄스터에 넣어주고 또 병에 걸리면 다시 넣어주고를 반복하는 과정(연차계대, serial transmission)을 거치게 되면 옮길 때 마다 잠복기가 줄어들다가 75일 정도에서 더 줄어드기를 멈추고 안정화가 됩니다. 일종의 적응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마우스에 병원성이 있는 431K strain을 가지고 한 실험입니다. 햄스터로 접종시키면 처음에는 분명히 431K strain이었는데 재접종을 반복하다보면 최종 strain typing 검사에서 263K strain이 검출이 됩니다. 이 strain은 431K보다 잠복기가 짧고 431K의 특성과는 달리 마우스에는 병원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는 strain이 세대를 반복함으로써 탄생하는 것입니다.

   밍크에서 발견되는 ‘전염성밍크뇌증’(TME, Transmissible Mink Encephalopathy)에는 두 종류의 strain이 알려져 있습니다. HY(hyper) strain은 잠복기가 65일이고 주증상이 과도한 흥분과 운동실조입니다. DY(drowsy) strain은 잠복기가 165일이고 점진적인 쇠약이 주증상입니다. 이 두 strain을 동시에 햄스터에 접종시키면 HY strain이 주된 strain이 됩니다. 하지만 DY strain 비율을 더 늘려서 접종하면 HY strain의 성장이 억제됩니다.

   위의 실험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변형프리온단백질들이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 상당한 변이를 보일 수 있으며 어떤 변이는 경쟁에 의해 도태가 되고 어떤 변이는 적응에 성공하여 새로운 감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체가 세대의 반복을 통해 더 적응적인 형질을 소유하는 진화 과정처럼 변형프리온단백질들은 개체를 옮겨다니면서 또는 종을 옮겨다니면서 감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응된 특성을 갖춰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만약 이런 이동을 차단시킬 수만 있다면 strain의 적응 및 진화를 상당 부분 감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고 받을 대상이 필요하다

   만약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소를 사료 만드는 기계에 밀어넣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사료를 다시 소에게 먹이지 않았다면 광우병은 그냥 광우병으로, 인간의 병이 아닌 소의 병으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적응할 수 있는 strain으로 진화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자연선택의 원리에 의해 달라진, 그래서 종을 넘나드는 감염력을 갖게 된 이 strain이 바로 영국에서 벌어진 비극의 원인이며, 반대로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자체 발병한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 그러니까 1980~1990년대 당시 영국이라는 변수와 관련이 없는 국가나 사람에게서 인간광우병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추론입니다.

   재순환(recycling), 병원체를 주고 받고 하면서 병원성을 키워가는 이 현상은 그 당시 영국에 엄청나게 많았던 양떼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소->소로의 BSE strain 이동도 문제였지만 소->양, 또는 소->양->소, 소->양->양->소 등 다양한 단계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타 종인 양을 거쳐온 BSE strain은 심각성을 키우는 또다른 문제였습니다. 물론 이 사이클의 매개체는 육골분 사료였습니다. 사료제조공정에 오염된 도축 부산물들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지 못한 결과로 재순환이 반복되면서 strain의 병원성은 증대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이클이 돌 수 있도록 받아줄 수 있는 대규모 사육군이 있느냐 그리고 사료에 지속적인 이들의 유입이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위 표에서 보면 그 당시 영국의 거대한 양 사육 규모가 광우병 전파에 상당한 변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그 당시 영국에 비해 양의 개체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은 문제될 것이 없고 만약 있다면 염소 정도가 해당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반추동물 사료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병원체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특정 strain이 강해지는 현상, 이 고리를 차단한다면 광우병에 대한 우리의 부담을 비약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우리 정부는 교차오염을 차단하는 사료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위에 장황하게 언급한 재순환의 패악을 염두에 둔다면 매우 바람직한 조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반추동물의 사료 금지를 통해 재순환의 고리는 차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른 가축들과 생산라인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사료가 서로 섞일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모두 광우병의 위험에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한 광우병 발병 확률을 극도로 낮추는 이러한 정책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1997년 12월 12일 전 유럽에서 살아있는 반추동물과 고기, 육골분 사료, 내장, 생식기 수입 등을 금지시켰고, 1998년 4월부터는 소에게 모든 포유동물의 사료 금지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도 그 위험성은 훨씬 적습니다. 2009년 4월부터는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아예 사료용으로 쓰는 것을 배제시켰기 때문에 더 오염 가능성이 낮아질 것입니다(물론 원안대로 되었으면 더 완벽한 사료정책이 되었겠지만).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광우병이 5년 내에 없어질 병이라는 주장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지금까지의 결과들을 보면 영국 소들 사이에 유행한 광우병은 새로운 strain들로서 영국인들에게 전염이 될 당시 매우 높은 독성(virulence)을 소유한 새로운 병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광우병 소와 5천만에 이르는 인간이 아무 제재없이 접촉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 밑바탕이 되어 새로운 strain의 탄생은 ‘종 간 장벽’을 넘어 163명의 피해자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오염된 사료와 상관 없는 광우병이 근래에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상시적으로 세계 어디서나 발병해왔던 것처럼 광우병도 아주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병해왔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비추어볼 때 광우병이 수 년 이내에 사라질 질병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잘못된 예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영국을 발발 기점으로 한 광우병이 수 년 이내에 사라질 질병이라는 것은 가능한 예측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광우병이라 하더라도 영국에서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가 원인이 되는 광우병과 타국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광우병은 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육골분 사료 금지를 통해서 더 이상 재순환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서 영국과 같은 상황이 똑같이 재연될 수는 없으리라는 판단입니다.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3마리의 특성

   최근에 자연발생으로 생각되는 광우병에는 영국형 광우병 strain인 classical or typical strain이 아니고, H-type이라 불리우는 strain(스웨덴,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보고)과 L-type이라 불리우는 strain(이탈리아, 일본, 벨기에에서 보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첫 번째 발견된 소는 typical BSE strain이었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H-type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초로 발견된 미국의 광우병 소는 2001년에 캐나다에서 수입된 6년 6개월짜리 젖소로 걷지 못하는 다우너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003년 12월 도축 되었는데 검사 결과가 공교롭게도 12월 25일에 알려졌습니다. 미국 축산업계로서는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된 셈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가 기다렸다는 듯 미국소고기 수입 전면금지로 화답하였습니다. 보통 4~6년인 광우병 잠복기를 생각해보면 실제 미국에서 걸린 것으로 보기 힘들고 strain typing도 영국에서 발견된 소들과 같은 strain이었습니다.

   두 번째 소는 12년된 역시 발견 당시 다우너 상태였으며 텍사스에서 자란 미국산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되겠습니다. 2004년 11월 검사에서 확진이 되었습니다. 2006년 2월 27일에 발견된 세 번째 소는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Alabama 농장에서 사육되던 암소였는데 이미 매장된 상태에서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 소는 태생이라든가 정확한 나이는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 마리의 소에겐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strain typing에서 기존의 광우병과는 다른 형태(H-type)를 보인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광우병은 일부 프랑스 소와 독일 소에서 보고되었고 최근에 스웨덴에서도 한 예가 보고되었습니다. 일단 발병 연령이 늦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소의 경우 뇌 조직검사에서 변형프리온단백질 함량이 전형적인 광우병에 비해 20배 정도 적었다는 것이 특이한 점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2마리의 특성

   미국과 비슷한 경우가 이탈리아 소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각각 15년, 11년 된 두 마리의 신규 광우병 발생 소인데 역시 상당히 늦은 연령에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특성이 영국의 전형적인 광우병과도 다르고 미국 광우병과도 달랐습니다. 분자량이 적어 L-type(low molecular vs H-type, high molecular)이라고 하고 일본과 벨기에에서도 보고된 바 있는 strain입니다.

   이 strain을 가지고 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2007년에 발표된 ‘Conversion of BSAE Prion Strain into the BSE Strain : The Origin of BSE?'라는 논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이탈리아 소에서 추출한 L-type strain(다른 말로 BSAE strain이라고도 함)을 마우스에서 반복적으로 계대 시켰습니다. 그 후에 최종적으로 strain typing을 해보니 이것이 영국에서 발견된 classic BSE strain으로 변해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종 내에서는 classic BSE보다 더 독성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종을 넘어서는 전파는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여기에는 전파가 더 잘되었다는 상반되는 연구도 있으니 유의). 이 실험을 한 팀은 결국 이 결과를 토대로 L-type이야말로 영국 광우병의 원형이지 않겠느냐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사람에게 있어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늙은 나이에 발병하고 일단 발병하면 금방 사망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소들이나 미국 소들이나 발병 시점이 영국에서의 광우병보다 상당히 늦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처음 영국에서도 이런 형태의 광우병이었다가 소와 소 사이를 그리고 소와 양 사이를 오가면서 점점 잠복기가 짧아지고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는 classical BSE strain으로 형태가 발전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영국 소고기, 미국 소고기, 한국 소고기, 어떤 소고기를 먹을까?

   이쯤해서 재미로 이런 것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괜챦을 것 같습니다. ‘광우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갔는데 메뉴는 비프 스테이크 딱 하나고 원산지가 다른 3종류 비프 스테이크가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30개월 이상 소의 전수검사 및 강력한 사료정책을 펴고 있는 영국 소고기, 전수검사가 아닌 표본 검사를 하고 있고 사료 정책도 좀 느슨한 미국 소고기, 그리고 우리나라 소고기, 여기서 광우병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는 전제 하에 그 중에 하나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느 고기를 선택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유일하게 인간에게 전파되는 광우병 strain이 유행했었지만 지금은 고강도의 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영국 소고기가 안전할까요? 아니면 아직 자체 발병하여 인간에게 전파된 예가 없는 미국 소고기가 안전할까요?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오랫동안 별 탈 없이 먹어온 우리 소고기가 더 안전할까요?

   다들 나름대로 판단하시고 그 판단대로 드시겠지만 제 개인적인 판단을 이야기하라면 뭘 먹든 현재는 다 거기에서 거기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눈감고 찍어서 가르키는 것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현재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 역학 연구가 말해주고 있고 다양한 과학적 실험의 결과가 종합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경우도 월등히 광우병 위험이 높다 이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좀 과감하게 이야기한다면 뭘 먹든 광우병에 걸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얼마나 어려운지는 좀 더 다른 연구결과들을 가지고 다음에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만). 그러나 그래도 꼭 하나를 피하라고 한다면 아무리 전수검사네 뭐네 SRM 완전 제거네 뭐네 하더라도 영국 소고기를 피할 것 같습니다.

자국민 자체 광우병 발생의 의미

   지금 일부 사람들이 뭐 영국의 예를 보라 일본의 예를 보라 왜 그들 만큼 못하느냐 그러는데 그건 당연한 겁니다. 아무리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자국 소에 의한 자국민 발병 예를 가지고 있는 광우병 위험국입니다(솔직히 일본은 자국민 발병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24일간의 영국 체류기간이 더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마는 어쨌든 확신할 수 없으니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죠).

   자국민 자체 광우병 발병(즉, 광우병 위험국으로부터 수입한 고기를 먹은 경력이 없고 위험국에 여행한 적도 없는)은 비상사태에 준해서 대처를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것처럼 일반 소에게만 걸리는 광우병이 아닌 사람에게 옮을 수 있는 새로운, 일명 고병원성 strain의 출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일본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 자국민 발병 예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발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미국 소고기가 다른 어떤 나라의 소고기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은 큰 비약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소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만약 전혀 안생긴다면 그것은 목초만 먹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유전적 저항성 같은 것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목초만 먹으니까 광우병 안 생긴다는 주장은 채식주의자니까 sCJD 안 생긴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들에게서 고병원성, 다시 말해 인간 전염성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육골분 사료를 아예 먹이지 않아서 그런 strain이 탄생하기 위한 재순환 과정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축 규정 준수와 사료 공장 감찰 - 모니터링의 중요성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 육골분 사료 유입 경로가 이미 차단되었고 적은 오염 확률이지만 그 와중에도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강화조치를 시행한다고 하니 다시금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치를 시행했더라도 그것을 감시하고 모니터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다음 글에서 언급하겠지만 영국이 초기 광우병 제압에 실패한 이유 중에 하나가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고 지시를 했어도 말단 도축장 및 사료 공장에서 개념없는 행동들로 엉뚱한 일을 벌여 사태를 키웠던 것입니다.

   지금 영국의 경우는 아예 소와 돼지, 닭의 사료 라인을 분리시켜버려서 원천적으로 교차오염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축장 및 사료 공장의 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사료별 제조 공정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제조에 관련된 원료와 사용량 및 제조년월일에 관한 기록들을 8년 간 보존하게 함으로써 추적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요구해야 될 상황도 무조건 미국 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보다는 미국 도축장 실태에 대한 추궁과 문제가 있을 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 규정을 어긴 도축장에서 처리된 육류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협상에서는 전에 가지고 있던 우리가 도축장을 지정하거나 승인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지고 아무 도축장에서 나온 육류라도 구별없이 다 수입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규정대로 SRM을 잘 제거하고 있는지, 다우너도 막 밀어넣고 있지는 않는지 감독도 안 되고 그러니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재협상이 된다면 실제 월령이 얼마일지도 부정확한 30개월 이하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좋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질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축장에서만 처리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게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다른 조치들과 유사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미국내 추가 광우병 발생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국 발생 자체 인간광우병이 없는 상황이라면 큰 의미는 없고 아주 희박한 확률을 좀 더 희박하게 만드는, 그리고 현실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안정을 줌으로써 소고기가 혐오 식품이 아닌 진정한 먹거리가 되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카소님의#광우병이야기#

...소의 수명을 20년으로 잡고 30개월이면 8분의 1정도 살았을 때 도축을 하는 셈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8~9세 정도, 도축 당시 영구치가 2개 있으면 30개월 미만, 3개 이상이면 30개월 이상으로 판별한다고 하니 아직 영구치도 다 나지 않은 어린 소인 것 같다. 정부가 목 매고 있는 추가 협상의 키워드 ‘30개월’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30개월 이하의 소에게는 광우병 원인물질이 없다는 것인가? 없다가 어디서 갑자기 30개월만 넘어가면 그 원인물질이 나타난다는 것인가? 아니면 30개월 이전에는 광우병에 걸렸어도 그 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30개월을 넘어간 소들은 이전에 없던 저주의 능력을 획득해 자신을 먹은 인간들을 미쳐 죽게 함으로써 잔인한 복수극을 벌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SRM의 분포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퇴장

   그동안 꽤 많은 자료와 논문을 가지고 누누히 살펴보았지만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는 광우병의 유행,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광우병의 유행이 불가능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의 어느 전문가나 연구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단, 한국의 고명하신 몇몇 광우병 전문가들과 시청자 눈치보기, 판매부수 늘리기, 방문자 수 늘리기에 재미붙인 대부분의 철없는 언론은 제외하고... 이들의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지금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행은 고사하고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 인간에게 옮겨지는 광우병이란 것이 도대체 우리가 의식하고 살아가야 할 정도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냐 하는 의문을 품어볼 만도 합니다.

   광우병이 가장 피크를 형성하던 시점이 1992년으로 전 세계적으로 37,316건(영국에서 37,280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7년에는 141건(영국에서 67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지금까지 총 23건(영국 10건, 아일랜드 12건, 캐나다 1건)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료조치 및 식품안전위생조치들이 그동안 계속 강화되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내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광우병을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있는 나라의 전체 소 사육 두수와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뭐 미국은 언제나 잘 속이고 잘 감추고 자기들 안 먹는 것 빼돌려 광우병에 걸려 죽든 말든 약소국가에 떠넘기는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에 통계에서 빼야된다고 주장한다면 빼더라도 발생 건수는 미미합니다.

‘광우병 통제국가, 영국’의 의미

   광우병 이환율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 각국이 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닫고 자국민과 자국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중 삼중도 아니고 구중 십중 보호 장치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시켜왔기 때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당사자인 영국의 노력은 가히 강박증에 가까울 만큼 집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영국이 광우병통제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간광우병환자 207명 중 166명, 체류자까지 합하면 173명으로 84%를 차지하고 전 세계 공식 확인된 광우병 소 187,415마리 중 181,639마리로 97%를 차지하는 영국이 ‘광우병통제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미국의 첫 자국 발생 인간광우병 환자가 될 수 있었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이 아니라는 발표와 함께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 전제를 잊지 말자

   다우너 소의 식용 도축 금지 및 SRM(특정광우병위험물질) 제거,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조치들은 아주 희박한 광우병 발병율을 기본으로 하고 취해지는 조치들입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정도로 만드는 조치가 아니라, 1억 명 당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걸리게 만드는 조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무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이것 안하면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처럼 불안해하는데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차피 광우병이 향후 발생하지 않는다면 SRM이니 30개월이니 회장원위부니 이런 이야기들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당장 이렇게 민감한 우리나라에서조차 현존하는 광우병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월 수를 따져 고기를 먹어오지도 않았으며, 소 내장 및 척수, 소 뼈 등을 이용하는 요리를 즐겨했고, 심지어는 소 골도 먹어왔습니다(저는 안 먹어봤지만 주위에는 먹어 본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전부터 귀한 손님에게만 내주는 특별 서비스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협상단이 알면 소 골도 유통시키며 먹는 사람들이 장난하냐고 그럴 수 있으니 그냥 이 부분은 못 본 걸로 하고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아마 이번 소동만 없었으면 계속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먹었을 터인데 앞으로는 좀 꺼리칙하겠지요. 여태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먹어왔는데 뭔 수작이냐고 하실 분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하여튼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잔해들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 광우병도 그 뒤를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다면...

   정말 0.00000001%의 가능성이라도 없에고 싶다. 100년에 1명 있을까말까한 병이라도 꼭 그 1명이 ‘나’일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그 가능성마저도 상당 부분 차단시키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면 됩니다. 그 조치는 앞에서도 누누이 이야기해왔던 바로 ‘다우너의 식용도축 금지’와 ‘월령별 SRM 제거’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못 믿겠다 싶으면 그 다음에는 제가 보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어미에게서 태어나자마자, 그러니까 아무 것도 외부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탯줄 달린 채로 잡아먹든지 아니면 채식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돼지도 변형프리온단백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류는 아직 아니지만 역시 정상 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하니까 언젠가는 또 다른 종류의 변형프리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0.00000001%를 생각한다면 육식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안전하겠지하고 채식 열심히 하다보면 또 그놈의 연구결과가 등장해 괴롭힐 것입니다. 토양 및 그 땅을 흐르는 물에서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채식도 안전성을 완벽히 담보하지 못하고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기 중에도 떠다닐 수 있으니 다 피하자고 한다면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알약과 링거,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 밖에요...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위험이라도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인류 역사상 단 1명도 광우병으로 죽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30개월이니, SRM이니 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 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끝이 나질 않습니다. 30개월 이하로 타결지어서 가져오면 20개월짜리도 광우병에 걸린다는데 다시 협상해오라고 할 것이고, SRM 기준 강화시켜서 가져오면 근육에도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검출된다는데 살코기도 SRM에 포함시켜라 그럴 것이고(살코기도 SRM이라 못먹는다면 소 1마리 잡아서 뭘 먹어야할 지 좀 고민이 되긴 합니다만...) 어차피 만족을 못시킨다는 거죠. 판을 엎으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는데 한 두 수 물려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짜 고민을 해야 할 사람들

   앞으로 특정 시점에 소의 어떤 부분들이 위험한지를 써나가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30개월이 아니라 광우병은 평균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30개월 이하면 광우병이 없으니까 먹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덜 퍼졌으니까 먹어도 죽을 확률이 좀 적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근육, 살코기에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됩니다. 신경과 림프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변형프리온은 증식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변형프리온 1분자라도 목구멍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또한 거기에 공포심이 있는 분들은 하루빨리 채식 또는 알약으로 방향을 돌리시고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셔서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고기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가... 바로 1억 명 중 1명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해서 10억 명 중에 1명 걸릴 정도의 확률로 낮추고 싶다, 변형프리온이 내 몸에 들어오더라도 감염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들어오도록 특정 부위는 피하고 먹고 싶다, 뭐 희귀병 중에 희귀병인 인간광우병을 가지고 뭐하러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지면서 먹느냐 그냥 평소 먹던 대로 소 골까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다가 죽게 내버려둬라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SRM의 의미와 30개월의 의미를 따져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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